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한 문장이 우리의 일터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회의실에 모여 열띤 토론을 하던 풍경은 어느새 사라지고, 화면 속 작은 사각형 안에서만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복도에서 오가며 “잠깐만요” 하고 묻던 질문도, 메신저 알림음과 짧은 댓글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예상보다 훨씬 큰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사람들이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개인의 안전과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가 조직 전반에 깊게 뿌리내린 것입니다.
“굳이 함께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이제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회식은 ‘강요’라는 낙인이 찍혔고, 팀 빌딩 활동은 ‘쓸데없는 이벤트’쯤으로 치부되는 분위기가 퍼졌습니다.
▷ 보이지 않는 손실, 약한 연결의 붕괴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브라이언 우치(Brian Uzzi) 교수는 원격근무가 일반화되면서 조직 내 ‘약한 연결’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약한 연결은 단순한 인맥의 크기가 아닙니다. 혁신과 창의성의 씨앗이 되는 우연한 만남과 비공식적 대화를 뜻합니다.
예전에는 옆자리 선배에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죠?” 하고 무심코 던진 질문 하나가, 멘토링 관계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그 질문을 챗GPT 같은 인공지능에게 던집니다. 기술적 답은 얻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전해지던 암묵지와 정서적 연결은 사라집니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는 “연결되지 않은 채로 일하는 고립감”이 점점 퍼지고 있습니다.
▷ 관계 자본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요?
많은 조직이 팀 빌딩 프로그램이나 대규모 워크숍을 도입하지만, 현실에서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억지로 모아놓는다고 해서 팀의식이 살아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것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인간 본성에 기반한 작고 지속가능한 접촉점입니다.
1단계는 심리적 안전망 구축입니다.
구글의 ‘프로젝트 아리스토텔레스(Project Aristotle)’는 성과 높은 팀의 공통점이 바로 심리적 안전감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는 내 의견을 말해도 괜찮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비로소 사람들이 마음을 엽니다. MBTI나 강점 진단 같은 도구를 활용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2단계는 작은 만남의 설계입니다.
MIT의 알렉스 펜틀랜드(Alex Pentland) 교수는 ‘사회적 물리학’ 연구에서 짧고 잦은 상호작용이 팀 성과를 높인다고 밝혔습니다.
30분 회의보다 5분 커피 타임이, 형식적인 보고보다 복도에서 스치는 대화가 더 강력한 유대감을 만든다는 것이죠.
3단계는 공동 목표 재설정입니다.
개인의 성과를 넘어서는 집단적 성취 경험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른 팀과 협업 프로젝트를 하거나, 소규모 경쟁 활동을 도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작은 성취를 함께 경험할 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우리”라는 정체성을 회복합니다.
▷ 리더십은 관리가 아니라 연결이다
이 과정에서 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전통적인 리더십이 목표 설정과 성과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 필요한 리더십은 연결(connection)입니다.
스탠퍼드대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교수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조직 성과의 핵심으로 꼽았습니다.
리더는 정원사처럼 팀을 돌봐야 합니다.
물을 주고(정기적 소통), 가지치기를 하고(갈등 조정), 햇볕을 보게 해야(심리적 안전감) 팀이라는 생태계가 살아납니다.
▷ 실행할 수 있는 작은 시작들
말은 쉽지만,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주 1회, 15분짜리 체크인 타임: 업무 이야기가 아닌, 안부와 감정을 나누는 시간
월 1회, 팀원들이 돌아가며 진행하는 점심 호스트 제도: 일상 속 작은 리더십 경험
분기 1회, 타 팀과 협업 미션: 집단 성취 경험을 설계
중장기적으로는 팀원 성향 분석을 통해 최적의 협업 방법을 만들고, 멘토-멘티 매칭 시스템을 공식화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또한, 오프라인·온라인을 아우르는 비공식적 네트워킹 공간과 기회를 설계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 관계가 곧 경쟁력이다
디지털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창의성과 혁신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화학적 반응에서 나옵니다.
성과는 시스템에서 나오지만, 지속성은 관계에서 나옵니다.
오늘 당신의 팀은 어떤 모습입니까?
각자 뛰어난 개인들의 집합입니까, 아니면 함께 숨 쉬는 유기체입니까?
답은 리더인 당신의 다음 행동에 달려 있습니다.
(주)어치브코칭 대표코치
이형준 (joon@achievecoach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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