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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꽤 핫했던 직무, 왜 2년 만에 보이지 않게 됐나

한때 꽤 핫했던 직무, 왜 2년 만에 보이지 않게 됐나

Learning & Development Business Partner(LDBP)의 부상과 퇴조, 그리고 남겨진 것들
교육HRBP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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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hwan HyunFeb 2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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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은 ‘LDBP라는 직무명은 실패한 것 같다’는 생각을 전제에 두고 쓴 글 임을 밝힙니다.

2021~2022년, 당시에 LinkedIn에서 해외 분들의 피드를 조금만 들여다봐도 한 가지 직무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Learning & Development Business Partner'. 흔히 LDBP라고 불린 이 직무는 교육·개발(L&D) 영역을 비즈니스와 직결시키겠다는 패기 넘치는 선언처럼 등장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글로벌 컨설팅 펌도 'L&D도 이제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연달아 내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 2024년 초까지 글래스도어 같은 해외 채용 사이트에서는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직무는 어디로 갔을까요?

왜 등장했나 : 팬데믹이 바꿔 놓은 학습의 무게

LDBP는 우연히 생겨난 직무가 아니었습니다. 코로나 19는 기업들에게 '지금 우리 조직이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갑자기, 그리고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전 직원이 재택근무로 전환되고, 디지털 전환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면서, 기업들은 학습과 역량 개발을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HRBP(HR Business Partner) 모델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L&D 영역에도 같은 논리가 이식되었습니다. '교육팀이 현업과 단절된 채 강의실만 운영할 게 아니라, 교육의 어떤 유형을 감안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업 전략을 이해하고 비즈니스 리더와 나란히 앉아서 조직의 성과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LDBP라는 타이틀은 그 철학의 외형적 표현이었습니다.

왜 사라졌나 : 타이틀과 현실 사이의 간극

문제는 직무명이 바뀌어도 업무 방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데 있었습니다. L&D 전문 커뮤니티인 360Learning에 따르면, LDBP라는 타이틀을 달고도 여전히 현업이 요청한 교육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Order Taker 함정'에 빠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름은 파트너인데 하는 일은 벤더와 다를 바 없었던 셈입니다. 이 문제 의식은 L&D 베테랑 Jess Almlie가 쓴 저서 『L&D Order Taker No More』에서도 핵심 주제로 다뤄질 만큼, 현장에서 오랫동안 곪아온 문제였습니다.

여기에 2023년부터 시작된 테크 기업 대규모 구조조정이 조직 전반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Meta, Amazon, Google이 줄줄이 인원 감축을 발표하며 간접/지원 부서에 칼을 댔고, 특히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기여를 측정하기 어려운 L&D는 더욱 취약했습니다. L&D 전문 리서치/콘텐츠 플랫폼인 Elucidat의 2025년 분석에 따르면, 영국 기준으로 약 2,500명 이상의 L&D 전문가가 구직 중인 반면 공개된 포지션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설상가상으로 AI가 콘텐츠 제작의 판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Josh Bersin의 분석에 따르면, 생성형 AI 툴들이 e-러닝 모듈, 교안, 퀴즈를 인간 작업자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L&D 팀이 존재 이유로 내세우던 콘텐츠 개발 전문성이 급속히 범용화 되었다고 합니다. 같은 흐름 속에서 조직이 플랫 해지면서 현업과 지원 조직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던 포지션들이 통폐합의 첫 번째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 흐름 속에 IBM이 400여명의 글로벌 HR을 해고하고 AI 챗봇으로 대체하는 일도 일어나면서 전반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었습니다. (물론, IBM에서 다시 HR을 채용하면서 실패로 끝난 것처럼 보여지긴 합니다)

사라진 것인가, 흡수된 것인가

흥미로운 점은, LDBP라는 타이틀은 줄었지만 그 역할에 대한 기대는 오히려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LinkedIn 2025 Workplace Learning Report에 따르면, 비즈니스 전략에 학습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것이 L&D의 최우선 과제로 2년 연속 꼽혔으며, 데이터 리터러시와 비즈니스 임팩트 측정 역량이 L&D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핵심 스킬로 부상했습니다. 지금 채용 공고에서 L&D Manager, Learning Consultant, People Development Lead 같은 직함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2021년의 LDBP 직무 기술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별도의 타이틀 대신, 모든 L&D 전문가가 비즈니스 파트너십 역량을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는 기대가 내재화 된 것입니다.

IBM이나 Unilever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L&D 조직을 재편하면서 내세운 방향도 비슷합니다. 별도의 파트너 레이어를 두는 것보다, 소수의 L&D 리드가 비즈니스 임팩트 측정, 스킬갭 분석, 경영진 커뮤니케이션까지 아우르는 구조로 통합하는 것입니다. 역할은 살아 있지만, 레이어는 압축된 셈입니다.

이 변화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

LDBP의 흥망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남습니다.

첫째, 타이틀은 전략이 아닙니다. 역할을 세분화하고 새로운 직무명을 붙이는 것 만으로는 조직이 기대하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LDBP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철학은 좋았지만, 그 역할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 개발과 조직 문화의 변화가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둘째, L&D가 살아남으려면 교육을 잘 만드는 팀이라는 자기 정체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제 요구되는 것은 스킬갭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 효과를 비즈니스 성과와 연결하며, CFO 앞에서 투자 대비 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역량입니다. 콘텐츠가 아니라 임팩트로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셋째, L&D 커리어를 쌓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 순간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비즈니스 언어로 말하고 있는가, 아니면 교육 언어로만 말하고 있는가? LDBP 유행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특정 유행을 이끈 힙한 직무명의 탄생이 아니라, L&D가 비즈니스와 같은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HR 전반에 여전히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LDBP는 너무 일찍 왔던 직무였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디어는 옳았지만, 조직도 사람도 그 아이디어를 온전히 실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 준비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입니다. 거창한 타이틀 없이도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앞으로의 L&D 판을 이끌어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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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hwan Hyun
프로액티브 한 문제해결자
L&D 직무를 졸업하며, 개발자에서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 교육과 조직문화 담당자로 일하면서 얻은 모든 인사이트와 노하우를 공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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