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률이 높은 게 정말 나쁠까

퇴직률이 높은 게 정말 나쁠까

떠나야 할 사람은 남고, 떠나면 안 될 사람부터 나가는 조직이 있다.
조직문화미드레벨시니어리더임원CEO
설모
청설모Aug 1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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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떠났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떠났고, 그 뒤에 어떤 조직이 남았는가다.

퇴직률이 오르면 회사는 곧바로 비상등을 켠다. 경영진은 업계 평균을 묻고, HR은 전년 대비 증감 폭을 설명한다. 현업에서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터진다. 회의가 끝날 무렵에는 거의 같은 지시가 남는다. 일단 퇴직률부터 낮추자는 것이다.

그런데 퇴직률을 낮추는 일이 언제나 회사를 살리는 것은 아니다. 이미 역할이 맞지 않는 사람을 붙잡고, 조직의 변화를 가로막는 문제를 덮고, 퇴사 의사를 밝힌 핵심인재에게 뒤늦게 돈을 더 얹는 방식이라면 숫자만 좋아질 뿐이다. 조직은 오히려 더 느리고 무거워진다.

더 불편한 사실도 있다. 퇴직률이 낮다고 건강한 회사인 것은 아니다. 나갈 곳이 없어 머무는 사람, 말해도 바뀌지 않아 체념한 사람, 최소한의 일만 하며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도 재직자 수는 줄지 않는다. 사람은 남아 있지만 열의와 신뢰는 먼저 퇴사한 조직이다.

떠나야 할 사람은 남고, 떠나면 안 될 사람부터 나가는 조직. 가장 위험한 것은 높은 퇴직률이 아니라 이 순서다.

퇴직률 20%보다 더 위험한 것은 ‘누가 먼저 나갔는가’다

퇴직률은 일정 기간 동안 조직을 떠난 사람의 비율이다. 계산은 단순하다. 그러나 이 숫자는 경보음일 뿐 진단서가 아니다. 누가 왜 나갔는지 지우고 나면, 20%라는 수치는 조직의 건강을 설명하는 대신 중요한 문제를 감출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두 회사의 연간 퇴직률이 모두 20%라고 해보자. 한 회사에서는 입사 3개월 이내의 신입이 반복적으로 떠나고 있다. 다른 회사에서는 역할 적합도가 낮았던 인력이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이동했고, 필요한 직무의 채용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숫자는 같지만 첫 번째 회사는 채용 과정에서 설명한 일과 실제 업무가 달랐거나 온보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회사의 이동은 조직의 기준이 선명해지는 과정일 수 있다.

같은 퇴직률 안에도 중요한 손실과 계획된 이동이 함께 섞여 있다.

위험한 것은 핵심 역할과 우수성과자의 퇴직이 특정 팀에서 반복되는 경우다.

남은 사람에게 일이 몰리고, 의사결정의 맥락이 끊기며, 회사가 좋은 사람을 지키지 못한다는 불신이 커진다.

반면 역할 부적합을 조정하고 필요한 역량을 새로 들이는 이동은 다르게 봐야 한다.

지식 이전과 후속 채용이 계획 안에서 작동한다면 일정 수준의 퇴직은 조직의 정체를 막아주는 흐름이 될 수 있다.

경영진이 퇴직률 자체를 KPI로 거는 순간 이 차이는 사라진다. 떠나야 할 사람까지 붙잡고, 정작 놓치지 말아야 할 사람의 이탈은 전사 평균 속에 묻힌다. 보고서의 숫자는 좋아졌는데 팀의 실행력은 떨어지는 역설이 여기서 생긴다.

핵심인재 한 명이 나가면 빈자리는 한 칸이 아니다

모든 퇴직의 비용은 같지 않다. 핵심 고객과 오랫동안 관계를 쌓아온 영업 담당자, 제품의 오래된 의사결정 맥락을 기억하는 개발자, 팀 갈등이 커지기 전에 조정해온 리더가 떠나면 빈 의자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조직도에는 한 칸이 비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러 연결이 동시에 끊어진다.

그 사람이 연결하던 고객과 동료, 문서로 남지 않은 판단 기준, 주변 사람의 성과를 끌어올리던 방식까지 함께 사라진다. 후임을 채용했다고 해서 바로 회복되지 않는 영역이다.

퇴직의 실제 비용은 빈 의자보다 사라진 관계와 판단력에서 더 크게 발생한다.

살펴볼 항목

확인할 질문

위험 신호

역할의 중요도

이 역할이 멈추면 고객·매출·제품 중 무엇이 흔들리는가?

대체 인력이 없고 업무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

지식의 희소성

문서로 남지 않은 판단 기준과 관계가 얼마나 있는가?

인수인계 문서만으로는 업무를 재현하기 어렵다.

