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디터: 티타임즈 이사민 기자
AI는 이제 기업 조직 운영 방식과 HR 업무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런 변화 속 기업은 어떻게 HR 구조를 혁신해야 할까?
황성현 가천대학교 교수는 HR 업무만 34년 담당한 베테랑 인사 전문가다. 구글 미국 본사 기술 부문 HR 비즈니스 파트너를 거쳐, 카카오 인사총괄 부사장을 맡았다. 황 교수는 AI에 이전트의 등장으로 조직 내 중간관리층의 역할이 재정의되고 관료화된 조직 구조와 과거보 다 더 유연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가천대학교 창업대학 겸임교수이자 인사 전문 자 문업체 퀀텀인사이트 대표인 황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 가천대학교 스타트업칼리지 교수
전) 카카오 인사총괄 부사장
전) 퀀텀인사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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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에이전트 단계로 넘어가면서 HR 업계에서도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특히 미국 주요 테크기업의 경우 AI가 관리자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
▶오픈AI는 AI의 발전 단계를 다음과 같이 본다. △챗봇(Chatbots) 수준의 AI △ 추론가 (Reasoners) △에이전트(Agents) △혁신가(Innovators) 그리고 마지막 단계가 △조직 (Organizations)이다. 현재 AI에이전트 단계를 향해서 가고 있는데 AI가 최종적으로는 조직 전체의 업무를 수행하는 쪽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미 그런 징후들은 나타나고 있다. 과거의 조직은 인간이 인간을 관리했다. 그러나 이제는 AI가 인사 절차에 개입하기 시 작했다.
-실제 미국 일부 기업은 이미 관리자 업무를 AI가 대체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좀 더 피부에 체감할만한 사례가 있나?
▶인간 조직은 99% 이상 피라미드형이다. 누군가는 조직의 맨 위에서 방향키를 쥔 회장, 사 장을 맡고, 그 밑에는 좀 더 많은 사람, 그보다 더 아래에는 더 많은 사람이 있는 피라미드 모양이다.
피라미드형 조직의 특징 중 하나는 '직급'이라는 가로선이 그어져 있다는 점이다. 직급은 조 직원들의 권한과 책임을 다르게 준다.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바로 정보의 차등이다. 회장은 부회장보다, 부회장은 사장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상위 직급은 하위 직급이 일을 할 수 있게 정보를 주되 전부를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부하를 관리하려면 나 만의 무기가 필요하고, 여기서 힘과 권력이 나온다.
그러나 코로나19(COVID-19)를 계기로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작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웠다. 수많은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기술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여기에 AI 가 들어오면서 여러 개의 관리자층은 점차 납작해지는(flattening) 거다.
가령, 뛰어난 CEO가 잘 조직된 AI 에이전트를 구성해놓는다고 해보자. 사람인 직속 부하에 게 70%의 정보를 주는 것과 달리 AI에이전트에는 100%의 정보를 주게 된다. 경영자로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 나에게 유리한 행동을 하는 거다. 사람에게는 정보를 차등해 60~70%만 줬을 때 조직은 잘 유지된다. 그런데 AI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하지 않았던 얘기, 주지 않았던 정보를 준다. 이러한 조직 구조의 변화를 앞으로 고민할 때다.

-그렇다면 인간은 새로운 조직 구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속한 조직이 미래 방향으로 가는 과정에서 내가 얼마만큼의 가치를 주느냐이다. 그동안 중간관리자들은 가치를 만든다기보다 남들이 한 작업을 위로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다. 이게 관료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부하가 작업한 결과물을 가져와 검토하 고, 결재하고, 단계별로 위로 올렸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중간관리 자 계층이 앞으로 가장 위험할 거다. 특히 테크 관련 기업 또는 산업에서는 훨씬 더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조직의 중간관리자 입장에서 '가치를 부여한다'는 게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들이 조직으로 돌아가서 당장 뭐부터 해야 하나?
▶내 전문인 인사의 영역에서 말해보겠다. 우선 조직의 목표가 수립된 이후 목표대로 잘 진 행이 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동안 조직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1년에 한 번, 많으면 반 기 또는 분기마다 평가했다. 그리고 이런 평가를 기반으로 대부분 1년에 한 번 보상이 이뤄 진다. 그다음 보통 3년에서 4년 주기로 승진한다.
그러나 이런 구조와 패턴이 AI 시대에서 무너지고 있다. 그동안 피드백을 위한 근거로써 활 용하기 위한 사람들의 행동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구조가 없었다. 그런데 AI는 데이터만 있으면 100명에 대한 패턴도 볼 수 있고, 알고리즘도 잡아낼 수 있다. 문제는 데이터가 있 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거다. 근로, 성과에 대해 기록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AI가 도움 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 중에 가장 핵심은 기록 방식이 달라져야 하는 거다. 성과를 실 시간으로 알고, 기록하고,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동안 데이터를 기록하는 툴, 프로세스, 제도적인 방침이 부재했다. 그러나 AI로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이뤄 질 수 있는 기술적인 배경이 만들어졌다.
우리의 기록 방식은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50~60년 전의 프로토콜을 못 벗어났다. AI는 이 대신 PDF, 마크다운 형태를 잘 이해한다. 이제 기록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할 때다. 전통 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AI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기업은 여전히 AI 교육을 하면 프롬프트, LLM, 지브리 스타일 그림에 멈춰있다. 아직은 업무에 딱 밀착돼 생산성을 향상하기에는 어려운 상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조직 내 사람의 역할이 축소되고 가치가 떨어지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다. 최근 미국에서 과거 구글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을 만났다. 자 녀들이 대부분 대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됐다. 그런데 지난해만 해도 모두가 컴퓨터공학, 데 이터사이언스 전공으로 보낸다고 했다. 올해는 완전히 바뀌었다. 리버럴 아츠(Liberal Arts)에 대한 목소리가 컸다. 우리나라의 인문학과는 개념적으로 다르지만 결국 철학이다. 즉, AI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인 '나는 왜 존재하는가'와 같은 궁극적인 고민에 대한 것이다.
기업은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세스의 연속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논리력 △분석력 △창 조력 그리고 다양한 해법 중 가장 최적의 안을 찾아내는 △통합력이 필요하다. 논리력과 분 석력은 AI가 가장 잘한다. 창조력도 AI가 침범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쉽지 않다. 마지막 단계 인 통합력은 의사결정을 말한다. 문제는 AI가 의사 결정을 해줄 수는 있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책임을 지는 건 리더십인데 여기에 인간의 가치가 남아있다. 이쪽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대체될 확률이 훨씬 더 높고 빠르게 올 것이다.
-HR 역시 AI의 영향으로 조직 내 역할이 점차 축소되지는 않을까.
▶HR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채용, 온보딩, 피드백, 평가, 보상, 승진, 복리후생, 퇴직 등이다. 답이 정해져 있는 실무적인 일은 굉장히 빨리 대체될 거다. 다만 인사전략 부분은 경영자들 에게 실시간으로 조언을 주는 HRBP(HR 비즈니스 파트너) 쪽으로 역할이 많이 돌아갈 것이 다. 그런 역할조차도 상당 부분 AI로 옮겨가면 결국 인간이 맡을 HR의 근본적인 역할은 AI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쪽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달 말 HR exChange 2026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하신다.
▶오는 31일 서울 코엑스에서 HR exChange2026 행사가 열린다. AI가 기술적인 현상을 넘어서 조직과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영 또는 사업을 이끌어 가는 분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조직구조와 일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