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사람 대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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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사람 대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HR로 1년을 지낸 신입의 생각과 고민
HR 커리어신입/인턴
효준
안효준Sep 2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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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로 조금 일찍 퇴근하게 되어 노트북을 챙겨 들고 낙산성곽을 왔습니다. 지인 추천으로 오게 된 곳인데 뷰도 좋고, 경치도 좋아서 너무 만족합니다. 저 멀리 남산타워도 보이는데 앞으로 리프레쉬가 필요할 때 이곳을 자주 찾을까 합니다.

제 글을 조금이라도 읽으신 분들은 갑자기 왜 제가 청승 맞게 이런 톤으로 글을 쓰는지 의아해 하실 겁니다.

음..어디부터 말해야 할까요.

저는 작년 7월부터 인사팀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회사에서는 아니지만 합치면 1년 정도 되었죠. 제게는 굉장히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된 1년이었습니다. 그러다 한 번은 부장님과 면담을 하다가 이런 질문을 들었습니다.

"요즘 업무나 다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없나요?"

그 순간은 그냥저냥 답하고 넘겼는데 자리에 와서도 계속 그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더군요. 회사 다니면서 쉬운 건 단 하나도 없죠. 가볍게 생각하고 넘길 수 있는 질문인데 왜 그 질문이 계속 마음에 걸렸을까요.

저는 요즘 사람 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사람이 좋아, 사람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없어' 인사팀으로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하고 보니 사람을 대하는게 어렵더라구요. 짧은 시간이지만 회사에서 만날 수 있는 유형은 어느 정도 만나본 것 같습니다. 부담스러울 만큼 잘해주시는 분, 철저하게 사무적인 분, 규정을 어설프게 가져와 따지시는 분, 감정에 호소하시는 분, 담당 부서가 아닌데도 컴플레인을 주시는 분, 그리고 앞과 뒤가 다른 분…

친절하게, 진심을 다해서 열심히 소통했으나 마음의 상처와 부담, 심리적 자원의 소진을 느끼게 한 사람들을 반복적으로 겪어왔습니다.

어느 통화

어느 순간 제가 시니컬해진 계기가 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규정에 맞지 않는 경조 신청 건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결재 승인 여부를 판단할 서류가 제대로 제출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사망에 대한 경조 신청인지라 저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안내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요청드린 서류가 제대로 안 왔고, 한 번 더 부탁을 드려야 했습니다. 어렵게 서류를 다 받고 확인해 보니, 애초에 회사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건이었습니다.

그 부분을 말씀드렸습니다. 돌아온 답은 이랬습니다.

“해줄 것처럼 알아봐 준다더니 왜 이런 답변을 하느냐, 내 슬픈 기분은 생각도 안 해주는 거냐.”

저는 최대한 공감을 표하면서 상황을 풀어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할수록 정신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겨우 전화를 끊고 나서는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아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때의 저는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고, 그 이후로는 제 감정을 다루는 일에 늘 조심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날 이후, 저는 직원 분들께 너무 친절하게 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로봇이 되어 본 시간

처음에는 거리를 너무 벌렸던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꽤 딱딱했습니다. 감정을 싣지 않고, 필요한 말만 하고, 로봇처럼 응대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꼭 그럴 필요가 있나?

그렇게 대한다고 해서 제 마음이 편해지지도 않았습니다. 무리해서 친절했던 때나, 일부러 딱딱했던 때나, 사실 둘 다 저한테는 스트레스를 주는 태도였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씩 균형을 찾고자 다시 부드러워지고자 합니다.

사장님의 말

최근에 사장님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진정성'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친절은 기본 태도로 깔아두고, 진정성을 가지고 상대를 대하다 보면 상대도 그에 화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셨습니다.

“그런데 화답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거기까지인 거라고. 그러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아요.”

이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제가 힘들었던 이유가 상대의 반응까지 제 책임으로 떠안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나중에 찾아보니 심리학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상담심리학자 Carl Rogers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관계의 조건으로 진정성,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 공감적 이해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여기서 진정성은 늘 따뜻하게 대하라는 뜻이 아니라, 역할 뒤에 숨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표현이 일치된 상태로 상대를 만나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무리해서 친절했던 저도, 일부러 딱딱했던 저도 그 일치와는 거리가 멀었던 셈입니다.

한 가지 더 알게 된 것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과 상대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것이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규정상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그분의 슬픔을 존중할 수는 있습니다. 그 통화에서 제가 하려던 것도 사실 그것이었습니다.

아직 고민 중입니다

물론 이 글이 '그래서 저는 답을 찾았습니다'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여전히 조심스럽고, 앞으로도 비슷한 통화를 받게 될 겁니다. 그때 또 흔들리지 않을 자신도 없습니다. 다만 지금은 다시 부드러워지는 쪽을 택해 보려 합니다.

최근에는 일이 바빠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여유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보니 직무 전문 지식을 쌓는 것도 좋지만 기본적인 태도를 고민하고 고쳐나가는 일이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제가 앞으로 계속 업무를 하게 될 환경이니까요. 앞으로 좀 더 성숙해지길 제 스스로 바랍니다.


효준
안효준
학교 밖 세상을 겪기 시작한 HR 주니어
HR Generalist를 목표로 하는 1년차 HRer입니다. 채용과 기타 업무 지원을 맡고 있으며 주니어 시각의 인사이트와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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