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사라진 뒤, 조직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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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사라진 뒤, 조직은 어떻게 될까.

人事萬史 : 칭기즈칸, 씨족에서 제국으로 ⑩
리더십임원CEO
영준
유영준Oct 20, 2026
2417

0. 초원 앞에서

칭기즈 칸이 초원을 통일한 뒤 제국의 문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상대는 다른 유목세력만이 아니었다. 금나라와 서하 같은 농경국가, 중앙아시아의 도시와 상업망, 서로 다른 언어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제국의 전쟁과 통치 안으로 들어왔다.

말을 잘 타고 활을 잘 쏘는 전사만으로는 이 넓은 조직을 운영할 수 없었다. 문서를 작성할 사람, 통역할 사람, 세금을 계산할 사람, 성을 공격할 기술을 가진 사람, 지역사정을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칭기즈 칸은 언젠가 사라질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한 사람의 기억과 카리스마에 의존한 조직은 그 사람이 사라지는 순간 흔들린다.

제국이 사람보다 오래가려면 리더가 가지고 있던 지식과 권한을 다른 사람과 구조로 옮겨야 했다. 이것은 오늘의 회사에서도 가장 늦게 마주치는 문제 가운데 하나다.

창업자가 건강하고 판단이 빠를 때는 굳이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없어 보인다. 대표에게 물으면 되기 때문이다. 대표는 대개 거의 모든 항목에서 회사 내에서 가장 많이 알기도 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편리함이 오래될수록 조직이 대표에게 더 깊게 의존한다는 데 있다.

마지막 이야기는 사람을 얻는 법이 아니라 사람을 넘어서는 조직에 관한 이야기다.

1. 우리 회사는

창업자가 서른 해 동안 운영한 회사가 있다. 직원은 백오십 명이고 매출도 안정적이다. 외부에서 보면 시스템이 잘 갖춰진 회사처럼 보인다. 그런데 대표가 일주일 병원에 입원하자 문제가 생긴다.

큰 거래처의 가격결정을 아무도 못 한다. 오래된 장비를 왜 그렇게 운영하는지 아는 사람은 대표와 공장장 둘

뿐이다. 주요 거래처 대표의 성향과 과거 협상내용은 CRM보다 대표의 기억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임원들은 회의를 하지만 마지막에 같은 말을 한다.

“대표님 퇴원하시면 여쭤보죠.”

이 회사는 백오십 명의 조직일까. 아니면 한 사람의 기억을 백오십 명이 보조하는 조직일까. 대표가 복귀하면 밀린 일이 빠르게 처리된다. 직원들은 안도하지만 대표는 한숨만 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슬슬 ‘내가 잘못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장 방법이 없으니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다시 일한다. 이런 회사는 겉으로는 안정적이다. 대표가 있는 동안에는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대표가 유능할수록 문제가 더 늦게 나타난다. 대표가 모든 것을 기억하고 빠르게 결정해주기 때문이다.

리더가 사라져도 움직이는 조직을 만드는 문제는 칭기즈 칸의 마지막 시기에도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2. 기억에서 기록으로

몽골 초원의 전통은 오랫동안 구전의 비중이 컸다. 그러나 제국의 규모가 커지면 말로만 명령을 전달하기 어려워진다. 나이만 정복 이후 몽골 측에 들어온 타타통가가 위구르 문자를 활용해 몽골어를 기록하는 데 기여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전해진다. 정확히 어떤 시점에 어떤 범위로 문자행정이 정착했는지는 단순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칭기즈 칸 시기에 기록과 문서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구두명령은 빠르지만 사람에 의존한다. 반면 문서는 느릴 수 있지만 사람이 바뀌어도 남는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대표가 “그 거래처는 원래 이렇게 해야 돼”라고 기억하는 동안에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담당자가 바뀌거나 대표가 없으면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 문서화가 부족한 회사에서는 이상한 표현이 자주 나온다.

“원래 그렇게 해왔어요.”

왜 그렇게 하는지 묻는 순간 답이 사라진다. 과거에 어떤 사고가 있었는지, 누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 어느 고객에게 어떤 약속을 했는지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무매뉴얼과 기록은 사람을 믿지 못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없어져도 경험을 잃지 않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개인의 기억이 조직의 기억으로 바뀌는 순간부터 회사는 사람보다 오래갈 가능성을 갖는다.

다만 기록을 많이 만든다고 시스템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읽지 않는 매뉴얼, 업데이트되지 않는 규정, 실제 업무와 다른 프로세스는 또 다른 장식이 된다. 기록은 실제 판단과 연결되어야 한다.

3. 자신들에게 없는 능력을 밖에서 가져오다

제국이 넓어지면서 몽골은 자신들이 원래 가지고 있지 않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활용했다. 위구르계 서기와 행정가, 거란계 인물, 통역자와 장인, 공성기술자 등이 몽골 제국의 확장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옛 요나라 황족출신의 금나라 관리인 야율초재, 한족 출신의 사천택 등 널리 인재를 두루 포진시켰다. 이러한 기조는 몽골제국 내내 이어져 훗날 동쪽 변방의 고려 투항민도 몽골의 벼슬을 얻고 함흥 지방의 호족으로 부상한다. 바로 이성계의 선조인 전주이씨 집안이다.

