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업은 늘 좋은 말입니다.
리더십 교육에서도, 타운홀에서도, 핵심가치 소개 자료에서도 협업은 빠지지 않습니다.
함께 일해야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조직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평가 시즌이 되면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구성원은 말합니다. “저는 제가 맡은 일을 다 했습니다. 제 평가를 제대로 해주세요.”
팀은 함께 성과를 냈지만, 평가는 상대적으로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협업을 독려하는 조직의 메시지와 개인을 가르는 평가 방식이 한순간에 충돌합니다.
이 장면이 반복될수록 구성원은 조직의 진짜 메시지를 학습합니다. 협업은 포스터에 적힌 말이고, 평가는 현실이라고 말입니다. 결국 사람은 구호보다 제도에 반응합니다.
개인 목표 달성률이 승진과 보상의 핵심 기준이 되는 구조에서, 동료를 돕고 팀의 공동 과제에 시간을 쓰는 일은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일 수는 있어도 ‘고성과자’가 되는 길은 아닐 수 있습니다.
협업이 평가에서 늘 어려운 이유는 분명합니다. 첫째, 우선순위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개인 과제와 협업 과제가 동시에 주어지면 사람은 자신의 평가에 직접 연결되는 일을 먼저 선택하게 됩니다. 둘째, 협업 성과는 기여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공동으로 만든 결과물에서 누가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깔끔하게 분리하기 어렵습니다. 셋째, 보이지 않는 기여가 너무 많습니다. 갈등을 조율하고, 정보를 연결하고, 다른 팀이 일하기 쉽게 판을 깔아주는 사람은 실제로 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숫자로 포착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협업은 중요하다고 강조되지만, 정작 평가의 언어로 번역되는 순간 쉽게 사라집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평가만이 아닙니다. 리더의 행동입니다. 무엇이 바람직한 행동인지 리더가 일관되게 보여주지 않으면 협업은 제도 안에서도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리더가 회의에서 누구의 기여를 인정하는지, 어떤 행동을 칭찬하는지, 성과를 설명할 때 결과만 보는지 과정까지 함께 보는지가 팀의 기준이 됩니다. 이 점에서 사티아 나델라가 이끈 마이크로소프트의 문화 전환은 의미 있는 참고점이 됩니다. 언론에 공유된 자료들에 따르면 그는 조직 문화를 “know-it-all”에서 “learn-it-all”로 전환하며 성장 마인드셋, 공감, 협업을 강조했고, 리더십 기대행동을 ‘Model, Coach, Care’라는 프레임으로 구체화했습니다. 이러한 프레임에 맞춰 전체 리더십을 새롭게 바꾸었다고 합니다. 또한 강제적 서열화보다 임팩트와 잠재력, 성장 대화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성과 대화를 바꾸려 했습니다. 결국 평가는 리더십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 평가는 곧 리더가 조직에 반복적으로 가르치는 행동의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협업과 성과관리의 딜레마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해 저는 레몬베이스의 강정욱 리드가 중앙경제HR교육원의 HR人사이톡 LIVE 강의에서 제시한 네 가지 관점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주제는 「협업의 딜레마 해소할 성과관리 재설계 방안」이었고, 협업이 구호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평가 설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가 분명했습니다.
첫째, 결과와 과정을 분리해 평가해야 합니다.
결과만 보면 운 좋은 성과와 좋은 과정의 실패를 구분하기 어렵고, 과정만 보면 성과 책임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성과와 임팩트는 분명하게 보되, 팀워크와 핵심가치 준수 같은 과정의 질도 별도로 봐야 합니다. 실제로 강정욱 리드의 세미나에서 ‘Performance & Impact’와 ‘Teamwork & Core Values’를 나누어 보는 이중 구조를 제시하였습니다. 좋은 성과를 냈지만 협업을 훼손한 사람과, 성과는 다소 아쉬웠지만 건강한 변화를 만든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협업을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 바꿔야 합니다.
“협업을 잘한다”는 말만으로는 평가가 불가능합니다. 대신 응답성, 신속성, 시의적절성, 정확성, 기한 엄수, 유의미성 같은 행동 단위로 바꿔야 합니다. 협업은 미덕이 아니라, 행동이어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셋째, 동료 리뷰를 승부를 가르는 점수가 아니라 평가의 맥락을 보완하는 장치로 설계해야 합니다.
협업은 상사 혼자서 다 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동료 의견을 곧바로 점수화하면 정치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더 효과적인 방식은 동료 리뷰를 인정과 격려, 성장 피드백, 그리고 평가 맥락을 보완하는 증거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강정욱 리드는 라이브 세미나에서도 동료 리뷰는 자기 인식의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공정한 판단을 돕는 데이터로 제시하였습니다. 협업 평가는 숫자보다 맥락이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넷째, 캘리브레이션을 단순한 등급 조정 회의가 아니라 리더십 검증의 장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협업 같은 영역은 해석의 차이가 큽니다. 결국 평가자 간 기준 정렬이 없으면 누구는 협업을 높게 보고, 누구는 결과만 보게 됩니다. 캘리브레이션은 바로 그 차이를 드러내고 맞춰가는 과정입니다. 동시에 그 리더가 사람과 성과를 어떤 언어로 해석하는지도 드러납니다. 강정욱 리드는 공정성과 일관성 확보를 위해 캘리브레이션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협업 평가가 필연적으로 주관을 동반하는 영역이라면, 더욱 공개적이고 치열한 정렬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캘리브레이션 과정은 리더의 역량을 검증하는 중요한 자리가 됩니다.
이제 여기에 AI라는 변수가 더해졌습니다. AI는 개인 생산성의 차이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AI를 활용해 압도적인 산출을 내고, 어떤 사람은 아직 익숙하지 못합니다. 이 격차가 커질수록 협업은 더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프롬프트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 노하우를 독점하는 사람이 단기적으로는 더 강해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성과관리는 “성과를 냈는가”를 넘어서 “그 성과를 조직 역량으로 전환했는가”까지 보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개인의 뛰어남을 팀의 학습으로 연결한 사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이 AI 시대의 협업을 살리는 길입니다.
결국 HR이 붙잡아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개인의 성과를 가리는 조직입니까, 아니면 탁월한 팀을 만드는 조직입니까.”
물론 현실에서는 둘 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성과관리도 더 정교해져야 합니다. 기대 결과를 분명히 보되, 협업의 과정도 함께 보고, 리더가 바람직한 행동을 말이 아니라 평가로 증명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완벽하게 객관적인 평가는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구성원이 “이 평가는 이해할 수 있다”고 느끼는 제도는 만들 수 있습니다. 어쩌면 HR이 끝내 만들어야 하는 것은 완벽한 객관성보다 높은 수용성을 가진 공정함일지도 모릅니다. 그때 협업은 비로소 구호가 아니라, 평가받는 행동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