조직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시나요?
제 경험에는 거의 예외가 없었습니다.
요즘 애들이 버티질 못한다.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마음가짐의 문제다.
회의실에서 이런 말이 나오면
다들 조용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반박하기 어려운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순간 이런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태도를 먼저 탓하라.
저는 이 문장을 좋아합니다.
실제로 오랫동안 저를 지탱해 준 문장에 가깝습니다.
상황이 최악일 때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건
결국 제 태도 하나뿐이었고
그걸 붙잡고 버틴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이 회의실에서 나올 때는
이상하게 불편합니다.
같은 문장인데 전혀 다른 말이 됩니다.
차이는 방향입니다.
이 문장이 나 자신을 향할 때는 규율입니다.
남을 향할 때 특히 위에서 아래로 향할 때는
책임의 이동입니다.
구조의 문제가 개인의 결함으로 번역되는 순간이고
심리학에서는 이를 기본적 귀인 오류라고 부릅니다.
타인의 행동은 성격으로 설명하고
자신의 행동은 상황으로 설명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인사 담당자로서 저는 이 오류가
제도의 형태로 굳어지는 걸 여러번 봤습니다.
이직률이 오르면 채용 기준을 손보자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사람을 잘못 뽑았다는 뜻입니다.
현장에서 사고가 반복되면 교육을 늘리자고 합니다.
몰라서 그랬다는 뜻입니다.
평가 점수가 낮으면 동기부여를 하자고 합니다.
의지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 진단들이 전부 틀린 건 아닙니다.
다만 순서가 틀렸습니다.
무엇이 먼저 무너졌는지 모른 채로 태도를 말하면
그 말은 태도에 관한 이야기로 들리지 않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통제할 수 없었던 일에 대해
책임을 요구받을 때 가장 크게 상합니다.
지시를 받은 대로 했는데 결과가 나빴던 사람
판단할 권한이 없었는데
판단을 안했다고 지적받는 사람
기준을 모른 채 평가받은 사람.
이들에게 태도라는 단어는 설명이 아니라
판결로 도착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문장에 조건을 하나 붙이게 됐습니다.
태도를 탓해도 되는 사람은
구조를 먼저 고친 사람입니다.
약속한 걸 문서로 남겼는지
평가 기준을 미리 공개했는지
누가 인정받는지 설명할 수 있는지
책임을 물을 만큼의 권한을 그 사람에게 주었는지.
이 질문들에 먼저 답한 다음에야
태도라는 단어를 꺼낼 자격이 생깁니다.
그 전에 꺼내면 그건 리더십이 아니라 회피입니다.
반대로 구조를 고친 뒤에도 같은 문제가 남는다면
그때는 태도의 문제가 맞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말해야 합니다.
구조를 다 정비해 놓고도
개인의 문제를 개인에게 말하지 못하는 조직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기준 없이 관대한 조직은 결국
성실한 사람에게 가장 가혹합니다.
결국 이 문장은 아래로 내려보내는 문장이 아니었습니다.
위로 올려 쓰는 문장입니다.
팀원에게 해줄 말이 아니라
팀장이 자기 자신에게 해야 하는 말입니다.
조직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태도를 점검받아야 하는 사람은
그 조직에서 가장 많은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 점검을 아직 다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출근길과 퇴근길에 혼자 되뇌곤 합니다.
그사람의 태도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건
어쩌면 제 태도를 볼 때가 됐다는 신호가 아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