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은 의미를 보장하지 않는다

효율은 의미를 보장하지 않는다

효율과 인간다움 사이, People팀이 다시 설계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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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환
설평환Aug 3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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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작품은 미하엘 엔데의 『모모』다. <개인적으로 세 손가락 안에 좋아하는 작품이다.>

도시에는 회색 신사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시간을 아끼고 저축해야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설득한다. 사람들은 더 빨리 일하고, 더 많이 생산하며, 더 효율적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가족과 친구를 만날 시간이 사라지고, 아이들과 놀아줄 여유도 없어지며, 삶은 점점 메말라 간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꼈지만, 정작 행복은 잃어버렸다. ‘모모’가 던진 질문은 지금 AI 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효율이 높아질수록 사람은 더 행복해지는가.

오랫동안 일의 의미는 생산성과 기여도로 설명됐다.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 얼마나 빨리 처리했는지가 곧 성과였고, 그 숫자가 사람의 가치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AI가 많은 업무를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이 공식은 흔들리고 있다.

기계와 생산성을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사람이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를 다시 정의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역설도 나타난다.

AI 활용이 늘어나면서 번아웃과 심리적 피로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조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직장인의 상당수가 번아웃을 경험한다고 답했고, 최근에는 'AI 워크슬롭(AI Workslop)'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AI가 충분한 검토 없이 만들어 낸 결과물을 동료가 다시 수정하고 보완하느라 오히려 일이 늘어나는 현상이다. 효율을 높이려고 시작한 일이, 의미 없는 산출물만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중요한 질문은 AI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절약했는가가 아니다.

절약한 시간을 무엇에 쓰고 있는가이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의 무게중심도 바뀌고 있다. 창의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고객을 이해하며, 관계를 만들고, 맥락을 읽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서울시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보고서 초안 작성과 자료 조사 시간을 크게 줄였다. 중요한 것은 줄어든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을 정책 기획과 판단, 시민과의 소통처럼 공무원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다시 배분했다는 점이다.

딜로이트 역시 AI가 반복 업무를 맡을수록 사람의 역할은 판단, 협업, 신뢰를 만드는 방향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는 시간을 돌려줄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의미 있는 일로 채우는 것은 조직의 몫이다.

People팀도 이제 생산성만 높이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기여를 느낄 수 있는 조직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효율은 출발점일 뿐이다.

사람이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답을 함께 만들어 갈 때 비로소 조직은 지속가능해진다.

Patrick's Insight

그동안 개선활동을 할 때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이 업무를 개선하면 결국 내 일이 없어지는 것 아닐까요?"

"지금까지 내가 해 온 노력은 인정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요?"

생각보다 많은 구성원이 이런 불안을 안고 있다. 그래서 개선이 필요한 업무일수록 오히려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비효율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모습도 종종 나타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다. 자신의 기여가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기면 사람은 변화를 거부한다.

People팀이 해야 할 일은 효율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개선을 통해 줄어든 업무보다, 새롭게 기대하는 역할과 더 큰 기여를 먼저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일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이유가 사라질까 봐 두려워한다.

이번 주 회의에서는 이런 질문 하나를 던져보면 어떨까.

"우리는 AI로 없앨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아니면 사람이 새롭게 기여할 일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가?"


평환
설평환
조직문화의 변화를 디자인하는 몽상가
조직문화와 HR을 경험했습니다. 이제 여러 동료 분들께 배우고 지혜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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