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일이 무슨 의미가 있지?’ 보고서를 만들고, 회의에 들어가고, 자료를 수정하고, 다시 확인하는 일들. 겉으로 보기에는 꼭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일을 하고 있는 당사자에게는 지루하고 번거롭고, 때로는 의미 없어 보입니다.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싶을 때는 이 마음이 더 커집니다.
저도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공공기관에 제출할 서류를 준비하거나, 기간이 지났다고 다시 인증서를 발급받거나, 등기소에 가서 인감증명서를 떼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마음 한쪽에서 이런 생각이 올라옵니다. ‘내가 지금 이걸 하려고 이 일을 하고 있나?’
코칭 현장에서 만나는 팀장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회의만 하다 하루가 갑니다.” “보고와 조율만 하고 있습니다.” “팀원으로 현장에서 일할 때보다 숫자만 만지니 성취감이 없습니다.” “이 역할이 나에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저는 일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 질문을 오래 붙들다 보면 중요한 구분에 이르게 됩니다.
Morten Hansen과 Dacher Keltner는 일의 의미를 이야기하면서 두 가지를 나눕니다. 하나는 ‘의미 있는 일’입니다. 일 자체가 사회적으로 큰 가치를 가지고 있거나, 누가 봐도 숭고한 목적을 가진 일입니다. 다른 하나는 ‘일에서 경험하는 의미’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일 자체가 화려하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그 일을 통해 누군가에게 기여하고, 무언가를 배우고, 작은 성취를 만들고, 좋은 관계를 경험한다면 우리는 그 안에서도 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관점으로 보면 평범한 일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에게도 처음에는 지루하거나 귀찮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며 의미를 발견한 일들이 있습니다. 코칭이나 강의 후에 일지를 작성하는 일, 피드백과 논의 내용을 정리하는 일들이 그렇습니다. 피곤할 때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도 다 마쳤는데 굳이 정리해야 하나?’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일들은 강의와 코칭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코칭 일지를 잘 기록해두면 고객의 변화 흐름을 더 섬세하게 볼 수 있었고, 칼럼을 쓰거나 책을 만들 때도 그 자료를 통해 기억들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아이디어를 적어둔 한 줄의 메모, 참가자가 남긴 피드백 한 줄이 새로운 글의 씨앗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작고 귀찮아 보이는 일이, 나중에는 중요한 의미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팀장의 일도 같은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회의는 단순히 시간을 쓰는 일이 아닙니다. 잘 운영된 회의는 구성원과 조직의 방향을 맞추는 자리입니다. 보고는 형식적인 절차만이 아니라 조직이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조율은 귀찮은 중간 역할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원온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 사람과 나누는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대화일 뿐이지만, 실제로는 구성원이 자신의 일을 돌아보고 성장의 실마리를 찾도록 돕는 시간입니다.
일의 의미는 때로 역할의 이름이 아니라, 그 역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서 달라집니다. 기억에 남는 팀장이 있습니다. 그는 시니어 팀원과 관계가 좋지 않았습니다. 목표는 달성할까 말까 하고, 부정적인 코멘트가 팀의 분위기를 떨어뜨렸습니다. 물론 그도 그 선배와 대화도 나누기 싫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코칭을 통해 그는 자신의 역할을 다시 보게 되었고, 선배였던 팀원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진심을 담은 노력이 시간을 지나 그 선배 팀원이 달라지고, 팀을 위해 더 헌신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팀장이 나중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주어진 목표를 100% 달성했을 때 회사 다니는 의미를 느꼈는데, 팀원이 바뀌고 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니 그보다 100배는 더 기쁩니다.”
성과는 숫자로도 나타나지만, 사람의 변화로도 나타납니다. 그리고 어떤 의미는 숫자보다 오래 남습니다. 코칭을 하면서 저 자신도 달라졌습니다. 코칭은 고객만 변화시키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내 판단을 잠시 내려놓고, 한계가 아니라 가능성을 묻는 일은 어느새 제 삶을 바꾸는 연습이 되었습니다. 고객을 코칭하면서 동시에 저 자신도 코칭받고 있었던 셈입니다.
오래 함께한 고객이 성장해 코치가 되어가는 모습을 볼 때, 제가 코칭을 가르쳤던 분들이 함께 쓴 책을 선물로 가져왔을 때, 저는 이 일을 계속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은 단순히 결과를 만드는 과정만은 아닙니다. 그 안에서 사람을 만나고, 서로의 성장을 지켜보고, 함께 지나온 시간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일이 매 순간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일은 여전히 지루하고, 어떤 일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들 속에서도 의미의 실마리를 찾을 수는 있습니다. 의미 있는 일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하는 일을 의미 있게 바라보는 힘도 필요합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지루함만 보고, 어떤 사람은 그 안에서 기여와 배움과 성장을 봅니다.
그 차이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이 일이 무슨 의미가 있지?”에서 “이 일은 누구에게 도움이 되고 있지?”로. “왜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하지?”에서 “나는 이 일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있지?”로. “오늘도 똑같은 하루였어”에서 “오늘 작게라도 무엇이 나아졌지?”로. 어쩌면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더 멋진 일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을 더 깊이있게 바라보는 눈입니다.

※ 저와 함께 했던 코치님들이 쓴 책입니다. 사내에서 코치로 활동하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Finding meaning at work, even when your job is dull- Morten Hansen and Dacher Keltner
1. A job does not have to be exciting or noble to feel meaningful.
일이 지루하거나 반복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2. The authors distinguish between meaningful work and meaning at work.
저자들은 ‘의미 있는 일’과 ‘일에서 경험하는 의미’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3. Even ordinary jobs can provide meaning through contribution, learning, achievement, relationships, and autonomy.
일 자체가 거창하지 않아도, 기여·배움·성취·관계·자율성 속에서 의미를 느낄 수 있다.
4. Different people find meaning from different sources, so it is important to understand what matters most to you
사람마다 일에서 의미를 느끼는 원천은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의 요소를 찾아야 한다.
5. Meaning at work comes less from the title of the job and more from how the work helps others and helps you grow.
결국 일의 의미는 직업의 이름보다, 그 일을 통해 누구에게 기여하고 어떻게 성장하는가에서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