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의 자기 안목과 나다움의 발견

통찰의 자기 안목과 나다움의 발견

버리는 삶에서 전환하는 삶으로
조직문화코칭기타시니어리더
자인
리디자인Sep 1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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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 AI Connect 2026 — 데이터로 여는 HR의 다음 단계, 2026.11.6 코엑스 오디토리움 3F

버티는 삶에서 전환하는 삶으로

많은 사람이 인생의 큰 변화를 만나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며 이를 악물며 버티려한다. 틀린 태도는 아니다. 다만 버티기만 하다 보면 변화는 그저 견뎌야 할 고난으로 남고, 정작 그 안에서 무엇을 다시 시작할지는 묻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내기 쉽다.

경험의 무용화나 인생의 걷잡을 수 없는 변화가 주는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자기안목’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안목이란 시선을 바꾸는 힘이다. 위기를 단순히 견뎌야만 하는 고난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으로 인식하는 능력이다. 리처드 닌 볼스(Richard N. Bolles)는 그의 저서 《파라슈트는 어떤 색깔입니까?》에서 개인이 가진 직업 타이틀(직함)을 과감히 분리해 내고,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언제든 전용할 수 있는 주체적 소질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는 안목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것은 과거의 성공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지금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 인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할수록 그 일하는 방식이 곧 나 자신이라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방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환경을 마주하면, 일이 어려워졌다는 느낌을 넘어 나 자신이 부정당하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그러나 변화를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다음 삶을 스스로 설계할 여지가 생긴다. 버팀의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주체적으로 다음 삶을 재설계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 그것이 통찰의 출발점이다. 제임스 러셀(James Russell)의 통찰처럼, 현명한 인간은 자신을 온전히 발견하기 위해 때로 의도적인 방랑과 여행을 감행한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변화에 유연하게 익숙해지도록 스스로에게 새로운 시간적·공간적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거창한 결심이 아니어도 된다. ‘지금까지의 방식 중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내려놓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시선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다움, 직함 너머에 있는 자산

명함을 빼고 나면 나를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부장’이나 ‘팀장’이라는 직함은 사라져도, 그 자리에서 쌓은 것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직함이 아닌 다른 언어로 설명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다움을 찾는 일의 핵심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는 원석을 골라내는 작업이다. 이 작업 중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직함 중심의 사고에서 ‘역할’과 ‘가치’ 중심의 사고로 옮겨가는 것'이다. 어느 회사에서 무슨 직책으로 일했는가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실제로 어떤 문제를 풀어냈는가에 주목하는 것이다.

하버드대 행동심리학자 데이빗 맥클리랜드는 사람의 역량을 빙산에 비유한 적이 있다. 겉으로 드러난 지식과 기술은 물 위로 보이는 일부일 뿐이고, 정작 그 사람을 결정짓는 것은 물속에 잠긴 성격, 가치관, 동기라는 것이다.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 이 물 아래의 부분이야말로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진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흩어져 있는 경험을 선명한 언어로 정리하는 작업, 그것이 결국 다음 커리어의 기반이 된다. 한 줄 한 줄 적어보면 의외로 자신이 가진 무기가 적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위기를 뚫고 나갈 때 발휘했던 끈기, 사람을 다루는 노련함, 신중함 같은 성격적 강점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것은 남과 비교하는 스펙이 아니다. 세상에 어떤 의미로 기억되고 싶은가를 스스로 선언하는 일에 더 가깝다. 예를 들어 이십 년 넘게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은퇴한 한 선생님이 있었다. 처음에는 “나는 이제 가르치는 일밖에 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의 경험을 직함이 아닌 역할로 풀어 보니, 그것은 단지 ‘교사’가 아니라 ‘수십 명의 서로 다른 사람을 동시에 이해하고 동기를 끌어내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표현을 바꾸자 지역 평생교육원의 코칭 프로그램, 동네 작은 도서관의 강연, 후배 교사를 위한 멘토링까지 그 역량이 쓰일 자리가 여러 갈래로 보이기 시작했다. 직함은 하나였지만 역할은 여러 곳에서 통했던 셈이다.

따라서 중년의 나다움이란 남들과 비교하는 외적 스펙이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지식 노하우와 내면에 축적된 강점의 교집합이다. 이 아날로그적 경험 자산을 언어화하고 구조화하는 것이 생애 2막의 기반을 다지는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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