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에서 배우는 의사결정 잘하는 법,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이유

포커에서 배우는 의사결정 잘하는 법,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이유

좋은 결과가 항상 좋은 결정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나쁜 결과가 반드시 나쁜 결정을 뜻하는 것도 아니고요.
코칭리더십전체
동이
동동이Jun 2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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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이 잘 풀리면 “역시 내 판단이 맞았어”라고 생각하고, 일이 꼬이면 “그때 내가 틀렸구나”라고 후회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습관이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결과만 보고 결정을 채점하다 보면, 운 좋게 맞힌 선택은 실력으로 착각하고, 운 나쁘게 빗나간 선택은 버리지 말아야 할 좋은 원칙까지 함께 버리게 되거든요.

전 프로 포커 선수이자 의사결정 전문가로 활동하는 애니 듀크(Annie Duke)는 이런 오류를 ‘리절팅(Resulting)’이라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해, 결정의 질을 그 결정이 낳은 결과만으로 판단하는 습관입니다.

오늘은 애니 듀크의 포커식 사고법을 바탕으로, 우리가 일과 투자, 커리어, 인간관계에서 더 흔들리지 않고 판단하는 방법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애니 듀크는 누구인가요?

애니 듀크는 약 20년 동안 세계적인 프로 포커 선수로 활동한 인물입니다.

2004년에는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WSOP) 브레이슬릿을 획득했고, 같은 해 WSOP Tournament of Champions에서도 우승했습니다.

2010년에는 NBC National Heads-Up Poker Championship에서 우승했으며, 이후 2012년 포커계에서 은퇴한 것으로 소개됩니다.

현재는 포커 선수가 아니라 저자, 강연자, 의사결정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비영리 단체인 The Alliance for Decision Education의 공동 설립자이며, 벤처캐피털 First Round Capital에서 의사결정 과학 분야 Special Partner로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애니 듀크의 메시지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세상은 확실한 답을 맞히는 시험지가 아니라,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확률을 높여가는 게임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리절팅(Resulting)이란? 결과만 보고 판단하는 습관

리절팅은 말 그대로 결과(result)를 기준으로 사고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공부를 거의 하지 않고 찍은 시험에서 100점을 받았다고 해서 “공부 안 하는 게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열심히 준비했는데 하필 안 본 부분에서 문제가 나와 망쳤다고 해서 “공부는 쓸모없다”고 결론 내릴 수 있을까요?

아마 대부분은 아니라고 답할 겁니다.

그런데 실제 일상에서는 꽤 자주 이렇게 판단합니다.

  • 투자해서 수익이 나면 좋은 판단이었다고 믿습니다.

  •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처음부터 틀린 전략이었다고 단정합니다.

  • 면접에 합격하면 준비 방식이 완벽했다고 생각합니다.

  • 발표가 반응이 없으면 기획 자체가 별로였다고 느낍니다.

물론 결과는 중요합니다. 결과를 무시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결과는 결정의 품질을 보여주는 단서일 뿐, 그 자체가 정답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좋은 결정도 나쁜 결과를 만들 수 있고, 나쁜 결정도 운 좋게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우리는 엉뚱한 교훈을 배우게 됩니다.


왜 비즈니스와 인생은 체스보다 포커에 가까울까요?

애니 듀크가 자주 사용하는 비유가 있습니다.

인생과 비즈니스는 체스가 아니라 포커에 가깝다는 말입니다.

체스는 모든 말이 판 위에 드러나 있습니다.

상대가 어떤 말을 어디에 두었는지 누구나 볼 수 있죠.

숨겨진 정보가 거의 없고, 운이 개입할 여지도 작습니다.

그래서 실력과 결과의 연결이 비교적 선명합니다.

하지만 포커는 다릅니다.

상대의 패를 알 수 없고, 다음 카드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내가 합리적인 확률 계산을 했더라도 마지막 카드 한 장으로 결과가 뒤집힐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시장 조사를 열심히 해도 갑작스러운 경기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준비해도 경쟁사가 예상 밖의 가격 정책을 들고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준비가 조금 부족했던 일이 뜻밖의 흐름을 타고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질문은 “이겼느냐, 졌느냐” 하나가 아닙니다.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그때 우리가 가진 정보 안에서, 그 결정은 합리적이었나?


결과만 보고 배우면 조직은 잘못된 습관을 익힙니다

리절팅이 무서운 이유는 개인의 후회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직 안에서는 더 큰 문제를 만듭니다.

운 좋게 성공한 사람이 박수를 받으면 이런 메시지가 퍼집니다.

“꼼꼼히 검토하지 않아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

반대로 좋은 프로세스를 밟았지만 운이 나빠 실패한 사람이 과도하게 비난받으면 이런 메시지가 남습니다.

“분석해봤자 소용없다. 괜히 책임만 커진다.”

이렇게 되면 조직은 점점 결과만 포장하고, 과정은 숨기게 됩니다.

실패를 복기하는 회의도 “누가 잘못했나”를 찾는 자리로 변하고,

다음 결정을 더 낫게 만드는 학습은 사라집니다.

좋은 조직은 결과를 보되, 결과 뒤에 있던 판단 과정을 더 집요하게 봅니다.

실패했더라도 당시 정보 기준에서 합리적이었다면 그 원칙을 지키고, 성공했더라도 과정이 부실했다면 다음에는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운 나쁜 결정과 틀린 결정은 다릅니다

결과가 나쁘면 반드시 돌아봐야 합니다. 다만 돌아볼 대상이 중요합니다.

