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피스트 3기 모임에 아쉽게도 참석할 수 없어서 후기를 읽다가, Fractional HR 에 대한 강연 내용을 보고 제가 경험한 내용을 정리해보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프랙셔널 HR 인지도 모르고 경험했던 사례를 공유해본다.
Fractional HR은 정규직이 아닌 외부 전문가가 파트타임 형태로 조직에 참여해 HR 리더 역할을 수행하는 모델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Fractional CHRO, Fractional HR Director 같은 형태가 늘어나고 있고, 국가에 따라서는 Interim H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타이틀이 다양해서 계약 형태/업무 내용을 봐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사례 1.
사장에게 직보하고 본사HR (나) 에게 매트릭스로 보고하는 한 법인의 인사총괄이 개인사정으로 갑자기 휴직을 하게 되었다. 전직원은 약 300명 규모, 생산/제조인력 없고 인사팀 규모는 헤드 포함 3명. 당초 6개월 정도의 휴직이면 내가 리젼BP들과 함께 급한 것만 대신해서 처리하면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사정 상 휴직기간이 12개월으로 늘어났다. 이에 해당 법인장과 논의하여 인사 총괄 업무를 대신해 줄 인트림 에치알 매니저를 고용했다.
그는 30년 경력에 인사 전반 경험이 풍부하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글로벌 금융회사 출신 인사 임원이었다. 이제는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서 풀타임 대신interim HR, Fractional HR 로 전환한다고 했다.
(당시엔 프랙셔널 HR 이란 용어거 낯설어서 그냥 프리랜서로 조금만 일하겠다는 거구나 로 이해했다)
근무 조건은 주 3일 월,화,수 주당 20시간만 일하는 파트타임 계약이었다. 업무 범위는 HR operation 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병목 지점만 의사 결정해주고, 경영진에게 주요 사안에 대해 인사 관점으로 조언해주기였다. 12개월 뒤에는 기존 에치알 메니저가 복귀해야하니까 그가 휴직 간 사이에 조직이 너무 낯설어지지 않도록 새로운 일을 벌이지는 않기로 사전에 리전 헤드인 나와 로컬 경영진, 휴직 들어가는 인사총괄, Fractional HR Manager 가 합의했다.
면접때도 느꼈지만 같이 일하면 할수록 대화도 잘통하고 전문성도 있고 보상수준도 적당하고, 그야말로 완벽한 솔루션이었다. Fractional HR 매니저는 빠르게 적응했다. 파트타임이지만 기존 에치알 헤드보다 경영회의에서 존재감이 커졌고, 성향 상 Fractional HR Manager 가 기존 에치알매니저보다 사장과 잘 통하는 것 같았다. 그는 특히 설득의 말하기를 잘했다. 그의 화술과 외부자 시각을 빌어 해당 법인의 오래된 조직 문제에 대해 사장에게 피드백을 했다. 어떤 부분은 사장이 반응하지 않았던 부분들, 특히, 인사팀이 under staffed 되었다는 점, 회사 지원부서 업무 방식이 너무 행정/오퍼레이셔널해서 개선 여지가 있다는 점, 특정 부서장 때문에 조직 내 부서 간 협업의 이슈가 있으니 사장이 해당 부서장에게 피드백해서 개선해야 한다는 점 등. 기존 인사매니저가 말했을 땐 여러번 듣고도 움직이지 않던 사장이 Fractional HR 리더의 말은 귀담아 듣고 변화를 시도했다.
한편, 시간이지나자 본사 HR 과 로컬 경영진들이 만족해 하면 할수록, 휴직 들어간 인사 매니저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Fractional HR 이 혹시 마음을 바꿔서 본인의 자리는 탐내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2명의 에치알 팀원은 잡다한 일, 손많이 가는 것은 본인들이 다 처리하는데 Fractional HR 이 공을 다 가져간다고 불평했다. 어차피 1년만 있을거고 특별히 승진이나 성과평가를 받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Fractional HR 매니저가 본인이 잘한걸로 티를 내야하냐고.
