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서 작성에 AI를 활용한 것을 뒤늦게 알게된 한 임원분이 해당 조직에게 ‘앞으로 AI를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최근 어느 교육담당자님께 들었습니다. 급하게 작성한 보고서의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한 보고자에게 ‘그럴 거면 내가 AI와 일하지 왜 당신과 일합니까’라고 반문했다고도 합니다.
또다른 한 마케팅 대행사 대표님은, ‘주니어 기획자들이 너무 AI의 도움을 많이 받아 기획서를 만드는 것 처럼 느껴져서, “이번엔 AI를 쓰지 말고 기획해보세요”라고 요청 했더니 모두 얼음이 되어 아무것도 못하더라’ 고 말씀 해주신 기억도 납니다.
‘신입이나 주니어급 직원 채용보다 AI와 일하는 것이 생산성이 높고 효율적이다’라고 하는 분들과, ‘이렇게 주니어급 직원들이 일의 경험을 못하면 얼마 후에는 한창 일을 쳐내야 할 ‘중니어’급 직원들이 다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한정적인 수요를 기반하여 제품과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장의 논리를 생각하면 결국은 경쟁력이 높은 공급자가 선택받기 마련입니다. 모두가 다 잘되는 경우의 수는 없는 것이고 (나처럼 하면 누구나 돈을 법니다에 현혹되지 맙시다), 내가 AI를 활용하든 주니어를 육성하든, 결국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어 고객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실력'만이 생존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조직에서의 ‘관리’의 정의와 방식도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 밖에 없는데요. 앞선 글(https://www.offpiste.ai/articles/1101) 에서 성과관리의 ‘성과’에 대해 다루었고 이번 글에서는 ‘관리’에 대해 조금더 깊이있게 다뤄 보고자 합니다.
저명한 조직행동 및 성과관리 전문가인 허먼 아기나스는 1946년부터 2022년까지 44개 학술지에 발표된 15,535편의 논문을 검토하여 239개의 독특한 성과 관련 이론을 발견했으며, 이를 통합하여 CORE 모델(Capacity, Opportunity, Relevant Exchanges)을 도출했습니다.
Capacity (역량):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개인의 잠재력과 준비 상태)
Opportunity (기회): 무엇을 할 환경인가 (조직의 구조와 역할 및 권한 부여)
Relevant Exchanges (관련 교환): 누구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리더십과 협업)
각각을 조금더 풀어서 이야기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개인의 ‘역량’은 조직의 목표 달성에 참여하는 개인이 보유한 지식, 기술, 신체적, 정서적, 지적, 심리적 적성, 태도, 성격, 흥미 등 다양한 특성을 말하는데요. 개인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과 준비 상태를 나타냅니다.
개인의 ‘역할’은 조직 내에서 개인에게 부여된 역할과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적 지원입니다. 직무 기술, 자원 지원, 권한 부여 등이 포함됩니다.
개인의 ‘관계’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인 관계입니다. 상사와의 관계, 동료와의 협력, 멘토링 등 조직 내외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상호작용에 해당합니다.

그럼 이제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 앞서 언급된 관리 대상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고, AI시대의 변화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요?
우선 개인의 역량을 생각해 봅시다. 기존에는 개인의 역량을 관리하기 위해 직무 분석을 통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 과거 경험 바탕으로 역량을 정의하고, 채용과 교육 훈련을 통해 이를 확보하거나 개발해 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특정 기술과 기능을 기반으로 정의하기 보다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함과 학습민첩성’, ‘복잡한 상황과 맥락 하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광범위한 영역에서 요구됩니다. 더불어 모든 직무에 해당되지는 않겠지만 ‘상호소통을 통해 설득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반드시 요구됩니다.
즉 ‘직무’ 단위의 구분, 채용, 교육은 점차 희미해지고 ‘목표달성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잘 정의’하고 ‘이 문제해결에 필요한 ‘자원’을 최적화 하는 과정이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UX 디자이너에게 문제해결 관점을 요구한지는 오래되었고, Product Owner라는 직무 또한 기능 직무라기 보다는 미니 CEO라 불릴만큼 필요한 것을 하는 사람으로 요구받기도 합니다. 과거의 재무담당자는 FP&A(Financial Planning & Analysis)로 진화하여 사업의 목표달성 과정에 깊이 개입합니다.
148억 연봉을 받는다는 쿠팡의 Gaurav Anand는 대외적으로는 CFO이지만 쿠팡의 실질적인 사업의 총 책임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쿠팡내 몇몇 FP&A는 재무경력을 바탕으로 처음 접하는 사업조직을 리딩하기도 합니다. HRBP라는 직무도 어떻게 보면 사업조직 리더의 시각에서 함께 문제해결 하는 사람일 뿐이지요. 올웨이즈의 운영사 레브잇은 아예 Problem Solver로 직무를 정의하고 역할을 부여하고 있기도 합니다.
문제해결 과정에서 개인은 AI를 필수적으로 활용하겠지만, 이는 개인의 역량을 증강하는 용도이지 사람을 대체하는 형태는 아닐 듯 합니다.
결국 독립적으로 잘 정의되는 직무는 자동화하여 효율을 높이고, 나머지 영역에 있어서는 목표달성을 위해 요구되는 문제를 구체화하고 이에 필요한 자원을 최적화 합니다. 여전히 채용은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개인 또는 조직단위의 장/단기 아웃소싱도 지금보다 더 일상이 될 것입니다.
K-뷰티를 이끌고 있는 대다수의 화장품 브랜드들은 브랜드와 컨셉만을 정의할 뿐 실제 제품을 연구하고 생산하고 유통하는 대부분의 과정이 아웃소싱 되고 있는 것 처럼, 다양한 산업과 수많은 조직들은 내가 할일, 자동화 할일, 남에게 맡길 일을 반복적으로 재설계하는 과정을 거처야 합니다.
다시 개인의 ‘역량’으로 돌아가면, 조직의 목표 달성에 개인의 유연함과 학습 민첩성, 문제해결 역량,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한 영역을 잘 정의하고, 이러한 개인을 확보하거나 확보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어떻게 유지/확대 할지에 대한 실행이 필요합니다. 우수한 고등학생을 학습시켜 활용하는 팔란티어의 메리토크라시 펠로십(Meritocracy Fellowship)은 파이프라인 관리의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업, 마케팅, 사업기획 직무로 시작해 HR로 넘어와 SK, 쿠팡, 무신사에서 HRBP로, 그리고 플렉스에서 HR 파트너로 일해오면서, 전체를 관통하는 HR에게도 가장 중요한 역량 역시 앞서 이야기한 3가지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유연함과 학습민첩성, 문제해결능력은 HR 담당자에게 전통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이 아니다보니 설어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포용 관점에서는 익숙하나, 설득과 합의의 관점은 어려워 합니다.
AI시대에도 의미있게 조직의 생존과 성장에 기여하는 HRer가 되기 위해서는 나의 상황을 잘 인지하고 보완할 역량을 채우고 날카롭게 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학습방법과 도움이 되는 커리어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내용이 잠시 딴 길로 갔는데요.^^ 이번 글에서 성과’관리’의 대상이 되는 개인의 ‘역량’을 깊이있게 다루었다면 다음 글에서는 개인의 ‘역할’과 ‘관계’의 설계에 대해서, 그리고 조직에서 개별조직의 리더와 회사(HR)은 이 대상들을 관리하기 위해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