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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리더십(1): "리더십은 모두 리더에 관한 것이다"

가짜 리더십(1): "리더십은 모두 리더에 관한 것이다"

리더십을 특정 개인의 전유물이 아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집단적 프로세스로 재정의하자
진영
김진영Jul 21, 2025
주니어,미드레벨,시니어,리더,임원,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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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전문가라는 지인이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리더십을 말하는데 내용은 거기서 거기다.'

차별화된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세상에는 리더십과 매니지먼트 교육훈련이 넘친다. 조직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실 교육훈련의 내용과 형식은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우리 조직의 리더십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는 말을 듣기는 흔치 않다.

'어떻게 한다(How to)'는 식의 내용은 이미 모자랄 게 없다. 이제는 몰라서 못했던 과거의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정보의 과잉과 실행 정당성을 가진 기법들이 리더를 옥죄고 있다. 리더십 교육을 다녀와서 한껏 의욕을 품었는데, 현실의 벽에서 좌절하고 만다. 답답한 현실을 타개하는 방법은 새로운 How to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더 이상 없을 것 같다) 이제는 리더십에 대한 가정과 전제를 살펴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통념을 '가짜 리더십'이라 명명하고 다시 생각해보려 한다.

개인영웅 서사에 빠진 리더십

서점가에 리더의 성공 비결을 다룬 책들이 넘쳐나고, 미디어는 위기에서 조직을 구한 '영웅적 리더'의 서사를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한다. 많은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차세대 리더'라는 특정 개인이 존재한다. 이 모든 현상의 기저에는 하나의 거대한 착각, 즉 '리더십은 전적으로 리더에 관한 것이며, 리더 한 사람에게 집중하면 그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관점은 리더십이라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사회적 프로세스를 오직 공식적인 직함을 가진 '리더'라는 개인의 특성, 행동, 결정의 문제로 축소한다. 마치 어두운 극장에서 스포트라이트가 단 한 명의 배우만을 비추는 것처럼, 이 잘못된 믿음은 리더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 - 즉, 팔로워, 리더와 팔로워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속한 집단과 맥락 - 을 의도적으로 어둠 속에 남겨둔다.

그 결과, 우리는 리더십을 CEO, 사장, 팀장 등 특정 직책을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긴다. 그리고 조직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모든 원인을 이들 개인에게서 찾으려 한다. 성공은 리더의 탁월한 역량 덕분이고, 실패는 리더의 무능함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에 빠지는 것이다. 이러한 '리더 중심주의'는 언뜻 명쾌해 보이지만, 실제 조직 현장과는 거리가 먼 신화에 불과하며, 오히려 조직의 건강한 성장을 저해하는 심각한 독소로 작용한다.


경영학의 로맨스: 리더 신화가 탄생한 배경

리더 중심적 사고는 어떻게 현대 조직의 지배적 패러다임이 되었을까? 그 뿌리는 19세기 '위인 이론(Great Man Theory)'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이론은 역사가 소수의 영웅적 인물들에 의해 움직인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경영학으로 스며들었다.

경영대학원들은 이러한 신화를 확산시키는 '리더십 산업 복합체'를 형성했다. MBA 프로그램, 경영자 부트캠프, 리더십 교수직을 통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판매하면서, 정작 리더십을 소수 개인의 특성과 기술로만 환원시켰다. 이 복합체는 자기계발 코칭, 고가의 개발 프로그램, 화려한 비즈니스 매거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엘리트와 권력층의 이익에 부합하는 리더십 내러티브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유포한다. 2019년 기준 북미에서만 1,694억 달러가 리더십 훈련에 투자되었지만, 조직의 리더십 개발 활동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평가하는 HR 전문가는 16%에 불과했다.

미디어와 대중문화도 이러한 신화 형성에 기여했다. '셀러브리티 CEO' 현상은 조직의 성공과 실패를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경향을 강화했다. 스포츠 메타포의 남용은 비즈니스를 개인 간 경쟁으로 프레이밍하며, 팀워크와 협력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들었다.

현재의 리더십 교육과 선발 시스템도 이러한 편향을 지속시키고 있다. 비즈니스 스쿨은 리더십을 상품화하여 적절한 프로그램에 등록하거나 적합한 임원 멘토를 고용하면 누구나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매력적이지만 기만적인 믿음을 판매하고 있다.

리더 중심주의의 파괴적 결과

리더 중심적 사고는 조직에 네 가지 치명적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팔로워의 기여를 체계적으로 무시한다. 연구에 따르면 팔로워는 단순한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리더십의 적극적 공동창조자다. 그러나 전통적 리더십 모델은 팔로워를 "무정형 집단"으로 묘사하며 그들의 고유한 기여를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참여적 의사결정의 부재를 초래한다. 현대 비즈니스 환경의 복잡성은 리더 개인이 모든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리더 중심적 문화는 직원들의 참여를 제한하고, 다양한 관점을 배제한다. 참여적 리더십을 채택한 조직은 창의성, 혁신성, 직원 몰입도에서 유의미한 향상을 보였지만, 많은 조직은 여전히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를 고수한다.

셋째, 성공과 실패의 과도한 귀인이 발생한다. 조직 성과는 기술, 시장 상황, 팀 역량 등 복잡한 요인들의 상호작용 결과임에도, 리더 중심적 사고는 이를 개인의 능력으로 환원시킨다. '후광 효과'는 이러한 인과관계를 역전시켜, 좋은 성과가 좋은 리더십의 증거로 해석되는 모순된 순환 논리를 만든다.

