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북중미 월드컵 돌풍의 주역인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모리야스 감독은 국가대표 시절 스타플레이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축구 명문고 출신도 아니었고, 실업팀에 입단할 때도 마지막 순번으로 지명됐다.
실업 선수가 된 후에도 2년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래도 오전에 회사에서 일하고 오후에 축구 연습을 하며 실력을 키워 3년 차에 주전이 됐다. 2004년 지도자 변신 후에도 유소년 코치로 시작해 8년 만에야 자신이 선수로 뛰었던 구단의 감독이 됐다.
2018년 일본축구협회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그를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지명하자 일본에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J리그 우승을 3차례 이끌었지만 외국인 명장도, 축구 명문대 출신도 아닌 고졸 비주류 감독이 해외파 스타 군단을 이끌 수 있겠냐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협회는 청소년 대표팀과 국가대표팀을 동시에 맡기며 그에게 미래를 걸었다. 모리야스 감독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연파하며 그 믿음에 답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무엇을 배웠는가?’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몸소 말해주는 산증인이다.

SK하이닉스가 신입사원 채용에서 학력 제한을 전면 철폐한다.
신입사원 수시 채용부터 기존 채용 공고에 명시하던 ‘4년제 학사 학위 이상 지원 가능’ 등 학력 자격 요건을 모두 삭제한다. 지원자가 보유한 경험, 직무 역량, 기업문화 적합성 등에 따라 학력과 무관하게 누구나 지원하고 합격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는 설계, 소자, R&D 등 직무의 기술 사무직 채용 시 최종 학력이 고졸이어도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생산직 채용에서 지원 자격을 고등학교·전문대 졸업자로 제한해 왔으나, 향후 이 같은 제한도 사라질 전망이다. 대졸자가 SK하이닉스의 높은 성과급을 노리고 최종 학력을 속이며 생산직에 지원하는 등 이상 현상도 사라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신입채용 학력철폐는 AI시대를 맞아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실제 직무 수행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 온 AI 시대 인재상과 맥을 같이한다. 최회장은 최근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스스로 질문하고 본질을 파고드는 ‘생각 근육’, 새로운 기술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하는 ‘적응 근육’, 다양성을 이해하고 유연하게 협업하는 ‘공감 근육’ 등 ‘3대 근육’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국내에서 학벌 대신 역량을 중시하는 채용 원칙을 기업 문화에 선제적으로 안착시키고 수십 년간 지속해 온 사례의 중심에는 삼성그룹이 있다. 삼성은 '인재제일(人材第一)' 경영철학에 따라 능력 중심의 인사를 실천하기 위해 채용 제도를 지속적으로 혁신해 왔다.
1957년 국내 최초로 신입사원 공채를 도입한 이래 1993년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하며 국내 기업의 채용 문화 혁신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5년 공채 전형에서 학력 제한을 전면 폐지하며 입사 자격요건에서 학력, 국적, 성별, 나이, 연고 등을 제외하는 채용 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인성과 직무 적성을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역시 대표적인 인사 혁신 사례로 꼽힌다.
해외기업 사례로는 테슬라가 있다. 일론 머스크는 “명문대 졸업이 곧 뛰어난 업무 능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며 10여 년 전부터 TESLA와 SpaceX 채용 기준에서 학력을 제외했다.

인사관리의 본질은 ‘불확실성 줄이기’이다. 기업이 채용전형에서 확인하고픈 질문은 단 한가지이다. “이 사람이 입사 후 좋은 성과를 낼 것인가?”
그러나 채용시점에서는 이를 알 도리가 없다. 추정만 할 뿐이다. 추정할 여러 정보 중 대표적인 정보가 ‘학력’이었다. 특정 대학에 입학했다는 사실은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 능력과 성실성 보유자를 의미했고 졸업장은 목표달성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대규모 공채가 일반적이던 국내 기업에서는 수천명의 지원자를 짧은 기간에 선별해야 했기에 학력이라는 효율적인 필터가 필요했다.
문제는 학력이 직무수행역량의 완벽한 대리변수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반드시 뛰어난 인재가 되는 것은 아니며, 저조한 학력이라도 높은 성과를 발휘하는 사례는 흔하다.
기업은 이를 오래전에 깨달았지만, 뿌리깊은 관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제 조금씩 벽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정책기본법은 사업주가 모집·채용 과정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학력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의 포인트는 ‘채용단계’인 바, 취업기회 제공 과정의 공정성을 강조하지만, 입사 후 인사관리까지 일률적으로 규제하지는 않는다.
반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은 보다 엄격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동일한 채용 절차와 동일한 평가 과정을 거쳐 입사한 직원에 대해 학력만을 이유로 다른 직급을 부여하거나 임금·승진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는 채용 전 단계에서 학력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으나, 입사 후 동일 직무 수행 직원간 학력만을 이유로 지속적인 처우 차이를 유지하는 것은 정당성이 약하다는 의미이다.
[참고] 인권위 결정례 : 2021. 6. 29. 21진정0043600
“채용 과정에서 특별히 학력이나 학위를 선발요건으로 설정하지도 않았고,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학력을 이유로 기본급, 호봉체계에서 차이를 두는 것은 부당하다.”
결국 법원, 고용노동부, 인권위 모두 오로지 학력만을 이유로 근로조건의 차이를 두는 것은 부당한 차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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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HR의 가장 큰 변화는 ‘학력중심 채용’에서 ‘역량중심 채용’으로의 이동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이를 “Degree Inflation의 종말”이라고 설명한다.
생성형 AI가 지식을 제공하는 시대에는 많은 지식 보유자의 경쟁력보다는 학습 민첩성,문제 정의 능력, 협업 능력, AI 활용 능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는 실제 프로젝트 수행 경험, 업무 포트폴리오, 기술역량 검증 결과 등이 채용지표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결국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가 아닌 “조직의 성과 창출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로 질문이 변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 채용담당자가 답해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다.
"학위라는 스크리닝 필터가 사라진 자리,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서류 검증 시스템의 고도화 필요성)
"우리 조직의 면접관들은 '간판'을 보지 않고 '알맹이(역량)'를 알아볼 눈이 있는가?"
(면접관 교육 및 평가 가이드라인 재정비)
"학력 철폐로 들어온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을 포용할 조직 문화가 준비되었는가?"
(다양성과 포용성(D&I)의 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