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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리더의 7가지 습관', '효과적인 리더십의 5대 행동 원칙', '변화를 이끄는 리더의 핵심 역량' - 비슷한 제목들이 리더십 교육과 서적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서점의 경영 코너를 둘러보면 '리더는 특정 행동을 해야 한다'는 처방전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 해당 '완벽한 행동 매뉴얼'을 따라 해도 리더십 향상이 그다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된 고민이다.
최근 한 제조업체의 인사담당 임원이 필자에게 털어놓은 이야기가 그 현실을 잘 보여준다.
"우리가 리더십 교육에서 가르치는 핵심 행동을 나열해보니 30개가 넘더라고요. 명확한 의사소통, 팀원 배려, 변화 주도, 갈등 해결... 그런데 동일한 행동도 특정 조건에서는 효과가 있고, 다른 조건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더라고요."
바로 여기에 현대 리더십이 가진 가정과 전제 상의 세 번째 함정이 있다. 우리는 리더십을 마치 요리 레시피처럼 여기며, 정해진 행동을 순서대로 따라 하면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러한 접근법은 리더십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이해한 오류에 기인한다.
행동주의 리더십의 탄생: 과학적 포장지에 싸인 단순함
1940년대부터 시작된 행동주의 리더십 연구는 분명한 진보였다. 이전의 '위인론'에서 벗어나 리더십을 학습 가능한 행동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리더십을 더 이상 신비한 재능이 아니라 명확히 정의되고 학습할 수 있는 행동이라는 것이었다. 1960년대 미시간 대학의 연구, 1970년대 블레이크와 무튼(Blake & Mouton)의 관리격자 이론, 그리고 허시와 블랜차드(Hersey & Blanchard)의 상황적 리더십 이론까지, 모든 주요 리더십 이론이 이 행동주의적 접근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오하이오 연구팀은 리더의 행동을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었다. '배려(Consideration)'와 '구조 주도(Initiating Structure)'가 바로 그것이다. 배려는 부하직원을 존중하고 공정하게 대하는 행동이고, 구조 주도는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정의하고 업무를 조직화하는 행동이었다. 미시간 연구팀도 비슷하게 '과업 지향적 행동'과 '관계 지향적 행동'으로 리더십을 분류했다.
해당 연구는 표면적으로 매우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여기에도 치명적인 가정이 숨어 있었다. 바로 '특정한 행동이 모든 맥락에서 효과적이다'라는 믿음이었다.
그 시기의 연구 결과가 현재까지도 리더십 교육의 기초가 되고 있지만, 2024년 Harvard Business Publishing의 글로벌 리더십 개발 연구를 보면 70%의 조직이 "리더들이 현재와 미래의 비즈니스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더 넓은 범위의 리더십 행동을 마스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기존의 고정된 행동 목록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 리더가 ‘지양’해야 한다고 여기는 마이크로 매니먼트, 감성지능 부족, 책임 전가를 다음과 같이 바꿔보겠다.
- 작은 업무를 세세하게 봐줘라. 믿음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 관심과 행동에서 나온다.
- 심정적으로 거리두기를 실행하라. 직원의 모든 감정을 흡수하지 말라. 당신은 부모가 아니다.
- 직원에게 위임하라. 그들이 책임지는 습관을 갖게 하라.
어떤가? 그럴 듯 한가? 리더십 관련 일반적인 주장은 약간 비틀기만 하면 여러 상황에서 활용될 수 있는 좋은 지침이 되곤 한다.
컨설팅 산업이 만든 리더십 상품화
행동주의 리더십 연구는 경영 컨설팅 업계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았다. 복잡한 리더십을 간단한 행동 목록으로 정리할 수 있고, 이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패키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변화관리' 열풍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했다. 컨설팅 회사들은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리더의 핵심 행동’이라고 주장하며, 조직 변화를 위한 모델들을 쏟아냈다. 존 코터(John Kotter)의 8단계 변화 모델, 쿠르트 레빈(Kurt Lewin)의 3단계 변화 모델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해당 모델들이 실제 맥락의 복잡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점이다. 2024년 에티오피아 공립대학을 대상으로 한 연구[진김1] 를 보면, 연구진들은 "제안된 모델이 변화의 전략적 성격과 제도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러한 접근법이 리더십을 '기술적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점이다. 리더십이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특정 입력(환경)에 대해 정해진 출력(행동)을 내놓으면 되는 것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미디어와 대중문화의 영향
대중매체도 이런 행동 중심의 리더십 신화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성공한 CEO의 하루 일과", "위기를 극복한 리더의 5가지 원칙" 같은 콘텐츠가 무수히 생산됐다. 복잡한 상황과 맥락은 생략되고, 오직 눈에 보이는 행동들만 부각됐다.
스티브 잡스의 "디테일에 대한 집착", 잭 웰치의 "차별화와 성과주의", 제프 베조스의 "고객 중심 사고" - 이런 이야기들이 마치 성공을 위한 공식인 것처럼 포장되어 유포됐다. 하지만 정작 이런 행동이 왜 그들에게는 효과적이었는지, 어떤 맥락에서 가능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일률적 적용의 함정: 맥락을 잃어버린 리더십
행동 중심 리더십의 가장 큰 문제는 맥락을 무시한다는 점이다. 2023년 Gary Johns의 연구 "리더십 연구의 맥락 결핍[진김2] "을 보면, 현재 리더십 연구의 대부분이 상황적 요인을 적절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맥락을 행동에 제약과 기회를 제공하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환경적 또는 상황적 자극"이라고 정의하면서, 리더십 연구가 그것을 체계적으로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조직 현장에서 동일한 행동이라도 환경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공정성'을 살펴보자. 누구나 공정한 리더가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 공정한가는 맥락과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
성과급을 똑같이 나눠주는 것이 공정할까,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이 공정할까? 신입사원에게는 전자가, 고성과자에게는 후자가 공정하게 느껴질 것이다. 더욱이 동일한 행동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우리 편' 리더가 할 때와 '저쪽 편' 리더가 할 때 받아들여지는 정도가 다르다. 동일한 행동을 두고 여야에 따라 비판과 지지가 엇갈리는 장면은 아주 익숙하다.
행동-성과 연결고리의 미신
행동 중심 리더십의 또 다른 문제는 행동과 성과 사이의 연결고리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점이다. ‘특정 행동을 하면 특정 결과가 나온다’는 선형적 사고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실제 리더십 효과는 리더의 행동보다는 팀의 역동성, 조직문화, 외부환경 등 복합적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동일한 '동기부여' 행동도 팀의 업무 부하 수준, 조직의 보상 시스템, 개별 구성원의 경력 단계에 따라 완전히 다른 효과를 낸다. 시간과 비용의 제약 때문이겠지만(그렇다고 믿고 싶다) 단일한 솔루션 제공 수준의 관리 기법 교육은 여러 부서 환경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리더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은 리더십 교육훈련이 행동의 빈도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칭찬을 더 자주 하라’, ‘피드백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라’와 같은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2024년 리더십 행동 레퍼토리 연구[진김3] 를 보면, 효과적인 리더십은 ‘행동의 빈도가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과 조합’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동일한 피드백 행동도 프로젝트 초기에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마감 직전에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보였다. 피드백의 효과성을 가르는 데 행동 자체보다 맥락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측정의 함정: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행동주의 리더십이 확산되면서 '측정 가능한 행동'에 대한 집착도 커졌다. 회의에서 발언한 횟수, 직원과 대화한 시간, 이메일 응답 속도 등 계량화할 수 있는 지표들이 리더십 평가의 기준이 되었다.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