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자 일기] HR담당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요??](https://cdn.offpiste.ai/images/articles/1241/cover/805e5cb2-30f7-4d76-a4f3-716ff2082d33_오프피스트 사진(휴머니즘)_260310.jpg)
제목 : HR 담당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
'그럼 강사님은 HR 담당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몇 개월 전 HR에 대해 나만의 생각들을 풀어 놓는 강연의 마지막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 어려운 질문이었다. '가장'이라는 수식어가 있었으므로 하나만 골라 보라는 압박이 있었다. 그렇다고 쭈뼛하고 망설이면 강사로서 폼이 안 날 것 같아서 바로 단호하게, 아니 단호한 척하며 대답을 했다.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말로 하면 '인본주의'나 '인간미'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인사담당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많다. 그것들을 갖추면 업무를 더 잘 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추진력, 기획력, 변화 관리, 통찰력, 혁신 마인드 등 끝도 없다. 요즘은 AI가 대세라 데이터 리터러시나 학습민첩성 등도 중요한 역량으로 부각된다. 간혹 그렇게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들이 정리된 목록들을 보고 있자면 차라리 수퍼맨이 되는 게 더 빠르겠다 싶다. 그런데 그런 역량들이 오롯이 인사담당자에게만 중요한 덕목일까? 그 중 자주 거론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살펴 보자. 영업 담당자가 고객을 설득하는 데에도 필수이고, 재무 담당자가 Stakeholder들을 이해시키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역량이다. 개발자에게는 어떠한가? 해당 프로젝트 리더와, 그리고 개발 프로세스 상에 본인 앞뒤로 연결되어 있는 여러 개발자들과 소통을 잘 해야 결과물이 엉뚱한 산으로 가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이야 말로 직군을 막론하고 회사원이라면 갖추어야 할 필수 역량이다. 가끔 가족들이 나에게 '말이 안 통한다'며 한숨을 쉴 때도 있는 걸 보면, 회사원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필수 역량이다 싶다. 많은 역량 항목들은 조직 내 직무에 따라 다른 역량들과의 상대적인 측면에서 그 중요도의 차이가 조금씩 존재할 뿐이다.
반면에 휴머니즘은 다른 역량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인사 담당자에게 중요하다. 일단 '인사'의 '인(人)', HR의 'H(Human)'와 용어 자체부터 상통하니 기본적으로 큰 것 하나는 먹고 들어간다. HR은 회사 경영에 필요한 기능 중 유일하게 살아 있는 생물을 다루는 직무이다. 다른 직무들은 돈, 기계, 기술, 데이터, 시장 흐름 등을 그 업의 대상으로 삼는다. 아! 예전에 회사 내에서 바이오 분야 연구원 한 명이 자기들도 생쥐로 실험을 한다며 HR이 유일하진 않다고 하더라. 그래 그러면 '거의 유일'이라고 한 발 물러서자. 😅
매일 바쁘게 돌아가는 인사 업무를 하다 보면 시나브로 타성에 젖어 나의 귀한 고객들을 언젠가부터 숫자나 물체처럼 인식하기 시작할 때가 있다. 물론 최근 많이 언급되고 있는 'HR Analytics'나 'Data driven HR'에서의 '숫자'를 말하는 건 아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사례를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 이거 하나가 튀네. 얘만 조정하면 되겠는데', '이번 평가 불만자 둘 이거 누구야', '내년 인력계획에 A팀 10% 줄이라고 해' 등과 같은 대화를 업무 현장에서 자주 듣는다. 또는 본인보다 선배나 높은 직책자에 대해 언급하면서, '아, 홍길동이가 문제네', '박 전무 또 이러네' 라는 대화도 흔하다. 정작 그 박 전무'님' 앞에서는 없는 미소도 자아내며 머리를 조아린다.
어떤 사람이 오죽하면 불만을 제기했었는지, 그 팀이 얼마나 간절하여 증원 요청을 했는지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그저 빨리 보고하기 좋은 용도, 한 걸음 더 나아가 본인 면피하기 좋은 '아름다운 숫자' 맞추기에 급급해 지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현장의 목소리나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보고서만 보고 판단하는 그 윗사람도 이러한 행태가 생긴 것에 한 몫 한 건 분명하다.
휴머니즘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인간다움을 추구하며 인간의 능력을 믿고 존엄성을 중시하고 발전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상'으로 정의된다.