넷째, 의존적 조직 문화를 형성한다. 리더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조직은 핵심 인물이 떠날 때 취약해진다. 이러한 '리더십 도박'은 승계 계획의 위기를 초래하고, 팔로워들의 학습된 무력감을 강화한다. 결과적으로 조직의 회복력과 적응력이 감소한다.

리더십의 경로 수정: 집단 지성으로 전환

다행히 대안은 존재한다. 2020-2025년 연구들은 리더 중심적 모델을 대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접근법들을 제시한다.

분산형 리더십(Distributed Leadership)은 리더십을 조직 전체에 분산된 집단적 과정으로 재정의한다. 스웨덴 노인 요양 시설 6곳의 사례 연구는 성공적인 분산형 리더십 구현을 위한 네 가지 핵심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공식화 프로세스, 참여적 접근, 수직적 의미 형성, 수평적 의미 형성. COVID-19 팬데믹 동안 분산형 리더십을 채택한 조직들은 82% 높은 혁신률과 뛰어난 위기 적응력을 보였다.

공유 리더십(Shared Leadership)은 팀 구성원 간 동적이고 상호작용적인 영향력 프로세스를 강조한다. 메타분석 결과, 공유 리더십은 전통적 수직 리더십보다 팀 성과 예측에서 더 강한 타당성을 보였다. 팀 만족도, 창의성과 혁신, 변화 적응력 모두에서 우수한 성과를 나타냈다.

팔로워십 이론은 팔로워를 리더십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능동적 공동창조자로 재정의한다. 여러 실증 연구는 팔로워가 리더십 결과의 공동생산자임을 입증했다. 능동적 팔로워십 행동은 조직 시민 행동, 성과, 리더 효과성과 긍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실제 기업 사례들은 이러한 이론의 실효성을 입증한다. 중국의 하이얼 그룹은 4,000개 이상의 자율경영 마이크로 기업(각 10-15명)으로 조직을 재구성했다. 전통적인 중간 관리층을 없애고, 각 마이크로 기업이 독립적 사업 단위로 운영되도록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후발 주자였던 그들은 이제 선두권 업체 중 하나가 되었다.

미국의 모닝스타 컴퍼니는 30년 이상 자율경영 모델을 운영하며 세계 최대 토마토 가공업체로 성장했다. 500명 이상의 정규직 직원이 전통적인 상사나 조직 위계 없이 일한다. 대신 '동료 간 이해 서신(CLOU)'이라는 연간 협상을 통해 책임과 역할을 정의한다. 이는 지속적인 성장, 낮은 관리 비용, 높은 직원 참여도로 이어졌다.

HR의 새로운 역할: 모두의 리더십 설계자

HR 담당자와 현업 리더들은 리더의 전유물에 빠진 리더십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제 '리더'라는 개인에서 '리더십'이라는 집단적 프로세스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1. 리더십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공유하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 내에서 리더십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다. HR 부서는 '리더십은 특정 개인의 역할(role)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관계적 과정(process)'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리더십은 직위에서 나오는 권한이 아니라, 팔로워의 동의와 신뢰, 즉 '팔로워십'을 통해 증명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정의를 교육, 워크숍,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파하여 '리더십은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인식을 조직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1. 보이지 않는 리더십을 발견하고 인정하라.

HR 담당자와 현업 리더는 공식적인 조직도 너머를 보는 '탐색자'가 되어야 한다. 정기적인 팀 미팅, 일대일 면담, 다면 피드백 등을 통해 '우리 조직의 성공에 가장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들은 누구에게 가장 먼저 도움을 청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스포츠팀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코치와 같은 공식적 리더보다, 팀 사기를 북돋우거나 소셜 이벤트를 조직하는 등 비공식적 역할을 맡은 동료 선수들의 리더십이 팀 성과와 선수 웰빙에 더 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HR은 이렇게 드러나는 '비공식 리더'들의 공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기여를 칭찬하며 보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공은 리더에게'라는 잘못된 관행을 깨고, 기여한 모든 사람이 인정받는 공정한 문화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1. 리더십 개발의 단위를 '개인'에서 '팀'으로 전환하라.

개인 중심의 리더십 교육에서 벗어나, 팀 전체의 리더십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리더 한 명을 외부 교육에 보내는 대신, 그 비용으로 팀 전체가 참여하는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다. 이 워크숍에서 팀의 공동 목표를 명확히 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각자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지(예: 아이디어 제시, 동료 격려, 갈등 중재, 정보 공유 등) 함께 논의하고 약속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1. 리더의 역할을 '영웅'에서 '조력자(Enabler)'로 재정의하라.

진정한 리더의 역할은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하는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구성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장애물을 제거해주는 '조력자' 또는 '플랫폼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는 더 많이 말하기보다 더 많이 듣고, 지시하기보다 질문하며, 통제하기보다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리더십은 '영향력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을 분배'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리더십은 리더에 관한 것'이라는 낡은 아이디어는 이제 무덤으로 보내야 한다. 조직의 성공은 한 명의 천재나 영웅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그것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구성원의 '보이지 않는 리더십'이 모여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교향곡과 같다. 우리 HR 담당자와 리더들의 진정한 과제는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는 지휘자 한 명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연주자가 자신의 파트를 훌륭하게 연주하며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 조직은 예측 불가능한 변화의 파도를 넘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진정한 저력을 갖추게 된다.

가짜 리더십(2): "위대한 리더는 타고난 자질을 가진다"

가짜 리더십(3): "위대한 리더가 하는 특정한 행동이 있다"

가짜 리더십(4): "우리는 위대한 리더를 동일하게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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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비즈니스 코치
『위임의 기술』 『팀장으로 산다는 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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