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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도 전략이다

휴가도 전략이다

토종 한국인 HR 리더가 유럽에서 깨달은 “조금 다르게 성과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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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 SoyoungAug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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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글로벌 기업 유럽 본사에서 유럽 인사총괄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외국계 기업에서 오랜 기간 일했지만, 유럽에서 직접 근무하면서 업무 방식, 조직문화 차이를 본격적으로 체감하게 되었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이자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휴가문화였습니다.

유럽인사담당으로 처음 부임했던 4년 전, 저는 동료와 팀원들이 2~4주씩 긴 휴가를 떠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8월 1일에 업무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팀원이 휴가중이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죠. 휴가를 앞두고도 상사의 눈치를 보고, 휴가 중에도 메일 확인은 기본이며 급하면 언제든 호출 가능한 ‘비상대기’ 상태가 보통이니까요. 게다가 저에게 보고하는 팀원들은 individual contributor가 아니라, 각자 팀을 리딩하는 senior manager 들입니다.

주니어 레벨도 아닌 리더들인데, 업무가 끊김없이 돌아가는건 기본인거 아닌가? 뭐지? 이 사람들은 성과주의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지 않나? 이래서 유럽의 경제 성장이 정체되는건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국인이 얼마나 성과주의적인지 내가 한번 보여주겠어”

처음 1~2년은 유럽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일이 우선이었습니다. 휴가 중에도 최고경영진의 연락이 오면 바로 대응했고, 그것을 오히려 ‘“본사 최초 한국인 임원으로서의 차별성”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피곤했고 바빴으며, 스트레스가 쌓여 짜증이 나도 “원래 일이라는 게 이런 거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Burn out 과 정상 범주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이런 게 performance driven  이지 라며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회사에서 핵심적인 기술인재가 사직 의사를 밝힌 일이 있었습니다.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 보니 저는 곧바로 상사에게 개인 메시지로 공유했습니다. 그간 직장생활동안 만났던 C level들은 surprise를 싫어했고 저 역시 저희 팀원들에게 “나는 서프라이즈가 싫다. 결론이 안나도 중요한 사안은 미리 미리 공유해달라. 내가 대응할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팀원들의 대응을 도와줄 수 있도록” 이라고 요청했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독일인 상사는 고맙다는 말 대신 이렇게 메시지를 회신했습니다.

이 뉴스를 꼭 저녁 19시 30분에 개인메시지로 공유해야 하는거야? 가족과 저녁 시간을 잘 보내고, 내일 아침 8시 반에 이야기하면 안 되는 내용이야? 너와 나의 행복한 가정생활과 휴식을 위해 진짜 급하고 중요한 사안이 뭔지 생각해보기를 바라

얼마 뒤 1 on 1 에서 상사에게 이런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한국 사람 특유의 성실함도, 눈에 띄는 성과도 너무 좋아. 근데 스스로를 잘 돌봤으면 해. 확실히 쉬고, 재충전해서 다시 달려. 직장생활은 마라톤이야. 회사일에 대한 On & Off 스위치를 명확하게 만들어. 일과 삶의 경계가 분명해야 오래갈수 있어. 그리고, 네가 일하는 방식이 너의 리더십이 우리 회사의 문화가 된다는 것을 기억해주면 좋겠어.

그리고 저희 팀원들로부터도 피드백이 들려왔습니다.

당신과 일하면서 많이 배웠고, 우리 HR조직이 달성한 성과가 많아서 자랑스럽기도 해요. 열심히 일한 만큼 인정해주시는 것도 감사해요. 근데, 한편으로는 일이 너무 많아요. 조금만 줄일수 없을까요?

뜻밖의 이야기에 생각이 많아졌고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눈에 띄는 성과만큼 ‘워커홀릭 한국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생겼다는 걸 깨달았고, 저는 조금씩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메일함을 닫는 연습부터

업무 시간 이후에는 그 시간 이후에는 법인폰을 아예 들여다보지 않았고 “의도적 단절”을 시작했습니다. 부하직원들에게 이메일 전달도 퇴근시간 이후에는 하지 않고, 대신 아침 일찍 출근해서 엄청 집중해서 일했습니다.

처음으로 2주간의 여름휴가를 떠날 때, 너무 불안했습니다. 15년간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2주 동안 자리를 비운 적은 사실 신혼여행이 유일했습니다. “메일을 확인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내가 없는 사이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습니다.

그러나! 저 없이도 회사는 잘 돌아갔고, 정말 아주 급한 일은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대부분의 일은 사전에 조율되었고, 동료들이, 팀원들이 자연스럽게 업무를 이어갔습니다. 제 생각보다 우리 팀원들은 역량이 뛰어났고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착각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길게 휴가를 갈 수 있을까?

긴 휴가의 비결: 철저한 사전 계획

 

유럽에서 처럼 긴 휴가 문화가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사전 계획이 필수입니다. 하루 이틀 정도는 갑자기 쉴 수도 있지만, 1~2주 이상 휴가를 쓰기 위해서는 보통 6개월 전부터 연간 휴가 일정을 계획합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개인 아웃룩 캘린더를 팀원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제 direct reports들은 제 캘린더를 통해 회의 일정, 장소, 휴가 일정까지 모두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고, 저 역시 팀원들의 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누가 언제 부재 중인지 자연스럽게 파악되기 때문에 업무를 사전에 조정할 수 있고, 그 덕분에 일할 때는 집중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쉬는 문화가 가능해집니다.

조직 전체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운영됩니다.
1월부터 6월까지는 집중해서 일하는 시기, 7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는 여름휴가로 다소 느슨하게 일하는 시기, 그리고 9월부터 12월 중순까지는 다시 집중 모드로 전환합니다.

담당자가 한 명뿐인 조직이라면 어떻게 할까요?

소규모 조직에서는 담당자가 루틴한 업무를 미리 처리하고, 예상되는 변수와 대응 방안을 상사에게 인수인계 합니다. 완벽하게 빈틈을 막을 수는 없지만, 유럽에서는 약 2주 - 4주 정도의 불편함은 서로를 위해 기꺼이 감수하는 사회적 합의가 있습니다.

저 또한 제 팀원들이 휴가간 동안에는 중요한 사안은 인수인계 받아서 대신 처리합니다. 팀원이 어떤 업무를 하는지 어떤 고충이 있는지 더 자세히 알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팀원을 보면 에너지 레벨도 더 높아져있고, 리더에 대한 고마움도 가지고 더 열심히 일합니다.


한국에도 몇주간의 장기휴가를 적용할 수 있을까?

 

한국도 많은 리더들과 HR이 더 나은 조직문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짧은 휴가, 장시간 근무, 눈치 문화가 남아있는것 같습니다. 주변 지인들과 대화해보면 조직장들은 “나는 부하직원들에게 휴가 관련해서 전혀 눈치주지 않는다” 라고 이야기하지만, 부하직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괜히 눈치가 보여서 조심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메일을 확인하지 않는 완전한 Off 상태의 2-3주 휴가가 가능할까요?

“유럽이니까 가능한 이야기 아니냐”
“HR이라서 가능한 얘기지, 영업이나 고객 대응 조직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 인력 여유, 그리고 경영진의 의사결정 방식이 유럽과 다르다는 점도 저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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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 Soyoung
조직과 개인의 변화-성장-성과를 지원하는 HR파트너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 인사팀장을 거쳐, 글로벌 기업 독일 본사에서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 인사총괄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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