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on1, 성과평가, 동료 리뷰. 이제 우리는 피드백을 일상적으로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피드백에는 그 사람의 관점과 기준이 섞여 있습니다.
같은 행동을 두고도 누군가는 "신중하다"고 평가하고, 다른 누군가는 "결정이 느리다"고 말합니다.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각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요? 피드백을 '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데이터'로 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데이터는 누가 모아야 할까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내 행동과 결과를 가장 가까이서 직접 추적하고 기록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입니다.
여러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내 행동과 실제 성과를 스스로 기록하고 살펴볼 때,
비로소 내가 어떤 방식으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그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것을 체계적인 방법으로 정리한 사람이 바로 피터 드러커입니다.
그는 이를 '피드백 분석'이라 불렀는데,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피드백과 구분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셀프 피드백 분석'이라 부르겠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드러커는 이 개념을 개인의 자기경영에 가져오면서도,
그 뿌리는 경영학이나 공학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기원은 14세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느 독일 신학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로부터 150년이 지난 뒤 칼뱅주의자들과 예수회 수도자들은
각각 독자적으로 비슷한 훈련을 실천했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기대하는 결과를 미리 기록해 두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실제 결과와 비교하는 방식이었죠.
드러커는 이 두 집단이 불과 30년 만에 유럽을 지배하는 세력으로 성장한 배경에,
바로 이 피드백 분석법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즉, 피드백이라는 개념의 뿌리는 경영학이 아니라 자기 수양과 자기인식이라는 오랜 전통에 있습니다.
드러커는 이 오래된 방법을 20세기 지식노동자의 언어로 재해석해 '피드백 분석'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원래 피드백은,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훈련 방법이었던 셈입니다.
방법 자체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기대하는 결과를 미리 기록해 둡니다.
그리고 6개월, 1년 후 실제 결과와 비교합니다.
무엇이 예상보다 잘되었는가?
무엇이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그 성과를 만든 행동과 역량은 무엇이었는가?
어떤 환경과 역할에서 나의 강점이 잘 발휘되었는가?
이 과정을 반복하면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 사이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근거 없는 자기 확신이 아니라, 결과로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강점이라는 단어를 우리는 너무 쉽게 씁니다.
하지만 진짜 강점은 생각보다 좁게 정의되어야 합니다.
글로벌 리더십 역량 진단 도구인 성공진단(SuccessFinder)의 관점에서,
강점은 단순히 잘하는 기술이나 긍정적인 성격 특성이 아니라
역량과 내재성향이 결합되어 반복적으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복잡한 정보를 빠르게 구조화해 성과를 내는 문제해결 방식을 선호한다면,
이 역량행동의 바탕에는 새로운 문제를 탐구하고 원리를 찾으려는 논리성, 학습성 같은
내재성향(Behavioral Trait)이 지속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더라도,
상대의 요구를 파악하고 합의를 이끄는 협상력이 개발되어 있지 않다면
그 성향은 성과로 이어지는 강점이 되기 어렵습니다.
진정한 강점은 다음 세 가지가 만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쓰는 내재성향 + 관련된 기술과 지식 +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출처: SuccessFinder)
"나는 일을 잘한다"는 표현만으로는 강점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하이퍼포머(High Performer)는 자신이 성과를 내는 선호 행동역량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는 복잡한 문제에서 핵심 쟁점을 빠르게 찾아낸다.
나는 모호한 목표를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전환한다.
나는 서로 다른 의견을 공통의 목표로 정렬한다.
나는 상대의 관심사를 파악해 의사결정을 이끌어낸다.
셀프 피드백 분석은 '성과가 좋았다'는 결과보다,
그 성과를 만들어낸 행동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게 합니다.
여기에 행동을 만들어내는 근본 동기인 내재성향까지 파악하면,
강점을 훨씬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성과를 냈더라도 어떤 성과는 지나치게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투입한 결과이고,
어떤 성과는 나의 내재성향이 자연스럽게 몰입을 이끌어낸 결과입니다.
즉, 노력을 덜 들이고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뜻입니다.
성과는 높았지만 지나치게 에너지를 소진한 일은 무엇이었는가?
자연스럽게 몰입했고, 다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었는가?
이 질문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지속적으로 잘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역량 진단 도구를 이미 활용하고 있다면,
셀프 피드백 분석과 함께 사용할 때 훨씬 정확하고 빠르게 자신의 강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단,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진단 결과에 높게 나타난 역량이라고 해서
곧바로 실제 성과 강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진단은 가능성과 경향을 보여주는 '자기인식의 지도'입니다.
셀프 피드백 분석은 그 지도를 들고 실제 업무 현장에서 어떤 길이 효과적인지 확인하는 검증 과정입니다.
진단으로 가설을 세우고, 셀프 피드백 분석으로 이를 확인합니다.
진단에서 나타난 역량 강점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가?
어떤 내재성향이 몰입과 실행을 촉진했는가?
같은 성향이 어떤 상황에서는 오히려 성과를 방해하지는 않았는가?
어떤 역할과 환경에서 나의 역량이 가장 큰 가치를 만드는가?
결국 나를 잘 안다는 것은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것을 넘어,
내가 실제로 만들어낸 결과를 관찰하는 것입니다.
피터 드러커의 피드백 분석은 자신을 평가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자신의 역량과 내재성향이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만드는지 발견하고,
이를 반복 가능한 '성과 공식'으로 발전시키는 자기경영의 방법입니다.
"이 길이 나에게 정말 맞는 것일까?"
"1년 후, 5년 후에도 나는 이 일을 해야할까?"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가 말했듯,
일도 인생도 끌려다녀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마음속에 이런 의문을 품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대신,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자신을 움직이며,
어떤 환경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내는지 발견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 강점에 에너지를 집중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