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식을 통해 본 팀 활성화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회식이 사라졌다.
1990년대 이전, 직장생활을 했던 세대들은 회식에 대해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을까?
요즘 직장인처럼 ‘피곤하다, 왜 쓸데없이 회식이야, 제발 안 했으면 한다’는 부정적 반응만은 아닐 것이다. 회식을 하는 날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고생한 상사와 성후배가 모여 즐긴다.
막내는 식당을 정하고 사회를 본다. 상사는 중앙에 앉아 격려와 당부의 말을 한 후 건배 제의로 회식은 시작된다. 술잔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돌고, 상사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자리를 옮겨가며 그 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나눈다. 충분히 먹고 마시고 2시간 정도 분위기가 지쳐갈 즈음, 상사의 눈치로 진행자인 막내의 회식을 마친다는 말과 함께 귀가한다. 상사는 여직원과 막내에게 택시비를 주고 먼저 떠난다. 남은 직원들이 삼삼오오 당구를 치거나 2차를 가기도 했다. 회식 다음 날, 조금 늦게 출근하는 것이 대부분 인정되었다. 모두가 전날 과음으로 힘들어 했고, 여직원의 따뜻한 꿀차 한 잔에 고마워했다.
최근 젊은 직원들의 회식 분위기는 1990년대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첫째, 일과가 끝난 저녁이 아닌 점심 회식을 선호한다.
점심이기 때문에, 술이 없다.
둘째, 의무 참석이 아닌 어느 정도 자율이 인정된다.
오늘 회식이라고 하면 전화로 선약을 취소하거나 아내에게 급히 연락하던 시대에서 선약이 있거나 참석하기 싫으면 가지 않는다. 지금은 팀원 자신의 일정이 더 우선이다. 한 달 전 약속을 해 놓고도 가기 싫거나 다른 약속이 생기면 참석하지 않는다.
셋째, 월 1회가 아닌 분기 1회 정도이며, 회식 주기를 정하지 않는다.
넷째, 회식을 하지 않고 회식비를 1/n하고 개인들이 비용 처리하는 상황도 있다.
왜 최근 직원들은 저녁 음주 회식을 불편해 할까?
첫째, 일과 삶의 균형으로 회식 보다 개인 시간과 자기계발, 가족과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긴다.
둘째, 음주 중심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거나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원에게 회식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셋째, 수직적 분위기에 대한 부담이다. 회식이 편하게 소통하는 자리라 하지만 실제로는 눈치를 보거나 업무 연장처럼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넷째, 회식의 실효성으로 억지 참석과 형식적 대화로는 팀워크가 생기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팀 문화는 중요하고 활성화되어야 한다.
회식이 완전히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업무만으로는 서로의 생각과 성향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신뢰가 생기고, 갈등도 줄어든다. 특히 협업이 중요한 조직일수록 인간적 친밀감은 업무 효율에 영향을 준다. 문제는 방식으로 어떻게 팀 활성화를 이끌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선택과 배려 중심이어야 한다. 점심 회식이나 티타임처럼 부담 없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술이 아닌 대화와 공감 중심이어야 한다. 강요보다는 자율성이 보장될 때 오히려 참여 만족도가 높아진다. 횟수보다 질이 중요하다. 짧더라도 진솔한 대화가 있는 자리가 효과적이다. 활성화는 구성원의 취향을 반영해야 한다. 회식 외에도 체육대회, 야유회, 워크숍, 등산, 동호회 활동, 봉사활동, 생일 축하, 랜덤 런치, 티타임, 소규모 간담회, 보드게임, 방탈출, 원데이 클래스, 러닝 모임처럼 취향 기반 활동도 할 수 있다. 목적은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높여 함께 일하고 싶은 팀을 만드는 것이다.
이 변화들이 리더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결국 리더가 바뀌어야 한다.
첫째, 리더는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어야 한다.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실수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팀의 활력을 만든다.
둘째, 함께하는 시간의 의미를 재설계해야 한다. 점심과 회식의 빈도가 줄고 형태가 바뀌는 것은 구성원이 관계를 거부한다는 뜻이 아니다. 강요된 관계를 거부하는 것이다.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그 시간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리더의 역할이 달라졌다. 팀장 등 조직장이 정기적으로 구성원과 점심을 함께하는 사례는 긍정적인 신호다. 강제가 아닌 자연스러운 연결, 구성원이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리더가 요구된다. 또한 구성원의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일의 의미를 알려주고, 잘한 점을 인정하며 성장 기회를 제공할 때 팀원은 몰입한다.
넷째, 솔선수범해야 한다. 리더의 태도는 팀 분위기에 그대로 반영된다. 책임은 회피하면서 희생만 요구하는 리더 아래에서는 어떤 프로그램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팀 활성화는 이벤트 몇 번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함께 존중받고 있다는 감정이다. 회식도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구성원이 서로 신뢰하고 편하게 소통하며 함께 성장한다고 느낄 때, 비로소 팀은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