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대에 맞지 않는 사람은 잘라내거나, 늘려버리면 된다."
그리스 신화 속 강도 프로크루스테스는 자신의 침대에 맞지 않는 여행자를 억지로 맞췄다. 키가 크면 다리를 자르고, 작으면 몸을 늘였다. 결국 여행자는 침대에 '딱 맞게' 되었지만, 그것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늘날의 조직,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안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문화 핏(Culture Fit)'이라 부르거나, '우리 방식대로'라는 말 뒤에 숨긴다.
기준이 사람을 재단할 때
스타트업은 초기에 강한 문화를 만들려 한다. 그것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그 문화가 '살아있는 기준'이 아니라 '고정된 침대'가 될 때 시작된다.
"우리 팀은 이렇게 일해요." "우리 문화에서는 이게 당연한 거예요." "여기서는 원래 다 이렇게 해요." 이 말들이 설명이 아닌 압박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조직은 이미 프로크루스테스의 방에 들어선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소통하고, 성장한다. 어떤 사람은 깊이 고민하고 천천히 실행하며, 어떤 사람은 빠르게 시도하고 수정한다. 어떤 사람은 혼자 집중할 때 최고의 결과를 내고, 어떤 사람은 부딪히며 함께할 때 빛을 발한다. 이 차이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조직이 하나의 기준만을 정답으로 삼는 순간, 나머지는 모두 '문제'가 된다.
HR의 역할 — 침대를 설계하는 사람인가, 사람을 이해하는 사람인가
HR은 조직의 기준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우리가 만든 기준은, 다양한 사람이 자신의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가? 아니면 특정한 유형의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가?"
채용 기준, 평가 방식, 온보딩 프로세스, 팀 운영 방식. 이 모든 것이 '침대'가 될 수 있다. 좋은 HR은 침대의 크기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눕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한다.
스타트업이 특히 취약한 이유
스타트업은 속도와 생존을 위해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와 다른 사람'을 걸러내는 일이 효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반복될 때, 조직에는 점점 비슷한 사람들만 남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 겉으로는 강한 문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관점을 잃어버린 조직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다름'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기준은 필요하다, 그러나 살아있어야 한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문제인 이유는 '기준 자체'가 아니다. 그 기준이 사람보다 중요해지고,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조직의 기준은 살아 움직인다. 사람이 들어오면 기준도 함께 진화한다. 새로운 구성원의 관점이 반영되고, 기존의 방식이 도전받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더 단단하고 유연한 문화가 만들어진다.
그것이 침대가 아닌, 함께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다.
마치며…
나는 HR을 하면서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사람을 기준에 맞추고 있는가, 아니면 기준이 사람을 담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는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이야기는 잔인한 신화가 아니다. 우리가 매일 조직 안에서 반복할 수 있는 선택에 대한 경고다.
침대의 크기를 바꿀 용기, 때로는 침대 자체를 다시 만들 용기. 그것이 사람을 다루는 일을 하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