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면 기억, 함께하면 추억

혼자 하면 기억, 함께하면 추억

당신의 리더십 어떻게 추억하시겠습니까?
조직문화리더십시니어리더임원CEO
민산
박민산Aug 29, 2026
813

첫째 아이가 18개월쯤 되었을 때, 가족과 함께 스페인과 남프랑스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깐느의 한 식당에서 굴 요리와 로제 와인의 맛에 한창 취해 있을 무렵, 옆자리에 계시던 금발의 러시아 할머니 한 분이 다정하게 말을 건네오셨습니다. 저희 부부가 낯선 불어로 쩔쩔맬 때 유창하게 주문을 도와주시더니, 어느새 합석한 것처럼 깊고 따뜻한 대화가 이어졌죠.

대화가 무르익을 즈음, 할머니는 저희 첫째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당신의 아들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 디즈니랜드를 무려 7번이나 데려갈 정도로 정성을 쏟았지만, 런던에서 회계사로 장성한 아들은 정작 단 한 번의 디즈니랜드도 기억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러니 깐느에 온 이 작은 아이도 지금 이 순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테니, 아이들에게 너무 완벽하게 해주려 애쓰지 말라는 진심 어린 조언이었습니다.

그때는 그 말씀이 참 크게 와닿았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혹시나 좋아할까 싶어 그 후로도 디즈니랜드를 두 번이나 가버렸고, 미국, 태국, 대만, 일본 등 부지런히 여행을 다녔지만요.)

그런데 이번 추석 명절에 떠날 보홀 여행을 준비하던 중, 문득 그 할머니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갓 태어난 셋째의 아주 작은 물놀이 튜브와 수영복을 고르며 혼자 함박웃음을 짓는 저를 보고, 아내가 웃으며 그때 그 할머니의 조언을 다시 꺼냈거든요.

"애들은 어차피 하나도 기억 못 한다는데 뭘 그렇게 신나서 골라?"

하지만 8년 전과 지금의 저는 조금 달라져 있었습니다. 세 아이의 아빠로 살아오며 단단해진 탓일까요? 만약 지금 다시 깐느로 돌아가 그 할머니를 만난다면, 오늘 아내에게 건넨 대답을 그대로 들려드릴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기억 못 해도, 내가 기억하잖아."

이 짧은 깨달음은 제가 매일 마주하는 비즈니스 현장과 리더십의 본질에도 그대로 맞닿아 있습니다.

기업에서 리더로 일하다 보면, 구성원의 성장을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고 애정을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직원들은 그 노력을 알아주지 않아 섭섭한 순간들을 참 많이 겪게 됩니다. 조직문화 워크샵이나 코칭 현장에서 수많은 리더분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그 서운함에 지쳐 결국 마음의 문을 닫고 차갑게 흑화해 버린 분들도 적지 않게 보게 됩니다.

하지만 타인에게 어떻게 기억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기억하는 방식 그리고 그 순간을 내가 얼마나 온전히(fullest) 살아냈는가일지도 모릅니다.

차가운 숫자와 단기적인 업무 성과는 마치 사진처럼 한순간의 기록으로 남겨지지만, 누군가를 위해 온 마음을 다했던 리더십의 과정은 더 길고 깊은 추억으로 남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제가 종종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아직 너무 어려서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진 못하겠지만요.

"혼자 하면 단순한 기억이 되지만, 함께하면 추억이 된다."

우리가 치열하게 부딪히는 회사 생활 역시 훗날 부질없는 흑역사나 건조한 기억으로 남기지 않으려면, 결과나 남들의 인정에만 연연하기보다 지금 내 곁의 동료들과 마음껏 그 순간을 함께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민산
박민산
커리어그래퍼
토마스 에디슨의 유명한 명언인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뤄져 있다"는 말은 사실 "1%의 영감이 없으면 99%의 노력도 헛되다"라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커리어 개발을 위해 노력은 많이 하시지 않으셨나요? 취업이나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서 여러분의 커리어 여정을 설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