내 업의 대상이자 고객인 임직원들 한 명 한 명을 나와 온전히 동일한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 생각해 보라. 나 자신은 얼마나 존엄한가? 나처럼 대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사람을 대하면 상대도 안다. 그것이 긴 시간 켜켜이 쌓이면 직원들은 단순히 한 명의 인사담당자나 HR팀이 나를 인간적으로 대한다고 느끼는 수준을 넘어, 그 주어가 '우리 회사'로 확장 적용되어 인간미 있는 따뜻한 회사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깊은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회사와 직원 간 신뢰가 구축된 조직에서는 간혹 직원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정책이나 의사결정이 있더라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 '일단 현재에는 이게 우리에게 최선일 거야'라고 믿음을 가지게 된다. 구성원들도 다 안다. 완벽한 회사란 없다는 것을. 휴머니즘 수준이 높은 회사는 직원들의 높은 애사심을 만들고 낮은 이직률이 뒤따른다. 조직의 위기 상황에서 임직원들은 더 뭉치고 회사는 더 강해져 한층 성장한다. 이런 일은 HR에서만 할 수 있다. 우리 직무와 우리의 팀 이름에는 'Human'이 들어가 있지 않은가!
대학교 4학년, 더 이상 학교라는 따뜻한 울타리가 나를 지켜주지 않을 시기를 눈앞에 두고 밥벌이를 찾아 여러 회사 면접을 보러 다닐 때였다. 그 중 한 회사의 임원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인사담당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 있다면 세 가지만 얘기해 보세요'
사실 당시에는 인사 직무가 예전부터 갈망했던 직무도 아니었고, 서류 합격 소식 이후 벼락치기로 준비해 간 예상 질문에도 없던 사항이라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때도 망설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일단 첫 단어를 내뱉고 보았다. 그러면서 다음 덕목을 생각하며 순차적으로 답을 했다. 원래 내 생각이었던 것처럼.
“사랑...(잠깐의 뜸들임) 그리고 균형과 희생입니다.
‘사랑’은 사람에 대한 사랑입니다. 인사 담당자는 사람을 상대로 하는 직무이므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진정성 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균형’은 회사와 종업원 사이에서의 균형입니다.
회사와 종업원들은 서로 요구사항이 대치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인사 부서가 균형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같으면 '종업원' 이라는 용어 대신 '임직원'이나 '구성원' 정도의 용어를 쓸 것 같은데, 그 땐 경영학 책에서 배운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서 좀 올드한 느낌과 함께 학생만의 풋풋함도 느껴진다. 😏
“마지막으로는 '희생'입니다. 희생은 회사를 위한 인사담당자의 마음가짐입니다.
직원들에게 항상 모범이 되어야 하고, 때로는 개인으로서는 동의하지 않는 회사 정책에 대해서도 회사 입장에서 대변해야 할 직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나는 신입 때부터 HR 담당자에게 필요한 역량으로서 휴머니즘을 생각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사랑'이라는 표현이 회사 입사 면접 상황임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감성적인 느낌이 나기는 하지만 그 땐 학생이었으니 귀엽게 봐 주자. 전반적으로 표현에 어린 티가 나지만 지금 생각해도 해당 질문에 대한 대답 키워드 자체는 괜찮았던 것 같다. 내가 지금 신입사원 면접관으로 참여하여 저 정도 대답한 지원자가 있으면 높은 점수를 줄 것 같다. 너무 '자뻑'인가. 🤣
1993년 Spencer & Spencer의 'Competence at Work'에 소개되어 널리 알려진 직무역량 빙산 모델에 의하면 휴머니즘은 확실히 수면 아래 영역이다. 단순한 스킬이나 지식이 아니라, HR 직무와 연결성이 강한 자아개념, 특질, 동기와 같은 보다 근본적인 영역에 가깝다. 즉, 회사에서 교육을 한다고 강화되는 영역이 아니므로 HR 담당자는 채용 단계에서부터 높은 수준의 휴머니즘을 보유한 후보자를 선별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나의 생각과 경험을 정리해 보겠다. 이렇게 선언해 두어야 귀찮음을 핑계로 묻어버리지 않는다.

그러면 이런 ‘수면 아래의 역량’이 실제 HR 업무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
휴머니즘이 실제 업무에서 긍정적으로 발현되었던 사례 몇 가지를 기억에서 소환해 보자.