틀린 결정

마땅히 확인했어야 할 정보를 놓쳤다면 틀린 결정입니다. 리스크를 알고도 무시했거나, 반대 의견을 일부러 배제했거나, 검증 없이 감으로만 밀어붙였다면 결과가 어땠든 좋은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운 나쁜 결정

반대로 당시 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검토했고, 여러 대안을 비교했고, 리스크도 계산했는데 통제 불가능한 변수 때문에 실패했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건 틀린 결정이라기보다 운이 나빴던 결정에 가깝습니다.

둘을 구분해야 합니다.

나쁜 결과를 전부 “내가 틀렸다”로 해석하면 자신감이 무너집니다.

반대로 좋은 결과를 전부 “내가 잘했다”로 해석하면 자만이 커집니다. 둘 다 다음 결정을 망가뜨립니다.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을 기르는 3가지 방법

1. 결과보다 ‘그때의 판단 기준’을 복기하세요

일이 끝난 뒤 “성공했나, 실패했나”만 보지 말고, 결정을 내리던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그때 어떤 정보를 알고 있었나요? 어떤 정보는 몰랐나요? 어떤 가정을 했나요?

가장 걱정했던 리스크는 무엇이었나요? 대안은 몇 개나 비교했나요?

가능하면 중요한 결정은 짧게라도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결정 당시의 생각을 적어두면 나중에 결과를 본 뒤 기억이 바뀌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결과를 알고 나면 “그럴 줄 알았어”라고 느끼기 쉬운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후확신편향, 즉 hindsight bias라고 부릅니다.

결정 기록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 내가 선택한 안은 무엇인가?

  •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 성공 확률을 몇 퍼센트로 봤는가?

  • 실패한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 어떤 정보가 새로 나오면 생각을 바꿀 것인가?

이 정도만 적어도 다음 복기의 질이 달라집니다.

2. “될까, 안 될까” 대신 “몇 퍼센트일까”로 생각하세요

많은 결정은 흑백이 아닙니다. 된다, 안 된다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일이 훨씬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이 프로젝트 성공할까?”라고 물으면 사람들은 쉽게 찬반으로 갈립니다.

하지만 “성공 확률을 100번 중 몇 번으로 볼까?”라고 물으면 대화가 달라집니다.

누군가는 70%라고 말할 수 있고, 누군가는 45%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그렇게 보는지 근거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의견 충돌이 감정싸움이 아니라 정보와 가정의 차이로 바뀝니다.

확률로 생각하면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쉽게 자만하지 않게 됩니다.

80%의 결정도 20%는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니까요.

둘째, 실패를 너무 개인화하지 않게 됩니다.

70%짜리 좋은 결정이 실패했다고 해서 반드시 무능했던 것은 아닙니다.

확률이 현실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3. 결정하기 전에 ‘실패한 미래’를 먼저 그려보세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잠깐만 시간을 내서 이런 질문을 해보세요.

“6개월 뒤 이 일이 완전히 실패했다면, 가장 그럴듯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방법은 흔히 프리모템(premortem)이라고 불립니다.

사후 분석이 일이 끝난 뒤 원인을 찾는 것이라면, 프리모템은 시작 전에 실패를 미리 상상해보는 방식입니다.

이 질문은 생각보다 강력한데요.

사람들은 보통 시작 전에는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이미 실패했다”고 가정하면, 평소에는 말하기 어려웠던 걱정이 더 쉽게 나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 일정이 너무 촘촘한가?

  • 핵심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지 않았나?

  • 예산이 중간에 끊길 가능성이 있나?

  • 의사결정자가 너무 많아 실행이 늦어질까?

  • 성공 기준이 모호해서 나중에 평가가 어려울까?

실패를 상상하는 것은 비관주의가 아닙니다. 오히려 실패 가능성을 미리 낮추는 현실적인 준비에 가깝습니다.


이번 주말에 해볼 수 있는 20분 복기법

이번 주에 있었던 결정 하나만 골라보세요.

거창한 결정이 아니어도 됩니다. 회의에서 낸 의견, 고객에게 보낸 제안, 돈을 쓴 선택, 거절하거나 수락한 약속도 좋습니다.

그리고 아래 질문에 답해보세요.

질문

적어볼 내용

1

그때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은 무엇이었나?

2

내가 몰랐지만 중요했던 정보는 무엇이었나?

3

당시에는 성공 확률을 몇 퍼센트로 봤나?

4

결과가 좋았다면, 운의 비중은 없었나?

5

결과가 나빴다면, 과정이 정말 틀렸나?

6

다음번에 유지할 원칙은 무엇인가?

7

다음번에 바꿀 행동은 무엇인가?

여기서 핵심은 나를 칭찬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 결정을 조금 더 낫게 만드는 것입니다.


좋은 결정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좋은 결정이 매번 좋은 결과를 보장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을 조금씩 높이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진짜 고수는 한 번의 결과에 너무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겼다고 모든 과정을 정당화하지 않고, 졌다고 좋은 원칙을 버리지 않습니다.

대신 묻습니다.

“내가 그때 카드를 제대로 읽었나?”

“내가 알 수 있었던 정보 안에서는 최선이었나?”

“다음 판에서 더 좋은 확률을 만들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나?”

이 질문을 반복하는 사람이 결국 더 나은 결정을 쌓아갑니다.

이번 주말에는 결과만 떠올리지 말고, 그 결과 뒤에 있었던 진짜 과정을 한 번 복기해보세요.

운이 좋았던 성공과 과정이 좋았던 실패를 구분할 수 있다면, 다음 선택은 분명 조금 더 단단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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