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자 일기] K-Pop, K-Drama... 이젠 K-HR 시대(2)](https://cdn.offpiste.ai/images/articles/852/cover/e5ec943c-a542-45bc-b0d2-2e241e1c2d4e_오프피스트 사진(K-HR)_251226.jpg)
2025년 9월 23일 화요일. 날씨 비
어제 못 다 쓴 K-HR의 자랑할 만한 요소들을 이어서 쓴다.
외국인들이 '한쿡은 HR에도 특별한 게 있눼요. 이런 건 우리도 시도해 보면 초을 것 같아요' 할 만한 것들을 내 마음대로 추려본다.
※ 혹시 이전 편을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Offpiste - [인사담당자 일기] K-Pop, K-Drama... 이젠 K-HR 시대(1)
4. 가족 중심 복지
어떤 회사들은 공채 합격자가 결정되면 입사 전에 회사에서 자택으로 꽃다발 선물을 보낸다. 선물에는 그 동안 잘 키워주신 자녀를 우리 회사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우수한 인재로 양성하겠다는 대표이사의 다짐도 포함된 카드도 동봉한다.
어떤 회사들은 승진 발표일에 승진자 집으로 선물을 보내며 가족의 헌신과 지지 덕분에 해당 직원이 우리 회사에서 인정 받고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되었다는 메시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 다른 회사는 배우자나 부모의 건강검진까지 지원하고, 대부분 한국 회사들은 가족의 경조사 때 휴가와 경조금을 지원한다. 가족 범위도 꽤나 넓다.
설과 추석 때 집으로 배송해 주는 명절 선물이나 직원 생일 축하 케익 등은 어떠한가?
이러한 한국스러운 복지 제도들은 회사와 구성원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가족까지 하나의 공동체로 연결하며, 회사와 같이 철저한 이해 집단에서 소외될 수 있는 따뜻한 인간미를 느끼도록 한다. 이는 단순한 복지 제도에 그치지 않고 가족을 포함한 상호 심리적 유대와 회사에 대한 로열티 강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낸다. 직원이 퇴직을 고민할 때 그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난 그 회사 좋더라'며 만류하여 퇴직 의사를 철회한 사례를 듣고 보람 있었던 기억이 난다.
5. 회식과 간담회
회식은 업무를 넘어 마음을 나누는 자리이다.
세대와 직급의 벽, 그리고 업무 상황에서의 오해를 허물고 서로를 ‘사람’으로 다시 연결시키는 자리이다. 비공식적인 모임을 공식화한 HR의 고급 스킬이다. 차가운 이해집단 속에서 인간미를 부여하려는 측면에서는 앞서 언급한 가족 중심 복지와 결이 같으며, K-HR의 큰 맥락 속에 있다.
일전에 동료 한 명이 조금은 회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나에게 회식은 왜 하는 거냐고 근본적인 질문을 하길래 이렇게 답을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한국 회사들이 왜 팀별로 적게는 몇 십만원, 많게는 몇 백만원까지 예산을 편성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차라리 그 돈으로 노후된 사무용 의자를 교체한다거나 노트북을 구매하는 것이 회사에 더 도움될 수도 있을텐데, 왜 소위 '먹고 싸면 그만인' 회식비를 회사가 인건비로 사용할까.
회사라는 복잡한 구조 하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여러가지 갈등과 불편함도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누구는 쉽게 털어 버리지만, 누구는 그것이 누적되어 퇴직도 하고, 마음의 병도 얻는다. 회사 안에서는 말하기 어려운 서운함과 억울함, 자존심 때문에 망설였던 사과와 수줍은 성격 탓에 하지 못했던 칭찬과 격려는 그나마 회식 자리에서는 표현하기에 용이하다. 생각해 보라.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고소한 기름이 입안 가득 퍼지는 삼겹살이 앞에 있는 자리와, 회사의 미션과 비전, 회의실 이용수칙 등이 적혀 있는 회색빛 사무 공간에서 나눌 수 있는 얘기 주제와 청자의 수용도는 같을 수가 없다. 회사는 거기에 비용을 쓰는 것이다. 사무용품 구입하는 것보다 끈끈한 인간적 연결이 회사 경영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는 재부팅하면 새로워지는 로봇이 아니라, 복잡한 감정과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회식이 과음 중심이 아닌 취미형 워크숍, 티타임 간담회, 미식 체험 등 더 다양하고 건전한 형태로 진화하며 조직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에 반해, 서양에서는 업무 외 사생활 구분이 강한 사회 문화로 인해 이런 형태의 관계 강화 장치는 매우 제한적이다.
