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밋업
컨퍼런스
커뮤니티
직장 인간관계, “가까움”이 아니라 “거리의 기술”이다

직장 인간관계, “가까움”이 아니라 “거리의 기술”이다

이해관계가 분명한 공동체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진솔해질 수 있을까?
조직문화전체
rk
grace parkMar 19, 2026
2303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차피 회사의 진짜(?) 주인은 회장님이고, 우리는 모두 큰 종, 작은 종일 뿐인데… 종들끼리 누가 더 잘났다, 내가 맞다 네가 맞다, 왜 이렇게까지 싸우고 갈등하고 경쟁하는 걸까?

저는 직장생활에서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믿는 쪽입니다. 고슴도치가 너무 가까워지면 서로에게 상처가 되듯, 직장에서는 가까워지되 찔리지 않을 거리가 필요합니다.
저는 누군가를 “전적으로 믿었다가” 상처를 받은 경험이 누적되면서, 이 신념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전적으로 믿지도 않고, 전적으로 믿지 않지도 않는. 그 애매한 지점이 어쩌면 조직에서 오래 버티는 기술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차갑게 살고 싶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가족만큼 따뜻한 관계를 기대하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으니까요.
이 글은 그 모순에서 출발합니다.

1) “사람이 힘든 건” 일의 난이도와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은 출근할 때 “오늘 사고 쳐야지” 하고 나오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성실과 책임감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조직에서 가장 많이 무너지는 지점은, 역설적으로 일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 일은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데

  • 사람이 힘들면 버티는 방식 자체가 망가집니다

특히 나쁜 상사를 만났을 때는 더 그렇습니다. “회사와 직무는 좋은데 상사 때문에 떠난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죠.
상사가 구성원을 무너뜨리는 방식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홍석환 대표님의 회사를 떠나게 하는 말 아티클에서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공감한 내용이 있습니다.

(출처: https://www.offpiste.ai/articles/회사를-떠나게-하는-말-한마디-1231)

  1. 실수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성격/자질로 확장할 때

  2. 개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모난 돌”이라며 정으로 쫄 때

  3. 의견은 듣지 않고 잘못만 지적할 때

  4. 자신의 경험만 옳다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를 강요할 때

이런 말들은 ‘업무 피드백’이 아니라 ‘인격 판정’으로 들립니다.
그리고 조직에서 가장 오래 남는 상처는, 대부분 문장 하나로 만들어집니다.

2) 1,000명이 있어도 “남는 사람은 5명”

제가 존경하여 구독하는 미키 김님께서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구글이라는 큰 회사를 퇴사하고 나서도 사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은 5~6명 남짓이더라.”

저도 한 회사에서 20년을 일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회사를 떠나면 ‘사적으로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몇 명일까 떠올려 보면, 저 역시 한 손, 다섯 손가락이면 충분합니다. 상시근로인원이 1,000명이 넘는 조직인데도요.

이 사실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건 두 가지입니다.

  • 첫째, 직장은 친구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일을 완수하는 공동체라는 것

  • 둘째, 그렇기 때문에 관계에서 기대치를 잘못 설정하면 상처가 구조적으로 반복된다는 것

직장은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사랑만으로 굴러갈 수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꾸 “가족 같은 분위기”를 원합니다.
그게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그 욕구가 자연스럽다는 뜻입니다. 다만 그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더 섬세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 설계는 개인이 할 수도 있지만, HR과 리더의 중요한 역할일 수도 있습니다.

3) 거리두기는 냉소가 아니라 ‘경계의 윤리’다

저는 직장 관계의 핵심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란, 이해관계가 분명한 공동체에서 ‘신뢰를 설계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무조건적인 친밀’이 아니라 ‘건강한 경계’다.

경계는 차가움이 아니라 안전장치입니다.
경계가 없을수록 관계는 빨리 뜨거워지고, 더 빨리 타버립니다.
경계가 있을수록 우리는 상대를 오해로 재단하지 않고, 내 감정을 과잉 해석하지 않으며, “업무”와 “인격”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직장에서의 거리두기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 전적으로 기대하지 않기: 기대가 과하면 실망이 과합니다

  • 전적으로 불신하지 않기: 불신이 과하면 협업이 불가능합니다

  • 관계를 ‘감정’이 아니라 ‘원칙’으로 운영하기: 원칙이 있어야 감정이 쉬워집니다

4) “나는 왜 20년을 버텼을까” — 결국 사람 때문에

그런데요.
제가 한 조직에서 20년을 버틴 이유도, 결국 사람입니다.

저 혼자 여기까지 올라올 수 없었습니다.
시기적절하게 필요한 도움과 협력이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했습니다.
오해와 모함으로 힘든 순간에도, 무조건 제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꼭 있었습니다.

저는 리더가 된 이후, 구성원들을 위해 매일 새벽 기도했습니다.
친 자녀들을 위한 기도시간과 동일하게, 그 구성원들의 평안과 성장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이런 말도 했습니다.
“부모가 안 돼 본 사람은 리더를 하기가 힘들다.”