성과의 파급력

개인 실적 외에 주변 구성원의 성과도 끌어올렸는가?

퇴직 이후 팀의 의사결정 속도와 품질이 함께 떨어진다.

회복 시간

후임 채용부터 정상적인 생산성 회복까지 얼마나 걸리는가?

사람을 뽑아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오랜 시간이 든다.

리텐션 정책을 만들기 전에 조직이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역할과 역량부터 정의해야 한다. 그 기준이 없으면 유지 예산은 중요한 사람보다 목소리가 큰 사람에게 먼저 쓰이기 쉽다.

전사 퇴직률은 문제를 숨기기 좋은 숫자다

전사 퇴직률은 경영 보고에는 편리하지만 현장에서 행동을 만들기에는 너무 거칠다. 회사 전체가 안정적으로 보이는 동안 특정 팀에서만 사람이 연달아 빠질 수 있다. 평균을 그대로 믿지 말고 퇴직이 집중되는 팀과 시점, 직무를 쪼개 봐야 원인에 가까워진다.

평균을 쪼개면 조직 전체의 문제처럼 보이던 현상이 특정 팀이나 시기에 집중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자발적으로 떠난 사람과 회사가 퇴직을 결정한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 성격이 다른 이동을 한 숫자에 섞으면 원인을 잘못 읽게 된다.

재직 기간도 중요하다. 입사 초기에 퇴직이 몰리면 채용 과정에서 전달한 메시지와 실제 업무의 차이부터 살펴야 한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회사를 이해하기도 전에 성과를 내야 하는 구조라면, 온보딩이라는 이름 아래 업무 투입만 서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1~2년 차에 집중된다면 성장 정체나 보상 압축이 영향을 줬는지 볼 수 있다.

그다음에는 팀과 리더, 직무, 성과 구간으로 범위를 좁힌다. 특정 리더 아래에서만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개인의 적응보다 업무 배분과 피드백, 의사결정 참여 방식을 점검해야 한다. 특히 성과가 좋고 다른 선택지가 많은 사람부터 떠난다면 전사 평균이 낮더라도 안심하기 어렵다. 희소 직무와 우수성과자의 이탈률은 따로 보는 편이 낫다.

퇴직 이후의 변화도 기록해야 한다. 남은 팀의 초과근무, 결원 기간, 고객 이탈, 오류 증가뿐 아니라 구성원들이 조직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달라질 수 있다. 회사가 필요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인식이 생기거나, 빈자리를 당연히 기존 인력에게 나눠주는 일이 반복되면 한 번의 퇴직이 다음 퇴직의 조건을 만든다.

‘누가 떠났는가’와 ‘왜 떠났는가’를 나누지 않으면 처방도 빗나간다. 보상이 원인인 팀에 문화 행사를 늘리고, 리더가 원인인 조직에 채용 예산만 더 쓰는 식이다. 채용은 계속되는데 같은 자리에서 사람이 반복해 빠진다면, 그것은 인재 부족이 아니라 회사 안의 누수다.

퇴사자는 통보하기 전에 이미 회사를 떠났다

퇴사 인터뷰는 필요하지만 대부분 너무 늦다. 퇴사 통보는 마음이 떠난 첫날이 아니라 고민을 끝낸 마지막 날에 가깝다. 이미 결정을 끝낸 사람은 관계를 무리 없이 마무리하기 위해 실제 이유를 완곡하게 말한다. “개인적인 성장”이라는 답 안에 반복된 무시, 보이지 않는 경력 경로, 불공정한 업무 배분이 숨어 있기도 하다.

중요한 사람에게는 퇴사 통보를 받은 뒤가 아니라 남아 있을 때 물어야 한다. 스테이 인터뷰는 만족도를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 사람이 계속 일하고 싶은 조건과 마음이 멀어지는 순간을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대화다.

좋은 리텐션은 퇴사 뒤의 설득보다 평소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스테이 인터뷰에서 물어볼 질문

  1. 요즘 이 일을 계속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2. 마음이 가장 많이 멀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

  3. 지금 역할에서 배우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4. 내가 리더로서 멈추거나 바꿔야 할 행동은 무엇인가?

  5. 앞으로 1년 안에 여기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은 질문보다 그다음 행동이다.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지만, 무엇을 바꿀 수 있고 무엇은 어려운지 설명할 수는 있다. 듣고도 아무런 답을 주지 않으면 다음 면담에서 구성원은 더 안전한 이야기만 꺼내게 된다. 성과를 인정하는 방식이나 다음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반복된다면 개인의 불만으로 넘기지 말고 제도의 문제인지 확인해야 한다.