6. 공동체 의식을 살리는 사내 행사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귀찮지만, 익숙해져 있는 사내 행사들이 있다. 시무식, 창립기념식, 체육대회, 가족초청행사, 송년회 등이 그것들이다. 뭐 이런 것까지 K-HR과 엮어서 들먹이나 싶을 수도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우리만큼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그 성격이 매우 다르다. 그들의 행사는 매우 비즈니스 중심이고 짧게 진행되는 반면, 우리는 감정적 유대의 활성화 장으로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소속감, 로열티, 공동체 의식을 체계적으로 재점화함으로써 조직의 정체성을 되새기는 의례적(ritual) HR 시스템이다.
'조직'을 정의할 때 꼭 필요한 구성요소 세 가지를 경영학과 학부 과정에서 배운 것이 생각난다. 2명 이상의 구성원과 공동의 목표, 그리고 구성원 간 상호작용이다. 이러한 사내 행사들은 우리에게 조직 구성원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워준다. 매일 앞만 보며 달려 지친 나에게 옆에 있는 동료를 보게끔 하여 '우리'를 인식하게 하고, 공동의 목표를 되새기게 하여 내가 속해 있는 '숲'을 보게 한다. 나를 덜 외롭게 하고 부스터를 장착하게 해 준다.
7. 체험형 사회공헌 활동
연탄 나르기, 김장 담그기, 장애인 시설 대청소, 초등학생 과학교실, 요양원 노인 돌보기,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해비타트 등. 내가 그 동안 회사에서 참여하였던 봉사활동들이다. 당시에는 귀찮기도 하고, 회사 로고가 새겨진 조끼를 착용하고 외부인들의 생활 공간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민망하기도 하였으나, 매번 끝나고 나면 보람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혼자라면 하지 못했을 사회 봉사를 회사 덕분에 할 수 있게 된 것에 고마움도 느껴졌다. 내가 인류사회에 도움이 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기분도 들게 했다. 이러한 체험형 봉사활동은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줄 뿐만 아니라 내가 다니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까지 높여주는 체험형 HR 프로그램이며, 사회 전반적으로도 매우 가치있는 기업 활동이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회사가 주체가 되기보다는 개인이 봉사 전문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회사에서는 기부금 매칭을 해 주는 경제적 지원이나, 회사 지역 내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직원들이 현장 복구에 참여하는 식의 일회성 봉사활동의 비중이 커서 취지와 효과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과는 차이가 있다.
사례는 이 정도로 마무리해 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유행인 요즘 왜 HR에는 아직 'K'가 붙지 않은 것일까? 우리가 스스로 과소평가 하고 있지는 않을까? 선진사를 벤치마킹 하는 것이 시나브로 몸에 베어 그런 것일까? Korean HRer로서 안타깝고, 우리 HR도 고유의 특색과 장점이 있다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HR DNA가 있다고 우겨 보기라도 하고 싶다. K-HR은 휴머니즘과 따뜻함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 안에는 회복탄력성(resilience), 몰입(engagement), 인재 유지(retention)를 높이는 구체적 조직 운영의 힘이 있다.
세계는 AI 열풍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우리 인간은 '사람다움'에 관심을 가진다. 로봇을 활용하면서도 로봇에서 주도권을 빼앗길까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가올 미래에 기업들은 ‘사람 중심 경영(People-centered management)’을 향한 관심이 더 커질 것이라고 감히 예상해 본다.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우리 HR이다. 그리고 사람에 가장 진심인 HR은 이미 한국에 있다. 우리가 그것을 자각하고 이름을 붙이기만 하면 된다.
누가 알았던가? 우리 농촌에서 흔히 사용하는 호미와 어느 집에나 하나씩 있는 삼발이 스테인리스 찜기가 아마존에서 베스트 셀러가 될 줄.
※ 본 글은 생성형 AI의 도움을 일절 받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