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름 빼면 당신은 누구입니까"  - 누구나 혼자 서는 순간이 온다 북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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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름 빼면 당신은 누구입니까" - 누구나 혼자 서는 순간이 온다 북세미나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김나이, 『누구나 혼자 서는 순간이 온다』 북토크에서 직장인의 생존 전략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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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피스트 officialMay 2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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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액셀러레이터 김나이님 북토크를 시작하며 던진 첫 질문은 단순했지만 날카로웠다.

"명함에서 회사 이름, 직급 다 지우고 내 이름만 남았을 때,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나요?"

아무도 선뜻 답하지 못했다. 이날 북세미나에서 김나이님은 자신의 신간 『누구나 혼자 서는 순간이 온다』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직장 생태계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커리어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증권사 트레이더에서 커리어 코치로

김나이님은 JP모건을 비롯한 증권사에서 주식·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세일즈와 트레이딩을 담당했다. 모니터 12대를 앞에 두고 점심을 5~10분 만에 해치우던 시절, 자기 스스로에게 물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거지."

그 질문이 지금의 일로 이어졌다. 잘나가는 동료가 어느 날 갑자기 구조조정으로 짐을 싸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녀는 '회사 인간에게는 유효기간이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았다. 이후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라는 직함을 스스로 만들어 독립했고, 12년째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커리어 코칭을 하고 있다.

"버틸 때까지 버텨"가 아니라, 내가 날짜를 정한다

이날 참석자들이 털어놓은 고민은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나이 든 스텝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 같아서", "AI가 내 일을 대체할까봐", "일을 잘하는 동료들이 먼저 나가고 있어서". 저마다의 언어로 표현했지만 본질은 하나였다. 내 커리어의 다음 챕터를 나는 아직 모른다는 것.

김나이는 그 불안에 대해 직접적인 처방보다 하나의 관점 전환을 제안했다.

"2030년 몇 월 며칠까지는 이 회사에 있겠다고, 내가 먼저 날짜를 정해보세요. 그러면 월급 말고 내가 여기서 또 무엇을 가져갈지가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버틸 때까지 버티겠다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내가 기한을 설정하는 능동적인 자세로 바꾸는 것, 그것이 그가 말하는 주도권의 첫걸음이다.

야생 코끼리가 동물원 코끼리보다 3.5배 오래 사는 이유

강연 중 김나이님은 참석자들에게 퀴즈를 던졌다. 야생 코끼리와 동물원 코끼리 중 어느 쪽이 더 오래 살까?

많은 사람들이 먹이 걱정 없고 울타리가 있는 동물원 코끼리를 택했다. 정답은 야생 코끼리였다. 무려 3.5배.

"한계가 없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갈 수 있고, 먹고 싶을 때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키워드는 주도권과 자율성입니다."

그는 이 비유를 조직 내 인재 이탈 문제로 연결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먼저 나가는 이유는 불러주는 곳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결국 주도권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AI 시대, '내 것'이 없으면 평균만 상향된다

그는 요즘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로 "나는 너무 제너럴리스트인 것 같아요, 전문성이 없는 것 같아요"를 꼽았다. 그리고 이 고민이 AI 시대에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가 나를 증강시키려면 내 것이 있어야 합니다. 내 것이 없으면 모두가 평균 상향될 뿐, 나만의 무기가 있고 없고가 그다음 스텝에서 결정적 차이를 만듭니다."

나를 발견하는 세 가지 질문

자립을 위한 첫 단계로 김나이는 세 가지 질문을 제시했다.

첫째,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좋아서, 재밌어서 열과 성을 다해 몰입했던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둘째, 내가 이거 불편하다, 왜 저렇게밖에 못 하지, 하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면 무엇인가?

셋째, 나는 쉽게 하는데 남들이 어려워해서 자꾸 나한테 물어보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곧 나만의 무기가 되고, 자립의 시작점이 됩니다. 자립은 퇴사가 아닙니다. 어디에 있든 내 일과 삶의 주도권을 쥐는 힘입니다."

"이대로 나이 먹으면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다"

강연 말미, 그는 HR 팀장으로 일하다 후배에게 밀려 무인 카페나 해볼까 고민하던 직장인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에게 배우자조차 "회사 밖에서 뭘 하겠느냐"고 했다는 말이 더 쓸쓸하게 울렸다.

"20년을 일했는데, 그분이 쌓아온 것들이 정리가 안되어 있었던 겁니다. 누구나 강점이 있고 할 수 있는 게 있는데, 그걸 제대로 꺼내서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던 거예요."

김나이님은 스스로도 이 책을 쓰면서 자신의 '다음 챕터'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12년간 많은 직장인을 만나왔지만 어느 순간 자신도 "습관적으로 똑같은 말을 하고 있지 않나" 싶었다고. 그래서 이 책은 독자들만이 아니라 저자 자신을 위한 질문이기도 했다.

"혼자 서는 순간은 모두에게 옵니다. 그게 언제인지는 몰라도, 그때를 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내가 정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계획은 없다, "일단 질러라"

김나이님은 특히 소위 '모범생' 출신 직장인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를 지적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모범생들은 완벽해질 때까지 계획만 짜다가 타이밍을 놓칩니다. 내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게 시장과 고객에게는 전혀 완벽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세상은 너무 빨리 바뀝니다. 일단 가볍게 시도해 보고(지르고), 안 되면 그때 가서 수정하는 유연함이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자립의 자세입니다."

명함에서 회사 이름, 직급, 부서를 다 떼어내고 오롯이 내 이름 석 자만 남았을 때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이 질문에 당당히 답할 수 있는 '야생 코끼리'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AI 시대와 고용 불안 속에서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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