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한번 감았다 떴을 뿐인데 벌써 30대 중반, 직장 생활 9년 차가 되었다. (난 여전히 작고 소중한데..)
조직 안에서는 이제 막내 사원이 아니다. 대리 5년차가 되었고, 어느덧 곧 과장이라고 한다.
회사는 내게 한 단계 높은 챌린지와 리더십을 요구하지만, 솔직히 난 아직도 어른 같지가 않다.
양파쿵야를 좋아해서 프로필 사진도 양파쿵야로 설정해놓고,
바탕화면은 (이제는 사라진 캐릭터) 도구리 이미지로 해놨으니까.
나이를 이렇게 먹었는데도 왜 이렇게 철이 들지 않는 걸까. (아무래도 철 드는 건 무거우니까 ʅ(* ᷄ω ᷅ )ʃ)

신입사원 시절 총무 부서에서 2년, 그리고 교육 부서로 넘어와 7년.
도합 9년의 경험이 쌓였건만, 알면 알수록 모르겠는 것이 기업교육과 조직문화의 세계인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희미해져 가는 눈빛.
어떻게든 안광을 사수하며, 사랍답게, 그리고 나답게 일하고 싶어서 오늘도 양파쿵야를 롤모델로 삼는다.
(٥꒪▿꒪)⁉
제목을 보고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5년간 다니던 첫 직장을 떠나 두 번째 회사로 이직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일터를 옮기며 서울로 거주지를 옮겼고, 홀로 자취를 시작했다.
신입사원 시절, 생활관에서 동기들과 삼삼오오 단란하게 지내다
낯선 서울 땅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지니 괜스레 서글프고 서러운 날이 많았다.
그때 한 친구가 책 한 권을 선물해 주었다. 바로 《토마토 나라에 온 선인장》이라는 그림책이었다.

선인장 '누와'가 낯선 토마토 나라로 유학을 와 외로워하다가,
다정한 토마토 친구 '토토'를 만나 씩씩하게 적응해 나가는 단순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는 누군가 내 처지를 몰래 훔쳐보고 대변해 준 것만 같았다.
밤마다 그림책을 읽으며 눈물을 찔끔 흘리다 잠들곤 했다.
그렇게 읽고 또 읽기를 수십 번, 어느새 나도 서울 살이에 익숙해졌고,
두 번째 회사에도 잘 적응하면서 그 그림책은 기억 속에서 잊혔다.
그리고 지금, 세 번째 회사에 다닌 지 어느덧 만 3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던 문득, 잊고 있던 그 그림책이 다시 떠올랐다.
그림책이 다시 떠오른 순간부터 다분히 'N'스러운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나는 누구인가
일이란 무엇인가
앞으로 계속 똑같은 삶이 반복될까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돌아보니 나는 늘 어딘가에 완벽히 속하지 못한 채 애매한 자리에 서 있던 이방인이었다.
공간적으로도 그랬다.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첫 직장이 있던 지방 도시에서 5년을 살았고,
지금은 그 곳을 떠나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고향에 가면 이제는 길도 잘 모르겠고,
첫 직장이 있던 지역도 완벽히 알지 못하며, 서울은 더더욱 낯설다.
어딜 가도 완전한 내 곳 같지 않은 이방인의 기분.
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본의 아니게 줄곧 제조업 회사만 다녀왔고, 심지어 철강 회사는 두 번째다.
그렇다고 내가 제조업이나 철강 산업에 빠삭한 전문가인가? 하면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난 9년이라는 시간은 그저 헛되이 흘러가 버린 걸까?
비슷한 고민을 해본 직장인이라면 알 것이다.
세상에 헛되이 보낸 시간과 경험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누군가 갑자기 "지난 9년 동안 뭘 느끼고 배웠어?"라고 물어본다면
단번에 근사한 답을 내놓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 속에서, 업무의 현장 속에서 문듯문듯 깨닫는다.
과거의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와 고민들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커다란 지혜가 되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선인장처럼 가시를 세우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 애썼던 시간을 지나,
알맹이가 단단해져가는 '양파쿵야'의 마음으로 내 지나온 경험들을 반추해 보려 한다.
나처럼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시간을 헛되이 보낸 건 아닐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그만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싶어서 조금씩 기록을 해보기로 했다.
세번째 토마토 나라에 오면서,
회사마다 추구하는 방향도, 조직문화도, 필요한 교육도 완전히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매번 새로운 토마토 나라에 던져질 때마다 나는 깨지고, 배우고, 조금씩 넓어졌다.
나는 솔직히 거창하고 완벽한 전문가는 아니다.
그저 생소한 토마토 나라에 떨어진 이방인으로서,
구르고 깨지며 몸으로 터득한 솔직한 인사이트와 딜레마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