물론 이 과정에는 자발적인 영입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몽골의 정복은 대규모 폭력과 강제이동을 동반했고 기술자와 장인이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조직의 관점에서 한 가지 변화는 볼 수 있다. 사업의 범위가 달라지자 필요한 사람도 달라졌다. 초원을 통일할 때 필요한 능력과 도시를 통치할 때 필요한 능력은 같지 않았다. 회사도 해외사업을 시작하면서 국내영업 인력만 그대로 투입할 수 없다. 디지털 전환을 하면서 기존 행정인력에게 “공부해서 해보라”고만 할 수도 없다.

전략이 달라지면 사람의 구성도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 해야 할 일과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 사이의 빈칸을 찾고 그 빈칸을 채울 사람을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래의 일을 먼저 보는 것이다. 지금 가장 잘하는 직원을 더 뽑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회사가 해야 할 일을 기준으로 필요한 역량을 정의해야 한다.

사업전략과 인사전략이 따로 움직이면 회사는 늘 한 박자 늦는다. 신사업이 시작된 뒤 사람을 찾고 해외진출이 결정된 뒤 외국어 가능한 직원을 찾기 시작한다. 칭기즈 칸의 제국이 넓어질수록 다른 종류의 능력이 필요해졌듯 회사도 사업의 변화가 사람의 변화를 요구한다.

4. 개인의 경험을 조직의 지식으로

특정 직원이 휴가를 가면 일이 멈추는 회사가 있다. 사람들은 그 직원을 두고 “없으면 안 되는 핵심인재”라고 말한다.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그 사람의 지식이 아직 조직의 것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견적을 잡는 기준, 고객이 화났을 때 대응하는 순서, 기계가 이상한 소리를 낼 때 어디부터 확인하는지 같은 경험이 한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다면 그 직원은 중요할수록 조직의 리스크가 된다.

좋은 조직은 핵심인재를 없애는 조직이 아니다. 핵심인재가 가진 지식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될 수 있게 만드는 조직이다.

몽골 제국에서도 사람과 기술이 이동하면서 지식이 이동했다. 한 지역에서 얻은 공성기술이 다른 전쟁에 활용되고 행정과 문서 경험이 다른 지역의 통치에 사용됐다. 이러한 지식은 교육, 문서, 동행, 데이터, 후임자 육성 같은 방식으로 개인의 경험을 조직 안에 남겨야 한다. 사람이 떠나도 지식까지 함께 떠나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핵심인재에게 모든 것을 문서로 쓰라고 요구하는 것만이 아니다. 암묵적인 판단은 글만으로 옮기기 어렵다. 후임자를 함께 데리고 고객을 만나고 실제 사고를 같이 해결하며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설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승계는 마지막 날에 인수인계서를 받는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함께 판단을 나누는 과정이다.

5. 후계자를 고르는 일

조직이 리더보다 오래가려면 결국 승계문제를 만나게 된다. 칭기즈 칸에게는 주치, 차가타이, 오고타이, 툴루이 등 여러 아들이 있었다. 특히 주치의 출생을 둘러싼 오랜 갈등과 주치·차가타이 사이의 긴장은 후계문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몽골비사』에는 후계논의 과정에서 형제 사이의 날카로운 대화가 전해진다. 실제 회의의 말이 그대로 기록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후계가 단순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분히 드러난다. 결국 오고타이가 후계자로 선택된다.

그가 네 아들 가운데 모든 면에서 가장 뛰어났기 때문에 선택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다른 핵심세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이어야 했다는 점이다. 기업의 승계도 비슷하다.

후계자는 개인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주요 임원과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 기존 고객과 파트너가 신뢰할 수 있는지, 이전 리더의 권한이 실제로 넘어갈 수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가장 영업을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대표가 되는 것도 아니고 대표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조직이 자동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후계자가 정해진 뒤 더 중요한 문제가 시작된다.

언제부터 어떤 권한을 넘길 것인지, 기존 대표는 어디까지 물러날 것인가, 둘의 의견이 다를 때 누구의 결정이 최종인지.

이 질문이 정리되지 않으면 대표는 바뀌어도 권력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승계는 한 사람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다음 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6. 칭기즈 칸이 모든 제도를 완성한 것은 아니다

칭기즈 칸의 제국을 이야기할 때 모든 제도가 그의 머리에서 완성된 것처럼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실제 제국의 행정과 통신, 조세체계는 후계자 시대에 계속 발전했다.