문제는 11개월 뒤, 휴직 갔던 인사총괄이 복귀하면서 벌어졌다. Fractional HR 매니저와 한 달 간의 인수인계 overlap 기간이었다. 마침 회사 내에 한 사업부 조직개편 이슈가 발생했는데, 노무 업무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었다. 사장은 기존 인사총괄은 복직해서 적응하느라 바쁠 터이니, 이 프로젝트는 절대로 실수나 시행착오가 있으면 안되니까 이미 이런 업무에 경험이 많은 Fractional HR 에게 별도의 프로젝트 자문계약을 맡겨 지속적으로 협업하기를 원했다. 복직한 인사총괄은 격렬히 반대했다. 경험이 없더라도 노무사와 협의해서 이런 일을 직접 해봐야 본인도 성장하고 팀원도 성장하는데, 사장이 배움의 기회를 빼앗아간다며 크게 섭섭해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고, 기회가 있어야 유경험자가 되는데, 처음이라는 이유로 기회조차 못 가진다고.”
한번 빈정상한 경험을 하자 여기 저기 갈등 지점이 생겼다. Fractional HR 에게는 사장이 그 동안 외부 헤드헌터를 아낌없이 활용해도 된다고 했는데, 본인이 복귀하고 나서는 서치펌을 쓰려고 하면 비용절감 안 하냐고 사장이 눈치를 준다며, Fractional HR과 본인을 차별대우 한다고 했다. 본인이 복직을 했는데도 사장이 인사/조직/노무 관련해서 Fractional HR 에게 먼저 의견을 묻는 것도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공식적인 회의 석상이 아니면 둘이 따로 연락하는 것이 아주 거슬린다고.
내 입장에서는 Fractional HR 의 경영진 어드바이징, 코칭, 전략적 노무관리 등은 기대 이상이었다. 반면, 인사 디지털 시스템 영역은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인터뷰때 그는 최신 ATS, 성과관리 시스템에 대해 경험이 많다고 했으나, 나중에 보니 그는 실무를 놓은지 오래되어 그에게 설명하는 것보다 그냥 본사에서 처리하는게 나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사례 2.
최근 한 회사의 인사헤드가 입사한지 1년만에 퇴사했다. 후임 선정을 놓고 본사HR (나) 와 로컬 사장이 논의했다.
본사 HR : HR 헤드 채용은 시간이 걸리니 지금부터 채용을 시작하자. 올해 말까지는 본사에서 지원할테니 2027년 1월에 조인할수 있게 서두르자.
로컬 사장 : 기존 에치알 헤드가 입사 후 1년 간 조직 내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으니 회사에 오래 근무한 다른 부서 팀장에게 인사 헤드 포지션을 맡겨 보고 싶다. 내부 후보자의 지원을 검토해달라.
본사 HR : 해당 조직 내부 기존 리더십 중 그 누구도 HR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고, 특히 HR 은 회사에 근속연수 길고, 조직 구성원을 많이 안다고 수행할 수 있는 직무가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러므로, 외부에서 전문가를 시급히 채용해야 한다. 채용에 자신이 없거나 여력이 없으면 본사HR 에서 직접 프로세스 핸들링 하겠다.
로컬 사장 : 알겠다.
그러고 2주 뒤, 로컬 사장이 나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Fractional HR 서비스/Intrim HR 서비스를 활용해보면 어떻겠냐고.
해당 법인의 2026/2027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트랜스포메이션이다. 비즈니스 모델 과 조직 구조를 동시에 바꾸면서 일하는 방식도 변화해야한다. Transformation 계획 수립하는 것부터, 노조 대응, 직원/경영진에 대한 코칭까지 HR의 비즈니스 파트너링이 필요하다. 아무리 Management Assessment Center 를 해도, 이런 역량을 인터뷰로 검증하지 쉽지 않다. 에치알 헤드가 정규직으로 뽑아도 바로 이런 트랜스포매이션을 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안든다. 그리고, 직원들의 저항이 예상되는 변화도 있으니 새로온 헤드가 바로 직원들이 싫어할 일을 하게 하는 것보다 외부 전문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이었다.
아차 싶었다. 이 사장과의 예전 대화를 복기해보면 HR의 조직 내 가치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던건데 내가 캐치를 못했다.
2년 전 에치알 헤드 채용을 시작할 때, 사장은 나에게 물었다. HR Head 가 왜 사장에게 직접 보고해야하는지, Finance 나 다른 상위 경영진에게 보고하면 안 되냐고, 왜 HR 이 경영회의에 들어와야하는지 물었었다. 해당 조직의 경우, 이전에는 인사 헤드는 겸직 포지션이었다.(예를 들어, 한 매니저가 마케팅 50%, 인사 50%). 내가 유럽에 온 이후로,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은 HR 매니저가 반드시 full time 으로 있어야하는 것로 바꿨고 이에 2년전 full time 에치알 헤드가 처음으로 조직에 왔다.