평소 구성원 개개인을 잘 관찰하고 사람 그 자체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HR 업무 다방면에서 인간미를 발휘하고, 좀 더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
✔️ 엄격한 상대평가를 운영 회사에서 현업과의 Calibration 미팅 때였다. 부서장이 상위등급을 부여한 인원 중 몇 명을 하향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부서장이 상대적으로 성과가 낮은 인원들을 조정 대상자로 나열했는데, 열흘 전에 자녀 조사(弔事)가 있었던 직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상위등급 비율이 기준을 초과를 하더라도 해당 직원은 제외하고 조정을 했었다. 자녀를 잃고 망연자실한 직원에게 굳이 낮은 평가등급을 부여하여 이중으로 심적 고통을 크게 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담당자로서 리포팅하기에는 현업 부서장이 그저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고 조정하면 빠르고 편했겠지만, 길게 사유를 설명하고 본사의 승인을 받았었다.
✔️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 언젠가부터 혼자 식사를 하는 직원이 눈에 띄었다. 몇 주간 관심있게 지켜보다가 혼밥이 지속되길래 조심스럽게 내가 면담을 신청했다. 회사생활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점심을 혼자 먹는 걸 보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결국은 부서 동료들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부서 이동 조치를 해 준 일이 있었다.
✔️ 저성과자들을 어떻게 조치할지 고민 중에 한 명씩 개인 이력을 보다가 과거에는 꽤 업무를 잘 했던 분을 발견하였다. 해당 직원과 개별 면담을 하면서 현재 부서장과의 관계 문제임을 알게 되었다. 조직은 옮기되 직무는 동일한 포지션을 찾아서 본인과 부서장도 만족하고 성과도 예전처럼 다시 높아져 회사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었다. 당시 저성과자들은 지속적으로 하위평가를 부여하고 자연스럽게 퇴직을 유도하는 본사 지침이 있었기에 그냥 지침만 충실히 따라도 ‘일 잘한다’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일이 번거롭더라도 '내가 저 입장이라면 회사에서 나에게 어떻게 해 주는 것이 좋을까'로 접근하여 더 좋은 방향으로 문제를 풀었었다.
✔️ 회사 규정을 크게 위반하여 징계를 해야 하는 직원이 있었다. 대상자는 회사에 기여도가 높았던 사람이고 한 때는 리더까지 역임했던 사람이었다. 회사가 징계 해고로 처리하기 전에 자발적으로 퇴직하시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해당 사건 발생 전에는 회사도 많이 도움을 받았던 분이라 개인 커리어에 안 좋은 이력을 남기지 않도록 하였다. 퇴직 전 개인 자리에서 물품들을 정리할 때에는 회사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없는 자정 시간에 따로 만나서 사무실 문도 열어 드리고 짐을 정리하시도록 하여 불편한 주변 시선을 받지 않도록 한 적도 있다.
그 외에도 작은 사례들을 좀 더 들어 보자면,
✔️ 병가 사용자나 모성보호 대상자에 대해 근무 기간이 짧다는 이유나 당장 자리에 없다고 부서장들이 낮은 등급의 평가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방지토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
✔️ 평가 불만자에 대해 인사 담당자가 블랙리스트로 인식하거나 적당히 억눌러 무마시키기 보다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점을 충분히 청취하고(때론 몇 시간이 걸리고, 보통 이 정도까지만 해도 많이 풀리신다), 필요 시에는 공식적인 재검토 프로세스를 거치도록 지원하는 것
✔️ 채용 면접 시 후보자가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 본인의 모습을 한 번 볼 수 있도록 전신 거울을 면접 대기장 내에 설치하거나 채용 담당자가 옷매무새를 한 번 봐 주는 일
등도 우리가 고객들에 대해 좀 더 따뜻한 인간미를 가지고 실천할 만한 사항들이다.
지난 번 아티클의 'K-HR의 장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회사가 직원의 가족까지 하나의 공동체로 엮는다면, 직원 자녀의 학교 입학이나 배우자 생일 때 선물을 지급하는 것도 깊은 휴머니즘에서 나올 수 있는 복지 정책이다.
이런 일들은 거창한 제도나 혁신적인 HR 전략이 아니다. 다만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려는 마음'에서 출발한 작은 선택들이다. 그리고 그런 작은 선택들이 쌓일 때 구성원들은 회사가 자신을 '노동력'이나 '인적자원'이 아니라 '사람'으로 대한다고 느끼기 시작하고, 그것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결국 HR의 전문성은 데이터 분석이나 제도 설계도 중요하지만, 그 근본은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 본 글은 생성형 AI의 도움을 일절 받지 않았습니다. (이미지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