안 맞는 직원을 붙잡는 비용은 남은 사람이 낸다

조직과 맞지 않는 상태를 오래 끌면 힘든 사람은 당사자만이 아니다. 역할을 대신 메우는 동료는 자신의 일과 남의 일을 함께 감당하고, 반복해서 결과를 수습하는 리더는 중요한 업무보다 사후 처리에 시간을 쓴다. 같은 기준이 누구에게는 적용되고 누구에게는 유예되는 모습을 보는 구성원은 공정성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한 사람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루는 동안 부담은 말없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옮겨간다.

이때 남은 사람에게 “조금만 더 버텨 달라”고 말하는 것은 해결이 아니다. 결원이 생기면 무엇을 중단할지 정하고, 업무를 다시 배분하며, 채용과 인수인계 일정을 공개해야 한다. 떠난 사람의 몫을 충성심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구성원에게 계속 얹으면 조직은 성실한 사람에게 가장 큰 비용을 청구한다. 그렇게 버티던 사람마저 이력서를 열면, 회사는 그제야 퇴직률이 갑자기 높아졌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회사가 조금 불편한 직원을 손쉽게 내보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기대하는 역할을 분명하게 설명하고, 구체적인 피드백과 개선할 시간을 주며, 다른 직무나 팀에서 강점을 살릴 가능성도 먼저 살펴야 한다.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제공한 뒤에도 서로의 기대가 계속 어긋난다면, 그 사실을 인정하는 편이 당사자와 조직 모두에게 정직하다.

관계에서도 서로 맞지 않았던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좋은 반려자가 되곤 한다. 일도 비슷하다. 이 회사에서는 약점으로만 보이던 성향과 경험이 다른 산업, 다른 리더, 다른 업무에서는 강점이 될 수 있다. 지금 조직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그 사람의 능력이나 가능성 전체에 대한 판정이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회사는 퇴직을 실패나 배신으로만 다루지 말아야 한다. 역할을 바꿀 수 없다면 다음 선택을 준비할 시간을 주고, 인수인계를 현실적으로 설계하며, 경력 설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존중 있게 보내줄 수 있다. 퇴직을 만류하는 것만큼, 더 맞는 자리로 이동하는 선택을 막지 않는 것도 직원 경험의 일부다.

명확한 기준 없이 내보내기를 장려하면 구조조정의 편한 명분이 된다. 반대로 이미 끝난 적합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무조건 붙잡으면 남은 사람에게 고역을 떠넘긴다. 좋은 조직은 이 두 극단 사이에서 충분히 돕고, 공정하게 판단하고, 결정한 뒤에는 사람답게 헤어진다.

좋은 회사는 무조건 붙잡지 않는다

사람이 한 명도 떠나지 않는 조직은 현실적이지도, 반드시 바람직하지도 않다. 개인의 삶과 관심은 바뀌고 회사의 전략도 달라진다. 모든 퇴직을 실패로 기록하는 회사는 결국 퇴직을 숨기거나 미루는 데 능숙해진다. 조직이 해야 할 일은 모든 이탈을 막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사람의 불필요한 퇴직을 줄이고 피할 수 없는 이동은 덜 아프게 만드는 것이다.

리텐션은 하나의 제도가 아니라 입사부터 성장과 이동까지 이어지는 직원 경험의 결과다.

우선 역할이 선명해야 한다.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권한을 주는지 모호하면 좋은 사람일수록 더 빨리 지친다. 전사 프로그램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매일 만나는 리더의 업무 배분과 피드백을 바로잡는 일이 직원 경험에 더 직접적으로 닿을 때도 많다.

성장 경로도 승진 자리만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더 큰 문제를 맡는 경험, 새로운 프로젝트, 전문성의 확장은 구성원이 이 조직에서의 다음 시간을 그려보게 한다. 보상에서는 절대 금액만큼 결정 기준과 동료 간 형평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떠나는 과정 역시 조직이 설계할 수 있다. 지식 이전이 실제로 이루어지게 하고, 알럼나이 관계와 재입사 가능성을 열어두면 퇴직은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경력의 한 이동이 된다.

퇴직률이 낮아지는 것은 이런 조건이 갖춰진 뒤에 따라오는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숫자부터 낮추려 들면 조직은 퇴직의 이유를 고치기보다 퇴직자 입을 막고, 남은 사람에게 버티라고 말하는 데 익숙해진다.

다음 퇴직률 보고서에서는 전년 대비 증감 옆에 몇 가지를 더 적어보면 좋겠다. 누가 떠났는지, 어느 팀에서 반복됐는지, 언제 마음이 멀어졌는지, 그 사람이 떠난 뒤 무엇을 잃었는지 말이다.

좋은 조직의 목표는 퇴직률 0%가 아니다. 떠나면 안 될 사람의 퇴직을 막고, 서로 맞지 않는 사람의 다음 이동은 존중하며, 그 비용을 남은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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