대표적인 역참망 제도도 오고타이 시대에 훨씬 체계적으로 정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실은 오히려 중요하다. 좋은 창업자는 모든 것을 완성한 사람이 아닐 수 있다. 다음 사람이 고치고 확장할 수 있는 조직을 남긴 사람일 수 있다. 창업자가 만든 방식이 절대적인 규칙이 되면 후계자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반대로 모든 것이 대표 개인의 머릿속에만 있으면 후계자는 무엇을 이어받아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는 완성품이 아니라 다음 사람이 수정할 수 있는 기반이어야 한다. 오늘날 현대 기업에서도 대표가 떠난 뒤 업무매뉴얼과 조직도가 그대로 남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다음 리더가 데이터를 보고 문제를 발견하고 구조를 바꿀 권한까지 가져야 한다. 조직은 유지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변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창업자의 마지막 역할도 달라진다. 자신이 하던 일을 모두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다음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일부를 놓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 가장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회사를 만든 사람에게 회사의 방식은 자신의 경험과 거의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이 한 사람보다 오래가려면 어느 순간 ‘내 방식’이 ‘우리 조직의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승계를 준비할 때 대표가 가장 먼저 넘겨야 하는 것은 직함이 아니라 판단의 맥락일 수 있다. 왜 어떤 고객에게는 가격을 양보하고 어떤 고객에게는 그러지 않았는지, 왜 특정 사업은 숫자가 좋아도 하지 않았는지 같은 결정의 이유를 다음 사람과 공유해야 한다. 결과만 넘기면 후계자는 과거의 규칙을 흉내 내게 된다. 이유를 이해하면 상황이 달라졌을 때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 차이가 시스템과 관행을 가른다.

그래서 좋은 인수인계는 파일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중요한 결정을 함께 보고, 후계자가 직접 판단하게 하고, 기존 리더는 그 판단의 근거를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표가 실제 권한을 조금씩 내려놓는 과정이 승계의 시작이다.

7. 다시 우리 회사로

백오십 명의 그 회사로 돌아가보자. 대표가 퇴원한 뒤 밀린 결재를 모두 처리하면 회사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대표가 다시 자리를 비우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이 회사가 해야 할 일은 대표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표가 없어도 처리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조직으로 옮기는 것이다.

대표만 아는 거래처 정보를 CRM에 남기고, 가격결정 기준을 정리하고, 공장장의 경험을 후임자와 공유하고, 임원에게 실제 의사결정권을 주어야 한다.

승계후보도 ‘언젠가 정할 사람’이 아니라 지금부터 책임을 조금씩 넘겨받아야 한다. 초원의 고아였던 테무진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돌아보면 흐름이 보인다.

처음에는 믿을 한 사람을 얻었다. 그다음에는 혈연 밖의 사람에게 역할을 열었다.

패배 뒤에는 다시 사람을 묶을 기준을 만들었고 적에게서 인재를 얻었으며 조직이 커지자 사람을 새 구조에 넣고 권한을 나누었다. 마지막에는 그 모든 것이 한 사람 없이도 이어질 수 있어야 했다.

칭기즈 칸이 제국을 만든 이유를 HR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군사전략과 물류, 주변국의 정치상황, 폭력적인 정복전쟁이 함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칸도 혼자 제국을 운영할 수는 없었다.

자신보다 활을 잘 쏘는 사람, 자신보다 멀리서 판단할 사람, 글을 쓰고 도시를 다룰 사람, 다음 세대를 이끌 사람에게 일을 넘겨야 했다.

대표가 한 달 자리를 비워도 우리 조직은 돌아갈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지금 대표가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 무엇부터 사람과 시스템에 넘겨야 할까.

그리고 그 권한과 지식을 넘길 사람이 지금 조직 안에서 자라고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하기 시작할 때 회사는 비로소 한 사람보다 오래갈 준비를 시작한다.

어쩌면 조직의 완성은 좋은 리더를 만드는 데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좋은 리더가 없어도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

8백년전의 위대한 칸이 긴 시간끝에 우리에게 반문할 한 마디는 생각보다 간결할지도 모르곘다.

“테무진 혼자였다면 초원의 제국을 만들 수 있었을까? 칸이 혼자 천년간 제국을 다스릴 수 있었을까?”

그 질문에 쉽사리 답할 수 없다. 그렇기에 칸은 여전히 살아있을 지도 모르겠다.


씨족에서 제국으로, 칭기즈칸이 된 테무진의 이야기

1편. 고아로 버려진 테무진은 어떻게 자기 사람을 만들었을까
2편. 혈연이 아닌 능력을 택한 리더, 테무진

3편. 테무진과 자무카, 같은 인재를 두고 다른 조직을 만들다

4편. 무너진 조직, 다시 돌아온 사람들

5편. 적이었던 사람을 핵심인재로 쓰는 법

6편. 사람이 많아졌을 때 조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7편. 칭기즈 칸은 왜 뛰어난 부하에게 권한을 맡겼을까

8편. 부족의 우두머리에서 몽골의 칸으로

9편. 네 마리의 말과 네 마리의 개



영준
유영준
일과 사람을 잇는 한량
일과 사람을 잇는 한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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