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인턴>은 패션기업을 이끄는 워커홀릭 CEO 선우(한소희)의 회사에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가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2015년 개봉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김도영 감독이 한국 배경으로 옮겼다.

줄거리는 이렇다. 은퇴 후 다시 출근한 실버 인턴 기호와 젊은 CEO 선우가 한 직장에서 만나 서로의 방식과 속도를 알아가는 이야기다. 세대 차이에서 비롯되는 낯섦과 거리감, 존댓말 문화와 직장 안의 관계를 따라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게 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처음에는 단순히 기업의 사회공헌형 이벤트나 보여주기식 제도로 시작된 듯했지만, 기호의 풍부한 인생 경험과 차분한 지혜는 조직의 혼란을 잡고 CEO 선우의 든든한 조력자로 자리 잡게 만든다. 이 영화가 많은 인사담당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단순한 세대 화합을 넘어, ‘잘 설계된 인턴제도가 조직의 체질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 환경에 맞춘 인턴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영화 <인턴>에서 얻을 수 있는 HR 차원의 설계 핵심 포인트 3가지를 생각해 본다.
‘인턴’이라는 용어는 노동시장에서 흔히 활용되고 있으나, 노동관계법률에서 정의된 개념은 없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장래 근로활동을 준비하고자 공공기관이나 일반 사업장 등에서 교육・연수・현장실습 등을 받는 청년층’을 인턴이라 칭하고 있다.

인턴제도는 학생을 포함한 취업준비생들에게 업무경험을 제공하고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사전에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도입되어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다.
호그와트에 입학한 신입생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화려한 기숙사가 아니다. 자신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맞춤형 지팡이’이다. 인턴제도 역시 마찬가지 이다.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그대로 복제하기 보다는 인턴이 조직 안에서 스스로 역량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돕는 환경 조성이다. 겉치레뿐인 인턴십을 성장의 용광로로 탈바꿈 시킬 수 있는 ‘톱니바퀴 설계도’는 무엇일까?

영화 속 CEO 선우는 기호의 진가를 알아보고 그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기며 깊은 신뢰를 보낸다. 인턴제도가 형식적인 스펙 쌓기용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완결성있는 과제를 부여하고 공정하고 주기적인 피드백이 수반되어야 한다.
인턴제도는 단순한 단기 인력 충원 수단이 아니다. 영화 속 CEO 선우와 기호처럼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재를 발견하고 육성하는 전략적 투자이다. 세대와 경력을 넘어 서로 학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적인 인턴제도 설계의 첫걸음이다.
자문해보자. 인턴에게 매일 복사, 자료 조사, 엑셀 정리만 시키고 있진 않은가? 현업 부서가 바쁘다 보니 "이것 좀 정리해 주세요" 수준의 주변 업무만 맡기다 인턴십이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운전면허 실기시험에서 보조석에 앉아 지도만 본 사람에게 "운전 잘하네!"라며 면허를 줄 수는 없다. 실전 업무는 불확실한 문제를 정의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며 책임 있게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정해진 답을 정리하는 속도나 성실함만 봐서는 이 지원자가 진짜 '실전 운전'을 잘할지 알 길이 없다. 결국 인턴십이 '직무 평가'가 아닌 단순한 '태도 체크형 체험판'으로 전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한계를 깨는 열쇠는 바로 '작지만 완결성 있는 과제'에 있다. 아무리 작아도 기획부터 실행, 결과 도출까지 인턴이 직접 핸들을 잡고 운전해 볼 수 있는 단독 프로젝트를 쥐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지원자의 진짜 역량과 잠재력이 비로소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 초반 기호는 출근 후 아무런 업무도 부여받지 못해 모니터만 바라보며 대기한다. 많은 기업이 인턴을 채용해 두고 단순 잡무만 맡기거나 방치하는 실수를 범하는 모습이 겹쳐진다.
기업 입장에서 인턴십은 상당한 소요시간과 비용,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중장기 프로그램이다. 인턴십에 참여하는 지원자 역시 학업, 타기업 입사 도전, 자격시험 도전 등을 병행하기 어렵기에 선택을 강요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입사경쟁력이 높은 지원자일수록 장기간의 인턴십 참여가 부담이 되고 입사가 확실한 기업으로 이동하게 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우수한 인재’ 선별이 아닌 ‘참여 가능한 인재’로 인턴이 구성될 가능성이 크고 축소된 후보군내에서 평가가 이루어 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제도 설계도가 필요하다. 단순 체험 제공이 아닌 인턴십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뚜렷한 밑그림이 필요하다.
설계도 없이 운영되는 인턴십은 ‘방목형 인턴’으로 운영되기 쉽다. 채용부서는 역량 검증을 목적으로 인턴십을 설계하지만 인턴을 지도해야 하는 현업부서는 상시 업무에 허덕이며 인턴을 관리하지 못한다. 과제를 부여받지 못하고 피드백을 듣지 못한 인턴은 혼자 남겨져 하루종일 과거 보고서를 훑어보는 모양새이다. 방치형 인턴은 훗날 부정적인 경험을 전파하고 이는 치명적인 채용 브랜딩 실패로 이어진다.

성공적인 인턴십은 단기 인력 충원을 넘어 조직에 새로운 시각과 역동성을 불어넣는 전략적 투자이다. 영화 <인턴>의 시니어인턴 기호와 CEO 선우처럼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경험과 트렌드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강력한 시너지가 발생한다.
인턴을 단순한 수련생이 아닌 ‘함께 성장할 파트너’로 바라보는 인사적 관점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