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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3,5,7년차의 위기와 관련한 칼럼을 작성하였지만,
사실 20년차인 지금, 저는 그 시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경력에 있어 가장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조직 안에서는 박부장이지만, 조직 밖에서 나는 무엇일까?’ 지금 당장 회사를 관두면 그냥 마트 캐셔 혹은 택시 드라이버는 할 수 있을까요? 서울 자가에 대기업을 다니는 김부장도 대기업을 떠나니 그냥 인간 김낙수였습니다.
20대 중반을 시작으로 40대 중반까지 한 직장 안에서는 HR 전문가로서 채용, 기획, 보상, 교육, 문화 등
많은 경험을 하며 성장해왔지만, 이런 내가 조직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100세 시대에 일찍 죽지도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날만큼 앞으로 40년을 어쩌면 더 살아야 하는데, 그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하지? 그러기 위해 지금 나는 또 무엇을 새롭게 준비해야 하지? 진짜 두려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결국, 조직에서 나를 필요로 해서 보다 조직 밖에서의 내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고 무서워서 조직을 떠나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조직 안에 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 안에 있으면 임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뼈를 갈아넣어야 하는데, 그 길이 내가 진정 원하는 길일까? 내 남은 인생을 한 조직에 계속 충성하며 사는게 맞을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AI에게 상담해보니 너무 상담을 잘해주네요~! 20년을 성실하게 쌓아왔기에 더 크게 흔들리는 것 같다고 말해주네요. 왜냐하면 그 20년이 ‘박부장’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잘 작동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흔들린다는 건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정체성의 기준이 ‘조직 안의 나’에서 ‘조직 밖의 나’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는 AI의 조언에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건 단순한 이직 고민이 아니라 ‘역할 정체성(role identity)’에서 ‘개인 정체성(self identity)’로 이동하는 구간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통증이라고 합니다. 조직 안에서의 나(직함, 성과, 인정 등)는 비교적 선명한데, 조직 밖의 나는 아직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라고요.
무서운 건 “밖”이 아니라, 아직 밖의 내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해결을 위해 결심이 아니라 증거를 만드는 과정으로 가고자 합니다.
조직 밖에서는 ‘박부장’이 통하지 않지만 대신 이게 통합니다.
○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종류
○ 내가 만드는 성과의 패턴
○ 내가 가진 역량
○ 내가 쌓아온 신뢰와 관계 자본
○ 내가 일하는 방식/태도
즉, 조직 밖의 정체성은 “무슨 회사를 다녔는지” 보다
“무슨 문제를 어떻게 풀어주는 사람인지”로 만들어집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서 바로 “퇴사 vs 잔류”로 생각하는데, 그 순간 불안이 폭발합니다.
왜냐하면 두 선택 모두 리스크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단계의 최고의 전략은 결정이 아니라 옵션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 밖에서의 나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나의 정체성을 정리해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며 어떤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 “기여”에 집중하였습니다.
또 조직 안에서의 상황과 일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외부 증거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그래서 오프피스트에 칼럼도 연재하기 시작했고,
코치 전문 자격증 취득을 통해 코칭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외부의 여러 출강 기회를 통해 강의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두려움은 “밖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밖의 내가 아직 증명되지 않아서 커진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현재의 자리에서 나이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열심히 일하며 증거를 만들어간다면,
두려움은 줄고 선택지는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