저는 이 말이 완전히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해는 합니다.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려면, 권리와 의무가 얽힌 친밀한 관계 속에서 양보와 타협을 배우게 되니까요.
돌보는 사람을 우선해야 하기에 출장을 취소하고, 출세의 야망을 줄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두 가지를 모두 갖는 것이 늘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는 참 아이러니한 공간입니다.
가족만큼 가까운 시간을 보내지만, 가족처럼 무조건적인 사랑을 기대하기에는 이해관계가 너무 분명합니다.
그 모순 때문에 우리는 자꾸 서운해지고, 상처받고, 때로는 냉소해집니다.

5) 조직을 무너뜨리는 건 ‘큰 사건’이 아니라 ‘미세한 무례’다

조직 분위기는 “대단한 악의”보다 “별거 아닌 행동”으로 망가집니다.
본인에게는 별거 아니지만, 상대에게는 은근히 신경 쓰이는 미세한 행동들이 쌓여 조직을 무너뜨립니다.

  • 탕비실에 아무렇게나 두고 가는 일회용 컵

  • 화장실 휴지통 옆에 널부러진 휴지

  • “상사 없는 날”을 ‘무책임한 자유’로 착각하는 분위기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나는 그러지 말자. 어른답자.”

이건 잔소리가 아니라 공동체의 기본기입니다.
그리고 기본기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태도로 만들어집니다.
논어의 ‘신독(愼獨)’—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신중하고 올바르게 다스리는 것.
조직문화의 출발점은 거창한 캠페인이 아니라, 이 조용한 윤리에서 시작될 때가 많습니다.

6) 나쁜 상사와 싸우지 말고, ‘게임의 규칙’을 바꿔라

유튜브에서 들은 “나쁜 상사 유형 5가지”는 놀랍도록 현실적이었습니다.
핵심은 하나였어요.

상사를 바꾸려 들지 말고, 내가 살아남는 구조를 설계하라.

① 성과(공)를 가로채는 상사

  • 상사의 태도를 바꾸려는 시도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 대신 내 브랜드를 강화하고, 중요한 이해관계자에게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세요

  • “상사 도움 덕분에 더 잘 됐다”는 코멘트를 덧붙이는 방식은 현실적인 안전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② 내 커리어에 관심 없는 상사

  • 성과 기반 체계라면, 성과는 존재만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 노출과 기록이 필요합니다: 귀찮을 정도로 요구하고 문서로 남기기

③ 능력이 조금 모자란 상사

  • 큰 트러블이 없다면 “요청”이 답입니다

  • 상사가 챙겨줘야 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세요 (단, 정중하고 구체적으로)

④ 마이크로 매니징(겁나 쪼는) 상사

  • 상사가 꽃힌 영역(숫자/보고/디테일)을 파악해

  • 내가 먼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피드백을 요청하세요

  • 지적이 많은 상사에게는 “죄송합니다”보다 “피드백 감사합니다”가 관계를 덜 망가뜨립니다

⑤ 폭언하는 상사

  • 절대 감정적으로 맞대응하지 마세요

  • 다만 ‘참아라’가 아닙니다

  • 기록, 증인, 공식 채널, HR 프로세스 등 제도적 안전장치를 동시에 준비해야 합니다

나쁜 상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의 생존 방식은 개선할 수 있습니다.

7) 결국 HR 리더십은 “무례함에는 맞서고, 모두에게 친절한 것”

제가 HRD 팀장일 때 스스로 만든 HRD Credo가 있습니다.

  1. 우리는 공동체 구성원의 성장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2. 우리는 먼저 학습하고, 경험하고, 재창조한다

  3.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잘해주지 않고, 조직의 가치 안에서 잘 되게 만들어준다

  4. 지금 내가 하는 일에서 내가 최고가 된다

  5. 무례함에는 맞서고, 모든 이에게 친절하자

이 다섯 문장은, 사실 직장 인간관계를 관통하는 원칙이기도 합니다.
친절은 약함이 아니라 기술이고,
맞섬은 공격이 아니라 경계의 선언입니다.
그리고 성장이라는 목적이 있을 때, 관계는 감정 소모가 아니라 공동의 성취가 됩니다.

저는 여전히 직장 인간관계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아마 계속 어려울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믿습니다.

직장은 “완벽한 사랑”을 기대할 곳은 아니지만,
서로가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애쓰는 공동체가 될 수는 있다고.

가까움이 아니라 거리의 기술로,
감정이 아니라 원칙으로,
상처가 아니라 성장으로.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조직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사람”을 배웁니다.


rk
grace park
인사/교육/문화 + @ 디지털/AI
코칭문화와 AI/데이터 기반 HR 설계로 측정 가능한 조직성과를 만듭니다

댓글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주)오프피스트 | 대표이사 윤용운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8길 13, 4층 402-엘179호(서초동, 제일빌딩)
사업자등록번호: 347-87-0349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2025-서울서초-2362호
전화: 02-6339-1015 | 이메일: help@offpiste.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