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그거 당신이 결정할 일 아니에요.

팀장님, 그거 당신이 결정할 일 아니에요.

조직의 레벨별 의사결정 권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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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원
연승원Jul 3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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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직은, 누가 무엇을 결정하고 있나요?

최근에 제가 아주 많이, 자주 생각하는 키워드는 ‘의사결정’입니다. 

돌이켜보면, 좋은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의 차이는 매출 숫자도, 예산의 크기도 아닌, "누가 어디까지 결정해도 되는가"에 대한 암묵적인 약속이 있느냐 없느냐, 그 차이였다고도 생각됩니다.

이 약속이 없으면 이상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팀장이 신입사원도 충분히 정할 수 있는 사소한 것까지 붙들고 있느라 정작 중요한 결정을 미루고, 반대로 이제 막 입사한 팀원은 자기 그릇보다 훨씬 큰 결정을 떠안고 밤잠을 설칩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저 "이건 네 몫이야"라고 말해준 사람이 없었을 뿐입니다.


레벨마다, 짊어지는 결정의 무게가 다름을 인지해야겠지요.

주니어 팀원에게는 '오늘의 정확함'을 맡깁니다. "이번 카드뉴스 문구를 A로 할지 B로 할지"처럼, 하루 만에도 바꿀 수 있는 결정들입니다. 이런 결정을 스스로 내려볼 때 비로소 일이 자기 것이 됩니다. 다만 "이번 달 예산을 어디에 쓸지"는 아직 이 주니어 친구의 몫이 아닙니다.

시니어 팀원에게는 여기에 '무엇을 먼저 할지'가 더해집니다. 몇 가지 좋은 안들 중에서 가장 급한 것을 고르는 역할입니다. 다만 팀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결정, 그러니까 "이번 분기 목표를 아예 다시 잡자"는 아직 팀장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팀장에게는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내려놓을지' 정하는 무게가 실립니다. 이 사람을 어디에 배치할지, 이 팀원을 승진이나 포상대상자로 추천할지 같은 결정입니다. 팀장의 결정은 이제 한 사람의 일이 아니라 팀 전체의 삶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팀장에게 정말 필요한 건 실무를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임원에게는 '아직 답이 보이지 않아도 방향을 정하는' 몫이 주어집니다. 새로운 시장에 들어갈지, 조직을 바꿀지 같은 결정이죠. 이런 결정은 되돌리는 데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그래서 임원은 모든 게 확실해지길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불안함을 안은 채로도 먼저 걸어 나가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CEO에게는 가장 무거운 몫, '이 회사가 어떤 회사로 남을 것인가'가 주어집니다. 사업을 접을지, 회사의 정체성을 바꿀지 같은 결정입니다. 되돌릴 수 없거나, 되돌리는 데 회사의 존폐가 걸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CEO는 모든 정보를 다 알지 못한 채로도 결정해야 하고, 그 결과를 온전히 끌어안아야 하는 자리입니다.


이 무게를 나누는 간단한 질문이 있습니다.

이 결정이 틀렸을 때, 되돌리는 데 얼마나 걸릴까? 입니다.

하루 만에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은 주니어에게 맡겨도 괜찮습니다. 몇 달이 걸리는 결정은 팀장 이상이,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은 임원과 CEO가 짊어져야 합니다. 이 질문 하나만 던져봐도, 팀장이 왜 아직도 문구 하나까지 검토하고 있는지, 임원급은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 점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의사결정 문화는 똑똑한 사람들을 많이 모은다고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몫을 결정하고, 그 결정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믿어줄 때 비로소 생겨납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역시 어렵습니다. 이론과 실제의 엇박자는 늘 있습니다. 그래도 한번씩 점검하고 성찰하는 물음을 던져야 할것 같습니다. "(팀장인, 팀원인) 내가 굳이 안 해도 되는 결정은 무엇인지?" "반대로, (팀장인, 팀원인) 내가 꼭 해야 하는데 아직 못 하고 있는 결정은 무엇인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되는 순간, 우리 조직은 조금 더 가볍게, 그리고 조금 더 건강하게 걸어갈 수 있을 겁니다.

  • 해야 되는 것과 포기해야 하는 것을 고민중인, Wonnie




   

   

   


승원
연승원
행동하는 철학가
HR로 시작한 커리어, 어느덧 십수년째 이 길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소통이 있는 조직을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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