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거짓말이 조직의 사실이 될 때

한 사람의 거짓말이 조직의 사실이 될 때

'제주 연쇄 실종 사건'이 보여준 데이터와 조직 신뢰자본 관리
조직문화성과관리조직설계전체
수현
박수현Sep 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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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신뢰는 구성원이 실수하지 않아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실수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때도 그것이 조직 전체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구조가 있을 때 만들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장미란 씨 실종 사건은 한 경찰관의 일탈을 넘어 조직의 ‘신뢰자본’이 어디에서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5월 장씨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은 실제로 장씨와 통화하지 않았음에도 연락이 닿은 것처럼 신고자에게 알리고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가족의 반복된 신고로 뒤늦게 수색이 재개됐고, 결국 장씨는 최초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104일 만에 발견되었다. 이 사건의 원인과 구조는 공기관이나 경찰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이번 사건을 기업 현장에 대입하여, 기업에서 놓치고 있는건 없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개인의 일탈로만 보면 놓치는 것

처음에는 담당 경찰관의 직무유기와 허위 보고 문제처럼 보였다. 그러나 경찰이 해당 경찰관이 처리한 실종 신고 298건을 다시 살펴본 결과, 9월 1일 기준 추가로 25건의 허위 종결 의심 사례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10건은 실제 확인 없이 소재를 확인한 것처럼 처리했고, 나머지 15건에서는 실제 상황과 다른 종결 사유가 입력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경찰관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어떻게 한 사람이 입력한 정보가 아무런 제동 없이 조직의 ‘사실’이 될 수 있었을까. 실종자를 직접 확인했는지, 실제 통화 기록이 있는지, 입력된 종결 사유와 다른 행정 데이터가 일치하는지를 시스템이 자동으로 검증했다면 어땠을까. 한 사람이 사건을 종결할 때 관리자가 근거를 다시 확인하도록 설계돼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경찰청은 이번 사건 이후 실종 사건 처리 결과를 형사과장이 다시 확인하도록 하고, 향후 담당자가 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관리자가 입력 내용과 사유를 확인한 뒤 승인하도록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의 관련 지휘라인에 대해서도 감찰이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가 있다고 데이터 기반 조직은 아니다

이 사건은 AX를 추진하는 기업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AI를 도입하면 이런 문제가 사라질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시스템에 입력된 ‘장씨와 연락이 됐다’는 정보가 사실이라고 전제한다면 AI는 인간보다 더 빠르고 일관되게 사건을 정상 종결로 분류했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데이터가 사실인지 검증하는 구조다. AX 시대에는 업무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고 한 사람의 입력값이 다음 프로세스의 판단 근거가 된다. 채용시스템의 평가 결과, 안전점검의 완료 표시, 고객 민원의 해결 처리, ESG 데이터의 정상 수치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데이터 하나가 시스템을 통과하면 그 이후 단계는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오히려 잘못된 결론을 강화할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시스템에는 정상적인 업무 흐름만큼이나 예외를 발견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확인 완료’라고 입력했다면 확인을 증명하는 데이터가 있는가. 이전 기록과 모순되는 값이 입력되면 누군가에게 경고하는가. 중요한 사건을 종결할 때 한 사람의 판단만으로 가능한가. 비정상적으로 빠른 종결이나 특정 유형의 반복 처리처럼 평소와 다른 패턴을 조직은 발견할 수 있는가. 이것이 앞으로 AI가 조직에 들어올수록 더 중요해지는 ‘내부통제’ 기능과 역할이다.

업무 부담도 시스템이 보아야 할 데이터다

또 하나 살펴볼 부분이 있다. 경찰 조사에서 담당자는 미종결 사건이 남으면 관리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는 부담 때문에 허위 종결했다고 진술했고, 경찰의 프로파일러 분석에서도 누적된 업무 부담과 피로, 회피적 대처 등이 배경으로 제시됐다. 물론 업무 부담이 허위 기록이나 직무유기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HR의 관점에서는 여기에서 질문을 멈춰서는 안 된다.

조직의 업무 구조가 ‘정확하게 처리하는 사람’보다 ‘빨리 종결하는 사람’에게 편한 구조는 아니었는가. 미해결 업무가 쌓일 때 지원하거나 재배분하는 장치는 있었는가. 관리자는 사건의 숫자뿐 아니라 처리 과정의 이상 신호를 보고 있었는가. 좋은 내부통제는 사람을 믿지 않는 시스템이 아니다. 사람이 피곤할 수도 있고, 판단을 잘못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다는 현실까지 포함해 설계된 시스템이다.

결국 조직의 신뢰는 구성원의 선의나 성실성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잘못된 판단이 조직의 사실이 되기 전에 멈추게 하고, 이상 신호를 발견했을 때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가 신뢰를 지킨다. AX 시대의 경쟁력 역시 더 많은 데이터를 쌓는 데 있지 않다. 어떤 데이터가 잘못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오류가 어디까지 번질 수 있는지를 먼저 설계하는 데서 시작된다. 공들여 쌓은 신뢰자본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지 않도록 사람이 아닌, 구조와 시스템으로 세워졌는지 점검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우리 조직에 던지는 질문

  • 우리 조직에서 한 사람이 ‘완료’ 버튼을 누르면 그대로 다음 프로세스로 넘어가는 업무는 무엇인가?

  • 시스템에 입력된 데이터가 실제 사실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데이터가 존재하는가?

  • 직원의 업무량과 미처리 건수가 일정 수준을 넘었을 때 관리자가 개입하도록 만드는 신호가 있는가?

  • AI를 도입한다면, 우리는 사람의 판단을 자동화하고 있는가, 사람의 잘못된 판단까지 자동화하고 있는가?

조직의 진짜 신뢰자본은 실수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이 조직의 사실이 되지 못하도록 만드는 구조에서 만들어진다.


수현
박수현
고용 임팩트를 위한 생태계를 설계합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람과 조직의 역량을 지속가능한 임팩트로 전환하는 구조와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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