왜 에치알헤드가 사장의 직보여야하냐는 그의 질문에 나는 뒷목을 잡으며, HR 은 당연히 사장의 오른팔이고 비즈니스 파트너라며 이런 저런 논리로 긴 시간 동안 그를 설득하여 끝내 HR을 사장의 직보로 만들었다. 당시에는 답답하게 느껴졌던 사장의 질문이이 지금은 너무도 철학적인 무거운 질문으로 되돌아왔다.
본질적으로 조직 내에서 HR Head 의 역할은 뭐지? 가치는 뭐지?
꼭 내부정규직이어야하나?
어떤 시기에는 외부 전문가가 더 나을수도 있나? 변호사 retainer 계약처럼
이 사장은 조직문화에도 관심이 많고 피플 관련 이슈를 직관적으로 꽤 잘 핸들링해오는 경영자이다. Employee Engagement 관련된 크고 작은 혁신적인 방식들이 시장에 나오자마다 도입을 시도해본다 (예를 들어, AI기반 직원 프리보딩/온보딩 툴을 이미 2023년에 도입했다) 타운홀 미팅도 정말 열과 성을 다한다. 그의 입장에서는 조직문화와 인사 전략을 대표이사가 직접 챙기고 채용이나 육성은 피플매니저들이 챙기는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경험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가치를 에치알 헤드가 줄 수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로컬 HR 구성원들은 처음으로 HR 전문가와 일해보니 많이 배울수 있었다며 기존 에치알헤드의 퇴사를 아쉬워했다. 25년간 인사쟁이로 일한 리더랑 일해보니 본인들도 어떤 부분을 채워야하는지 좀더 알게 되었단다. 회사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리더가 퇴사하니 불안하다고 했다. 내 입장에서는 로컬 인사리더의 퇴사가 인사팀의 불안요소로 작용하면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에 차질이 생길수 있다. 그래서 로컬 HR 구성원들에게 “당신들은 나랑 사장이 잘 챙길테니 믿고 따라와달라” 라며 안심을 시키려고 노력했다.
기존 에치알 헤드 퇴사 후, 나는 사장과 함께 로컬 HRBP 의 주간 팀 미팅을co-moderate 하면서 BP 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기존 로컬 헤드가 실제 어떤 기여를 했는지 어떤 부분은 거의 손을 놓고 있었는지 내가 직접 팀을 챙기면서 알수 있었다. 그는 늘 “잘 되고 있다” 라고 보고 했지만 실제로는 “잘 되고 있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HRBP 들은 업무가 너무 바빠서 사람들과 만날 틈이 없었다 라고 했다. 어떤 일을 하는지 봤더니, HRBP간 업무 내용이 서로 편차가 컸다. 동일한 포지션인데 누구는 회사 규정에 대한 직원 문의 대응이 누구는 병가 간 구성원의 복직 프로세스에 대한 행정 처리가 주 업무였다. 내 기준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HRBP의 역량과 전제가 현장에서는 충분히 전파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보였다. 참고로, 이것은 기존 에치알 헤드의 개인 역량만의 문제는 아니었고, 꽤나 복잡한 조직 내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HR 의 가치가 뭐지?
어떻게 해야 BP 가 BP답게 일할수 있게 만들지?
막상 BP 에게 HR Operational work 를 줄여주겠다고 하면 붙잡고 안놓는데 어떻게 놓게 하지. (익숙하고 눈에 보이는 업무를 하다가, 비즈니스 파트너 라는 눈에 안보이고 낯설고 어려운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것 같다)
답을 찾는 과정에서 Case 1 서의 경험이 꽤 도움이 되었다. Fractional HR 로 온 그는 HR IT 시스템들을 잘 다루지 못했지만, 사장에게 조직 문제를 보게 했고, 경영진의 의사결정/행동 변화를 만들고 피플 관련 리스크를 줄였다.
많은 생각이 들었고, 아직도 답을 찾는 과정이지만 HR 운영 모델부터 다시 세워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후에 이 두 경험은 2030 EMEA HR 운영 모델 구상하는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2030 EMEA HR 운영 모델 이야기는 다른 아티클에서 별도로 다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