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Resilience)에 대한 오해와 진실

회복탄력성(Resilience)에 대한 오해와 진실

단순히 잘 버티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 늘 긍정적인 사람을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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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민
전종민Oct 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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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리더십 역량을 이야기할 때 중요하게 거론되는 요인이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다. 어려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 좌절과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나는 힘을 뜻한다.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커진 요즘 같은 환경에서는 더욱 중요한 역량이다. 경영환경은 예측하기 어렵고, 조직개편과 사업 전환은 일상이 되었으며, AI는 익숙했던 일의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계획대로 술술 풀리는 일은 세상에 없다. 언제 어디서든 난관에 봉착하기 마련이고 회복탄력성이 높은 리더들은 그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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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여기서 회복탄력성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잘 버티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 늘 긍정적인 사람을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회복탄력성을 한 개인의 성격이나 태도 문제로 귀결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회복탄력성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Myth 1.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웬만한 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자신감과 낙관성이 있다. 어려움이 닥쳐도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는 이 믿음이 지나치면 치명적인 시그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항상 이렇게 이야기하는 리더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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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위기는 전에도 겪어봤어.”

“조금만 더 버티면 지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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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은 하락하고 핵심인력은 조직을 떠난다. 남은 구성원의 피로는 점점 쌓이고 있다. 이런데도 리더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면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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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에는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힘이 필요하다. 상황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야 한다. 즉, 현실적 낙관주의자(realistic optimist)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리더가 “괜찮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상황이 저절로 괜찮아지지는 않는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리더일수록 조직이 과소평가하고 있는 위험신호는 무엇인지, 최악의 상황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대응 가능성을 찾는 일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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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th 2. 회복탄력성이 높은 리더는 늘 침착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리더가 동요하면 조직 전체의 불안도 커진다. 하지만 침착함과 냉담성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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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데도 리더가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 사람들은 오해를 한다.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걸까?"라거나 "구성원 고충에는 관심이 없나?"라고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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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도 감정이 있다. 때론 불안하고 두려우며, 실망하고 지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런 부정적 감정에 지배되지 않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다루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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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없는 자신감은 냉정함으로 보이고, 자신감 없는 공감은 불안을 키운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리더는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잘 잡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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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th 3. 회복탄력성이 강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오래 견딜 수 있다

일을 잘하는 리더일수록 이런 함정에 빠지기 쉽다. 과도한 업무량, 밀려드는 의사결정, 복잡한 갈등 상황을 감당하면서도 ‘이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자기 최면을 건다. 하지만 그러다 정말 죽는다. 스트레스는 버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계속 몸과 마음에 축적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잠을 잘 못 이루고, 집중력이 저하되며,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게 된다. 그래도 계속 버티면?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상태가 된다. 몸도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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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버티는 능력과 회복탄력성을 동일시하면 안된다. 자신의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다는 신호를 빨리 알아차리고 회복 행동을 취하는 능력이 오히려 회복탄력성과 가깝다. 수면의 질, 짜증내는 횟수, 매사에 심드렁함 등 일상의 작은 신호들을 무시하면 일을 키운다. 적절한 휴식과 운동, 외부의 도움도 회복력의 일부다.

Myth 4. 회복탄력성이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끈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때론 끝까지 밀어붙여서 더 큰 손실을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미 가능성이 사라진 프로젝트를 붙잡고 있거나, 고객이 떠난 사업에 계속 투자하면서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 끈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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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하나가 아닐 수 있다. 목표는 유지하면서 방법을 바꿀 수도 있고,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면 목표 자체를 수정할 수도 있다. 회복탄력성에는 유연성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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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th 5. 회복탄력성은 개인의 성격이나 정신력에 달려 있다

구성원이 지쳐 있을 때 ‘너는 그게 문제야. 회복탄력성을 좀 키워봐’라고 말하면 그 구성원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속으로 쌍욕을 하면서 그 조직을 하루빨리 벗어날 궁리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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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량이 지나치게 많고, 우선순위가 계속 바뀌며, 리더의 지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개인의 정신력만 강조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구성원이 버티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사람은 좋은 관계와 긍정적인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극복한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동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리더,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개인과 조직이 함께 노력할 때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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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th 6. 회복한다는 것은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Resilience를 ‘원상복구’로 이해하는 오류를 종종 본다. 과연 그럴까? 중요한 실패나 위기를 겪은 뒤 이전 상태로 그대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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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회복은 때론 이전과 다른 상태로 이동하는 것이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배우고, 새로운 방식과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학습과 개선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예전 방식 중 무엇을 버려야 할 지 확실한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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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처럼

회복탄력성을 이야기하다 보니 김수영의 시 「풀」이 떠오른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김수영 「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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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수영은 「풀」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풀을 그렸다. 풀은 바람을 이기려고 꼿꼿이 버티지 않는다. 바람이 거세지면 몸을 낮추고 눕는다. 그러나 바람이 지나가기도 전에 다시 일어나고, 울음보다 먼저 웃음을 되찾는다. 「풀」을 시대적·사회적 맥락에서 읽으면 억압과 고통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공동체의 생명력으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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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그린 풀은 회복탄력성과 닮았다. 쓰러지지 않는 강함보다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유연함. 고통을 모르는 무감각보다 고통을 겪고도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힘. 그리고 혼자 버티기보다 서로 기대어 다시 일어서는 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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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다. 조직이 커질 수록 온갖 바람을 다 맞아야 한다. 바람을 멈추게 하겠다는 객기는 부리지 말자. 그 바람 속에서 어떻게 눕고 언제 다시 일어나야 하는지를 현명하게 판단해 보자. 그게 바로 진정한 회복탄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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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민
전종민
SK에서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연구해왔던 전종민입니다
대체로 진부한 세상에서 아주 가끔 놀라워지는 삶을 추구합니다. IMF 시절 SK 그룹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와서 임원 역할까지 수행했고 2025년말 퇴임했습니다. SK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과 조직문화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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